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다행’은 이럴 때 쓰는 말

가슴 철렁했던 어머니의 교통사고 후기

by 류재민

식구가 아프면 여럿이 고생입니다. 일단 간병인이 필요하고, 간병에 드는 시간만큼 공백이 발생하고, 그 공백을 메울 사람이 필요한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가족 공동체’라는 울타리의 숙명이겠지만, 누구나 피하고 싶은 순간일 겁니다.


지난주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것도 고속도로 1차선에서요. 전방에서 사고가 나서 서행하던 어머니 차를 뒤에 오던 화물차가 추돌한 겁니다. 화물차 운전자는 휴대폰을 보다 그랬는지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어머니 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선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고, 앞 차와 충분한 거리를 유지해 대형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만약 앞차와 바짝 붙어 있었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천만다행이죠.


외상을 입지 않은 어머닌 병원으로 가지 않고, 그냥 귀가했다고 합니다. 다음날 집 근처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침도 맞고 했다는데요. 자식들에게는 소식조차 알리지 않았습니다.

저도 지난 주말에 쌀을 가지러 갔다 알았습니다. 문제는 항상 ‘괜찮겠지’ 하고 방심했을 때 찾아옵니다. 사고 후유증인지 머리부터 목과 어깨, 허리까지 불편하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오전 반차를 내고 병원에 모시고 가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신경이 다치셨는지 통증을 호소해 결국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사고가 났으면 연락을 하지, 왜 그냥 가만히 계셨어요?”
“늬들 걱정할까 봐 그랬지.”
“얼마나 놀라셨어요?”
“간신히 갓길로 피해 땅바닥에 주저앉았는데, 욕지기가 나오고 심장이 마구 뛰더라. 갖고 다니는 부정맥 약을 먹고 났더니 가라앉길래, 그냥 왔지.”

어머니는 사고 순간,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합니다. 아버지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당신까지 길바닥에서 죽으면 자식들이 얼마나 원통할까 싶었답니다. 그 난리 통에도 어머닌 자식들을 먼저 떠올렸던 겁니다.

“늬 아버지가 아직은 올 때가 아니라고 살려줬나 보다 싶었다.”

입원을 마치고 병원을 나오는데, 그제야 긴장이 풀렸나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거든요.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속병이 오래가지 않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병원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되도록 가족 면회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는데요. 몸조리 잘하고 퇴원할 때까지 저라도 자주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병원에서 다양한 군상을 마주했습니다. 침대에 실려 이동하는 어르신부터 목발 짚은 청년과 링거 꽂은 어린아이까지. 산다는 게 뭘까, 마음이 헛헛했습니다. 아프지 않고 사는 게 복입니다. 자나 깨나 안전 운전하세요. 1분 일찍 가려다 골로 영영 갈 수 있습니다.


낮잠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아무 일 없었던 듯 사라질까
내 안을 맴도는 온갖 시련과 상념
이 한잠에 묻히고 흩어지려나
후드득, 후드득
처마 타고 떨어지는 빗소리 들으며
노곤한 몸 뉘어 자고 일어나면
영원의 한숨들 시원(始原)으로 돌아가려나

가물가물 들려오는 알람 소리

대문 밖엔 웬 손님이 오셨나 수런거리고
취한 듯 어렴풋한 정신 애써 깨워 일으켜
신발 한 짝 어디 갔나 두리번거리는데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아득한 반짝임
낮잠을 오래 잤네 -류재민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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