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자회견 취소, 이 많은 스티커는 다 어쩌나

신년 기자회견 대비용 마스크 스티커, 아무 쓸모 없어졌다

by 류재민

문재인 대통령이 해마다 출입 기자들과 가졌던 신년 기자회견을 올해는 않기로 했습니다. 청와대는 “오미크론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는데요. 못내 아쉽습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이후 진행한 공식 기자회견이 10번(총 8회)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기자회견, 국민과의 대화 등을 계기로 국민 앞에 선 것은 지금까지 10차례 정도이다. 지난해까지 매번 개최했던 신년 기자회견 4차례, 취임 날짜를 기해 열린 기자회견 4차례(취임 2주년 당시 대담으로 대체했던 회견 포함), 국민과의 대화 2차례이다. 150번 직접 브리핑이나 기자회견을 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20회에 걸쳐 국민 앞에 섰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비교되는 횟수이다. 기자회견의 숫자보다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정부의 '불통'을 비판하며 '소통'을 내세웠던 정부였기에 절대적인 숫자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2022년 1월 25일 SBS <[취재파일]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 때 던지고 싶은 질문은…> 중

지난 4년 동안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때 제 활약상입니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다음 달 15일부터 시작하는 만큼 대선 전 대통령 기자회견이 열릴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열린다면, 퇴임(5월 10일) 전 고별 기자회견 정도일 겁니다. 일부에서는 2시간이면 넉넉한 회견인 만큼, 지난해처럼 비대면(화상)으로 하면 문제없었다는 주장도 있고요. 오미크론이 그렇게 심했으면, 최근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순방은 왜 다녀왔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남은 임기 국정을 설명하는 건, 국민에 대한 책무입니다. 특히 곧 있을 대선을 얼마나 공정하게 관리할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어떻게 대응할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은 어떤 결정이었는지, 부동산 정책을 다음 정부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는지. 국민은 기자의 입을 통해 묻고 싶은 게 많기 때문입니다.


신년 기자회견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뿐만 아니라, 춘추관 출입 기자들도 학수고대하는 ‘빅 이벤트’입니다. 어떤 질문을 할지 몇 날 며칠 준비하고, 대통령 지목을 받기 위한 ‘전략’도 궁리합니다. 저는 지난 4번의 도전 중 한 번을 성공했는데요. 2018년 1월 임기 첫 기자회견 때였습니다.


‘충청권 1등 신문 디트뉴스, 대통령께 질문 있습니다’라는 손 팻말을 만들어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처럼 번쩍 들고 있었죠. 그러다 지목을 받았고, 지방 소멸 위기 극복 방안을 질문했습니다. 당시 제가 한 질문과 문 대통령의 답변은 이후 마강래 중앙대 교수가 쓴 『지방 분권이 지방을 망친다』에 인용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가로림만 앞바다에서 영상으로 회견에 참여했습니다. 리허설 때는 잘만 나왔는데, 질문권을 얻진 못했습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양복 대신 한복을 입고 참석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제안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새해에 한복을 입는 관습이 있잖아요. 그리고 기자회견 장소가 백악관이 아닌 ‘대한민국 청와대’라는 점을 외신 기자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2019년 회견 때는 SBS <비디오머그> 영상에 담기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한복을 입었던 2년 모두 질문권을 얻진 못했습니다. 한복 대여료로 20만원(회당 10만원씩)만 날렸죠. 끙.


작년에는 코로나 상황에 사상 첫 온라인·오프라인을 병행했는데요. 오프라인 참여자로 선정된 저는 의미 있는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바로 충남 가로림만 앞바다입니다. 가로림만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가해양정원 조성을 공약했던 곳인데요. 임기가 다 되도록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고로, 충남도민의 염원을 담아 가로림만 현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사업 추진 여부를 묻고 싶었는데요. 역시나 질문 기회는 얻지 못했습니다. 북풍한설 맞아가며 1박 2일 대기한 노력도 무위에 그치고 말았죠. 그래도 충남도청과 서산시청 관계자로부터 박수와 격려를 받으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가 올해 야심 차게 준비한 마스크용 스티커입니다. 회견 무산에 아쉽긴 하지만, 노력이 참 가상합니다.

올해는 오프라인 회견이 열릴 거라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대통령 임기 마지막 회견에 참석해 ‘어게인 2018’을 재현하리라 굳게 맘먹었죠. 이번에는 손팻말도 한복도, 가로림만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마스크용 스티커를 준비했습니다.


질문권을 얻어 카메라 화면을 받으면 제일 먼저 눈에 띌 게 마스크일 테니까요. 마스크에 붙일 회사 마크를 스티커로 주문 제작했습니다. 낱개로는 주문할 수 없어 최소 단위인 20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회견이 취소되면서 아무런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아흑.


상심은 하지 않으렵니다. 들어간 비용은 5천 원 밖에 안 되거든요.
중요한 건, 올해도 저는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충청도 대표 기자로서, 디트뉴스 대표 기자로서, 대통령 기자회견을 충실히 준비했다는 겁니다. 돈 주고도 못 살 자부심을 얻었습니다. 그거면 되죠. 남은 스티커는요, 다음 달 월례회의 때 동료 기자들과 나눠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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