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에 사는 농부와 소설가 이야기

소멸을 막기 위한 작가 김탁환과 과학자농부 이동현의 ‘가치 있는 노력’

by 류재민

반가운 두 분을 만났습니다. TV에서 그들을 다시 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봤습니다. 두 분을 직접 만난 적은 없습니다. 2년 전 읽은 책을 통해 알았거든요. 바로, 김탁환 소설가와 이동현 농부 과학자입니다. 두 사람은 전남 곡성의 시골마을에서 글을 쓰고, 농사를 짓습니다. 작가와 농부가 새로울 것 있나, 싶은 분도 계실 텐데요.


이들은 평범한 작가와 농부가 아닙니다. 생태 환경을 연구하고, 지방 소멸을 고민하며, 현재와 미래의 농업을 준비하는 분들이거든요. 방송에선 이들이 봄부터 겨울까지 1년간 곡성에서 삶과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둘은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논농사를 함께 짓고, 밭에는 채소를 심었습니다. 일하다 잠시 쉴 땐 텃밭의 가지를 따 목을 축였고, 겨울에는 직접 심은 배추에 채소 양념으로 김장을 했습니다. 풍년새우와 우렁이로 벼를 기르고, 제초제 대신 손과 낫으로 풀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생태 책방 <들녘의 마음>을 열어 책의 향기를 퍼트리며 ‘찾아오고 싶은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인류가 최상위 포식자라고 해서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마음대로 처결해선 안 된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생물들을 도구처럼 다루다간 심각한 재앙을 겪을 것이다. 최근 반복해서 등장하는 전염병들은 인류가 지나치게 야생동물과 그들의 서식지에 접근하고 간섭하고 심지어 그 전부를 파괴해 온 결과이다. 김탁환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190쪽

2022년 1월 28일 KBS 다큐 온 갈무리.

앞에 썼듯이 저는 책에서 두 사람을 알았습니다. 서울에서 소설을 쓰던 작가 김탁환은 2018년 갑갑한 도시의 작업실을 떠나 전남 곡성으로 왔습니다. 거기서 미생물을 전공한 과학자 출신 농부 이동현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습니다. 바로,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할 농촌과 농업과 농부입니다.


곡성군은 인구 소멸 예정지역 중 한 곳인데요. 두 사람은 이곳에서 아스팔트가 아닌, 흙을 밟으며 일합니다. 자연과 환경을 지키며, 소멸을 막기 위한 가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요즘 같은 감염병의 시대, 저도 다 내려놓고 이런 곳에서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욕구가 들더라고요.


정부나 각 지자체마다 ‘소멸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주) 미실란’과 곡성군의 지원 과정을 벤치마킹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멸의 양상이 제각각이듯 회생의 방법도 마을마다 차이가 나고 사람마다 달랐다. 단번에 헤드라인처럼 한 줄로 정리할 수 없으므로, 반복해서 들여다보고 따지고 묻고 답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길 위에서 떠돌다가 지쳐 찾아든 어리석은 소설가를 위해, 따듯한 밥과 싱싱한 야채와 맛난 과일과 함께 이야기판이 벌어졌다. -앞의 책 11쪽


저는 지난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 소멸의 위기와 극복 방안을 물었는데요. 한 책에 제가 한 질문과 당시 문 대통령의 대답이 실렸습니다.


2018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대통령께서는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습니까?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 인구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위기 속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방분권 개헌을 하자는 것인데요. 지방분권을 한다고 문제들을 다 해소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권역정부’라든가 ‘압축도시’가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하는데, 지방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지방분권 어떻게 가야 될지 여쭙겠습니다.

이에 대통령이 대답했다.

우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과연 지방이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는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지방 정부들은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고, 오히려 중앙정치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지방정부가 메워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정부가 단순한 행정사무의 어떤 한 부분을 자치하는 데서 넘어서서 재정, 조직, 인사 그리고 복지에 대해서도 자치권과 분권을 확대해 나간다면 지방정부는 주민들을 위해서 보다 밀착하면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테고, 그것은 또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누구나 다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억제하면서 지방이 피폐해지는, 또 공동화되는 그런 길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강래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57~58쪽

하지만 대통령 임기가 거의 끝난 지금까지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은 체감할 정도는 아닙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입니다. 감염병과 수도권 과밀화에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걸까요?


김탁환 작가는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울은 인간들만 바글바글 대고, 인간을 제외한 다른 존재들은 다 소멸되고 있기 때문에 ‘소멸되고 있는 곳은 서울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격언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것으로 바뀌었다. 과소 지역인 지방 농촌은 뭉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과밀 지역인 서울은 흩어지려 해도 틈이 없었다. 김탁환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281쪽


일본에 ‘후쿠이’라는 현(県, 우리나라 광역시·도 단위)이 있는데요. 인구 79만 명의 작은 지자체인데요. 인구 소멸을 극복하고 지방을 재생한 성공 모델로 유명합니다. 이들은 쇠락해가는 마을을 신구의 조화와 공동체를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왜 후쿠이인가?”라고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항상 무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족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노력해서 필사적으로 그것을 메우려고 한다.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그런 작업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화려할 것도 없고 성공 모델이라고 말할 만한 참신함도 없다. 그러나 지자체별 순위에서 알 수 있듯 후쿠이현은 전국 최상위권이라는 숫자를 결과물로 계속 내놓고 있다. 후지요시 마사하루 『이토록 멋진 마을』 285~286쪽

2022년 1월 28일 KBS 다큐 온 갈무리
책에서 본 섬진강 ‘뿅뿅다리’에 세상 남부러울 것 없이 팔 벌려 누운 농부와 소설가. 그들을 보며 문득 이런 바람이 들었습니다. ‘저들이 있는 저곳처럼 우리나라 방방곡곡이 저마다 특색 있고, 골고루 살기 좋은 마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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