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정리를 하다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발견했습니다. 책상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한 장, 두 장 넘겨봤지요. 흑백 사진 속에 새겨진 앳된 제 모습을 보니, 아득합니다.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함께 찍은 단체사진을 보니,아련합니다.
고무줄 끊기 대장 철구는 아직도 장난이 심할까, 졸업사진을 찍고 전학 간 춘호는 지금 어디서 살까, 대머리 체육선생님은 건강할까, 짝사랑했던 복순이는 시집가서 잘 살고 있을까. 사진을 보며 ‘그때 그 시절’ 추억에 잠겼습니다. 꼭 30년이 흘렀네요. 앨범은 빛바랬지만, 추억은 방울방울 기억을 맴돕니다.
초등학교 옆을 지나다 낯선 광경과 마주쳤습니다. 학생들이 교문 앞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요. 6학년 졸업사진을 찍는 모양입니다. 두 줄로의자에 나란히 앉은 아이들은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고 난 아이들은 대여섯 명씩 짝지어 장소를 이동합니다. 나무 그늘 밑에서 찍고, 돌계단 앞에서 찍고, 교문 담벼락 옆에 삼삼오오 서서 찍습니다.
“마스크 벗으면 안 돼.”, “조용조용, 말하면 안 돼요.” 담임교사와 사진사는 연신 주의를 줍니다. 아이들 표정은 마스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는데요. 즐거운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거나, 떠들기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마스크 샷'이 기분 좋을 리 없겠지요. 6년의 학교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사진을 찍는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할 겁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안쓰러웠습니다. 저 아이들이 제 나이쯤 돼서 졸업앨범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해서요. 작년까지는 상상도 못 했을, 졸업을 1년 앞두고 터진 코로나 사태가 황당하고 야속할 따름일 겁니다.
등교를 자주 못하니 이다음에 졸업 앨범을 보면 같은 반 친구가 누구였는지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요. 당장 졸업식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보다 코로나를 추억할 졸업앨범을 찍는 모습에 마음이 아린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