기자는 현장 취재할 때 가장 기자답다

기사를 베끼는 건 무례를 넘은 범죄행위

by 류재민

제가 근무하고 있는 신문사가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기념으로 홍보 영상을 만들 예정입니다. 기자들 현장 취재 활동 모습을 담는다고, 취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몇 장 내라고 합니다.


페이스북에 들어가 사진첩을 뒤적였습니다. 옛날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뿌듯하고 흐뭇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따금 당시 추억이 떠올라 ‘피식’ 웃기도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사진은 두 장인데요. 하나는 2016년 천안 터미널 앞 유세 현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취재 여건이 좋지 않아 노상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기사를 쓰던 장면입니다. 지인께서 찍어 보내 주셨습니다.


찍히는 줄도 모르고 기사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 멋쩍고 쑥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취재에 집중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봐도 봐도 인상적입니다. 살짝 배가 나온 것만 빼면.


2018년 6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취재 당시 모습입니다.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 마련한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두 번째 사진은 2018년 6월 있었던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취재 때 찍은 사진입니다. 당시 남북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렸는데요.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 마련한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취재를 했습니다.


수천 명에 달하는 내외신 기자들 사이에 앉아 남북 정상의 만남을 취재한 경험은, 기자 생활에 있어 잊지 못할 기억일 것 같습니다.


기자는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 있는 기사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고 기사를 쓰는 못된 기자들이 있습니다. 남이 쓴 기사를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둔갑술을 부립니다. 원문을 가져다 몇 문장 더하거나 빼 ‘손질’을 한 다음 자기 이름을 떡하니 달아 독자들 앞에 내놓습니다.


허락 없이 기사를 베끼는 건 무례를 넘어 범죄행위입니다. 양심의 가책은 느끼기나 할까요. 그러면서 ‘정론직필’ 운운하는 걸 보면, 헛웃음만 나올 따름입니다. ‘내가 오보를 내면 큰일이겠다’라고 입맛을 다실 때도 더러 있습니다. 기사마다 ‘단독’이라고 쓸 수도 없고 말이죠.


인터넷 뉴스 기사 하단을 보면 언론사 이름과 홈페이지 주소가 있고, 그 옆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라고 명시한 것도 저작권을 분명히 밝히려는 목적입니다. 기사를 인용하려면 출처를 철저하게 밝혀야 합니다.


작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코로나 탓에 취재 환경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현장 취재를 할 만한 행사나 기자회견이 많이 적어졌고, 취재 인원도 소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서나 전화 통화 등 비대면 취재 비중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일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래도 기자는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기자는 현장에서 취재할 때 가장 기자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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