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에서

by 류재민

말복이 지난 늦여름,

한철 대목 끝나가는 매미는

그래도 기력이 남아 있고

노란 나비 흰나비가 철 모르고 난다

늦더위에 한풀 꺾인 초목도

아직은 땅속뿌리에 기대어 푸르르다

산책로 옆 칼국수집을 지날 때였다


연초록 물방울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차와 차 사이에 서서 입을

길게 내밀고 담배를 피운다

산책로와 거리가 가까웠기에

그녀가 내뿜는 담배연기는 내

마스크 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산책로를 반 바퀴 돌았을 때

흡연 끝낸 여인은 담배 냄새를 없애려

가글을 하고 옷에 칙칙칙 향수를 뿌려댔다

그리곤 하얀 연기를 닮은 SUV에 올라타

천천히 바퀴를 움직여 떠났다

평일에 닫혔던 상점은 휴일에도 열리지 않았다

산책로에는 평일과 휴일이 따로 없다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조용히 걷기도, 빠르게 뛰기도 한다

방학이 안 끝난 초등학교 안에선

포클레인 한대가 굉음을 내며 무언가를

내리치고, 부수고, 부순 걸 다시 치운다


공원 그네에 앉은 아이를 바라보는

부부의 시선은, 평화롭다

산책로를 중앙으로 가로지르는 냇가

여울목 물소리는 경쾌하고

잉어 떼 행진은 한갓지다

수면 위를 지나가는 바람의 결이

다가오는 계절을 예고했다

코로나가 이 년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