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씨나 정인이는 어쩌라고

법치주의 국가와 국민의 법 감정 사이의 ‘괴리감’

by 류재민

‘윤창호 법’이라고 들어보셨죠?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이 법은 음주운전을 2번 이상 한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는데요. 헌법재판소는 이 부분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무조건 2번 이상 걸리면 가중 처벌하는 건 지나치다고 본 겁니다. 예를 들어 10년 전에 음주운전을 해서 걸렸는데, 이 법이 시행되고 나서 걸린 걸 2번으로 따지는 건 법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윤창호 법의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됐습니다. 이러다 스쿨존에서 사고로 숨진 아이를 계기로 만들어진 '민식이법'도 위헌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회 이상 음주운전 가중처벌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KBS 뉴스 방송화면

일부에서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시대 흐름이나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10년 정도가 지났으면 다시 음주운전을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 아니냐”며 헌재 결정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죄질이나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정상참작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판단은 어떻습니까.


또 하나의 재판 결과도 법치주의 사회에 화두를 던졌습니다. 양모 학대로 숨진 16개월 아이 ‘정인이 사건’ 다들 아시죠? 오늘 그 항소심(2심)이 열렸는데요. 검찰은 1심과 2심 모두 양모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양모의 형량을 줄였습니다. 1심에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는데, 2심에서는 35년으로 감형한 겁니다. 양모가 살인 행위에 자책하고 있는 점과 사회적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걸 참작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또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검찰이 신청한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도 기각했습니다. 양부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키가 79cm 몸무게가 9.5kg인 16개월 아이로서 다른 사람이 없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매우 쇠약한 상태였다”며 “치명적인 부상으로 사망 가능하다는 것은 일반인도 예견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장씨에겐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피고인의 범행 자체에 대해서만 아니라, 아동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공분도 적지 않다”며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무기징역 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객관적 사정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2021년 11월 26일 jtbc 보도 중>


관련 기사에 어떤 댓글이 붙었을지는 대략 짐작하실 겁니다. 판사를 향한 욕설과 양모와 양부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는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는데, 정말 우리나라 법은 만인에 평등한 걸까요?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노회찬 민노당 의원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잠깐 망설이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법원은 정인이를 죽인 양모에 대해 1심 무기징역에서 2심 징역 35년으로 감형했습니다. MBC뉴스 방송화면.


“현실은 법원에 오면 발이 넓은 사람은 빨리 접근하고,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접근 통로가 막혀 있어 평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나 여겨집니다.”


우리나라는 걸핏하면 “법대로 하자”라고 핏대를 세웁니다. ‘법’을 따지는 법치주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법 감정보다 성문법이 우선하는. 그런데 여러분, 지금 우리나라 대법원장 이름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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