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 차례를 지내러 왔습니다. 시골이라고 해야 제가 사는 집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불과합니다. 현관에 들어서니 진열장 위 국화가 그윽한 향을 풍깁니다. 사흘 전 아버지 기일 때 여동생이 사 온 꽃바구니인데요. 온 집안을 국향(菊香)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외출이 쉽지 않은 요즘인데요. 예전 같으면 국화 전시나 축제가 곳곳에서 펼쳐질 계절입니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은 누가 뭐래도 코스모스와 국화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땐 코스모스가 친근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국화에 더 끌립니다. 코스모스가 청춘의 가을이라면, 중년의 가을은 국화인가 봅니다.
국화는 묵직한 멋이 있습니다. 화려하지만, 튀거나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꽃의 생김 그 자체에서 기품과 품격, 격조가 물씬 풍깁니다. 그래서 사군자(매화·난초·국화·대나무)로 꼽히나 봅니다.
‘국화꽃 향기’. 우리에게는 배우 박해일과 고(故) 장진영이 주연한 영화로 익숙하지요. 김하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픈 이야기가 구구절절 심금을 울렸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니 국화꽃이 눈물방울에 얼비칩니다.
사흘 전 아버지 기일에 여동생이 사다 놓은 국화 꽃바구니. 온 집안에 국향이 가득합니다.사람이 죽으면 국화꽃을 들고 추모합니다. 장례식장에 가면 흰 국화로 헌화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요.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구한말 서구문화가 유입되면서 검은 상복과 흰 국화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국화가 죽음을 기리는 뜻도 있고, ‘고결’과 ‘정조’를 상징하고 있어 장례식장에서 쓰인다고 하네요. 불교에서는 국화를 만물이 죽고 다시 살아나는 상징물로, 환생을 기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흰색 국화는 성실과 진실, 감사를, 노란색은 실망과 짝사랑을, 빨간색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국화는 차(茶)로 마셔도 좋습니다. 국화에서 우러난 성분은 우리 몸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는데요. 눈과 코를 넘어 맛과 몸까지 이롭게 하니,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꽃입니다. 국화꽃 매력에 젖어든 향기로운 추석 전야입니다.
사람들 오래 살고 싶은 소원 있어 有願人人壽命長
이날 은근히 서로 권하여 마신다네. 殷勤相屬此時觴
술은 신선처럼 몸을 가볍게 하는데 神仙輕體杯中用
국화꽃 향기가 햇살 아래 풍겨나네. 黃菊花香禀正陽
- 신위(申緯, 1769~1845)<중양절 하상(荷裳) 등 여러 사람이 반분로(潘邠老)의 “성 가득 비바람에 중양절이 가깝네”라는 시구로 운을 삼아 각기 시 7수를 얻다(滿城風雨近重陽爲韻, 各得詩七首)>, [경수당전고(警修堂全藁)] 22책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