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있다, 뜨겁게

복 받은 인생이니, 잘살아 보세

by 류재민

설 명절 연휴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코로나인지, 오미크론인지 탓에 오도 가도 못하니 명절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가족 모임이나 외부 활동이 줄어서 그런지, 올해 설 연휴는 더 길어 보입니다.


오늘은 제가 사는 천안에도 눈이 참 많이 왔습니다. 눈이 오면 신나는 건, 동네 강아지만은 아닙니다. 화이트 설날에 아이들이 신났습니다. 시골집을 찾은 아이들은 마당에 나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눈을 굴리느라 정신없었습니다.


만만한 아빠도 끌려나가 눈 뭉치를 맞아주느라 옷이 흠뻑 젖었죠. 오랜만에 내린 눈이 반가웠나 아이들은 볼이 발개질 때까지 놀이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요. 저 역시 눈 내린 시골 풍경에 한동안 넋을 빼앗겼습니다.

어릴 적 동무들과 논밭을 뛰놀던 기억이 떠올라 추억을 곱씹기도 했습니다. 그때 어울렸던 녀석들은 이제 누군가의 아빠와 엄마가 되어 있겠죠. 그리고 저처럼 이렇게 눈 오는 날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있겠죠.


새해가 밝은지 한 달이 지났는데요. 설 명절이 되니 또 한 번 듣게 되는 말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는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듣기 좋은 말이니까요. 복 받은 인생이려니, 잘 사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누군가에는 이생이 한없이 소중할 수 있으니까요.


이틀 전 <다큐멘터리 3일>을 봤는데요. 새해를 맞아 설악산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더라고요. 그중 휠체어를 타고 산에 온 40대 남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살면서, 강원도 쪽에 와 본 적이 없었다더군요.

이 남성은 직장암 말기 환자였습니다. 7년을 투병했는데,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답니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에 접수해 놓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산을 찾았다고 합니다. 어쩌면 생의 마지막 여행길을 나선 셈이죠. 하지만 그는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2022년 1월 30일. KBS1TV <다큐멘터리 3일> 갈무리.
“병원에서는 의학적으로 안 된다고, 힘들다고 얘기했지만, 제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마음먹기 나름이니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데, 좋은 방향으로 길이 생기지 않겠어요?”
2022년 1월 30일. KBS1TV <다큐멘터리 3일> 홍두복 씨 인터뷰 중


한편으로 맘이 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단단해져야겠다’ ‘나는 살아있다, 뜨겁게 살아보자’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니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길이 험할수록 가슴은 뛴다. 인생에서 모든 고난이 사라졌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이상 삭막한 것이 없으리라.”


올해도 우리 앞에는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닥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서 홍 씨의 말처럼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어떻게든 살려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 두렵고, 또 무엇이 겁나겠습니까.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의 불복종』 51쪽


저는 올해도 이 아이들과 '뜨겁게' 살 겁니다.

단단한 마음으로 남은 11달 채우면서 걸어가 보자고요. 걷다 보면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숨 막힐 듯 더운 날도, 비바람 불고 추운 날도 오겠죠. 그럴수록 가슴을 활짝 펴고 당차게 걸어가자고요.


그렇게 가다 보면요. 어느날 문득, 당신 옆에 가족과 친구, 이웃이 동행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그 순간 당신은 ‘행복’이라는 주단이 깔린 길을 걷고 있는 본연을 발견할 겁니다. 그리고 여기, 당신을 응원하는 1인이 있습니다. 2월의 첫날,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흰 눈처럼 살고, 눈길 걷듯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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