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종이라 포기 마라, 특종의 기회일 수 있으니

끝까지 달리면 예상치 못한 반전이 온다

by 류재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우리나라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이 얼마나 선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금메달을 예상했던 최민정 선수가 500m 준준결승에서 탈락했습니다.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코너를 돌다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다른 선수와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어드벤티지(구제)도 받지 못했습니다.


여자부에 이어 남자 1000m 준준결승이 열렸습니다. 5명이 한 조를 이루어 2명이 준결승 진출을 하는데요. 놀랄만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1위부터 3위까지 동시에 넘어진 겁니다. 4위와 5위였던 선수들이 최종 1위,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죠. 넘어진 세 명 중에는 1명만 어드벤티지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달리던 두 선수는 그야말로 운이 좋았습니다. ‘여기까지구나’ 하고 포기하려는 순간, 어부지리를 한 겁니다. 두 선수가 결승까지 올라 메달을 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면 뜻밖의 행운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 장면입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준결승에서 선두권 3명의 선수가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넘어지고 있다. 4위와 5위로 오던 선수들이 준결승 진출. 출처: 뉴시스

기사도 그렇습니다. 다른 언론사 기자가 썼다고 포기해선 안 됩니다. 먼저 보도했다고 다 특종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특종 했다고 방심했다간 후속으로 심층 취재한 기자에 밀려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A기자가 유명 인사의 비리나 스캔들을 취재해 단독 보도했다고 가정할게요. 소위 물을 먹은 기자들은 직속 선배나 데스크에 혼이 나겠죠. 이때 A기자가 기고만장해 후속 취재를 게을리하면 어떻게 될까요? 눈에 불을 켜고 후속 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게 밀릴 겁니다. 아마 그들은 유명 인사를 찾아가 밤을 새워서라도 기다렸다가 인터뷰에 성공하거나 끈질기게 달라붙어 추가 기삿거리를 발굴할 테니까요.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굳이 특종이라고 할 건 아닙니다. 민감한 지역 이슈와 관련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이 SNS에 의견이나 견해를 밝혔다면요. 누군가는 그 사실만 기사화할 수 있습니다. 그걸 본 다른 기자들은 "별거 아니네"라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지 모릅니다. 본인이 한발 늦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나머지 스스로 포기하는 거죠. 그러면 결코 발전할 수 없습니다.


기자라면, 그 정치인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전화하든, 인터뷰해서라도 왜 그런 글을 공개적으로 밝혔는지, 그 이슈는 왜 쟁점이 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지 전망과 분석까지 쓰는 겁니다. 그래야 비로소 ‘기사다운 기사’가 되는 겁니다.


또 그걸 계기로 그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소중한 취재원이 한 명 늘어나는 소득도 얻는 거죠. 결과적으로 먼저 기사를 쓴 기자가 나에게 좋은 취재 아이템을 제공한 셈입니다. 전화위복이란 이런 때 하는 말이겠죠.


어떤 일이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앞서 소개한 쇼트트랙 경기처럼 후발주자들이 1, 2등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으니까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면 무슨 반전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반대로 넘어졌다고 포기하는 순간, 정말 모든 게 끝납니다.

그나저나 넘어지고, 어이없게 실격당하고 우리나라 쇼트트랙 선수들의 ‘베이징 수난시대’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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