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고, 약속만 남았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남기고 간 자리

by 류재민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검찰 출신, 8개월 정치 신인. 선거 기간 내내 갖은 의혹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녔지만, 결국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반대로 이재명 후보는 졌습니다. 1%(0.73%p) 차이도 나지 않는 초접전이었기에 후유증은 상당할 겁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졌습니다. 박근혜 탄핵과 촛불 혁명에 힘입어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해놓고, 불과 5년 만에 다시 그 세력에 정권을 내줬습니다. 180석에 가까운 국회 의석, 전국 기초·광역단체와 지방의회까지 장악하고도 졌습니다.


민주당의 패배는 이재명의 패배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이었으니 그만큼이라도 했다, 싶을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민주당은 오만했습니다. 20년 집권이니, 100년 집권을 들먹이며 기고만장했습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김칫국은 대접째 들이켰습니다.


네, 압니다. 민주당에 그런 ‘위인들’만 있던 건 아니란 사실을요. 선거 기간 내내 정권 연장, 정권 재창출, 아니 그들의 입을 빌리면 ‘정치교체’에 간절했던 이들의 절박했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진 것을.


정치 문법에 ‘졌잘싸’는 없습니다. 그건 나와 내가 속한 팀만 슬퍼하고, 분노하고, 책임지고, 감당하면 되는 스포츠나 게임이 아니니까요. 5년 동안 이 나라 국민의 삶이 걸려 있는 ‘선거’였으니까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당원들에게 미안할 게 아닙니다. 국민들에게 미안해야 합니다.


죽을죄를 지었다는 비난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잘못은 고치면 됩니다. 부족한 건 채우면 됩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실패는 했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또 오는 법이니까요. 세상은 오늘도 당신편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문장? 베스트셀러 제목??


다음 기회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죠. 왜 졌는지 이유를 찾고, 다신 그런 우(遇)를 범하지 말아야겠죠. 말로만 반성하고 성찰하면 안 됩니다. 국민들은 진심으로 뉘우쳤는지, 아니면 가식인지 다 아니까요.(산타할아버지보다 더 잘 알아요) 그걸 몰랐으면 이번에도 민주당에 투표했을 테니까요.


자, 그렇다면 이긴 윤석열 당선인이나 국민의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냐, 잘 걸렸다. 가만두지 않겠어. 당신들도 한번 맛 좀 보고 당해보라구. 이런 심보로 국정을 운영했다간 민주당의 5년만큼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47%의 국민이 독기를 품고 노려보고 있잖아요.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은 0.72%를 이겼지만, 심상정 후보 표를 합한 진보 진영에는 결과적으로 진 셈입니다.


여야 모두 선거 캠페인 내내 ‘국민통합’을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려면 이긴 쪽이 진 쪽을 보듬어야 합니다. 금방은 어렵겠죠. 마음 추스를 시간이 필요할테니까요.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습니다. 48%의 국민이나 47%의 국민이나 다 같은 ‘대한국민’이니까요.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했어도, 국민들은 역대 최고 사전투표를 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으니까요.


독기를 품고 아직도 두 눈에 힘주고 가시처럼 돋아있는 47%에 48%가 먼저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되찾은 정권인데” 이런 맘을 품었다면 그 자체가 오만입니다. 도로 민주당처럼 하겠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내로남불은 또 다른 내로남불로 대물림할 따름입니다. 이제 잔치는 끝났습니다. 이긴 쪽도, 진 쪽도 선거 때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 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라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선거 당일 온밤을 새며 기사를 썼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쓰는 정치칼럼을 쓰느라 하루 더 잠을 설쳤습니다. 갑작스러운 야근에 몸이 화를 냅니다. 이번 주말과 휴일은 좀 쉬어야겠습니다. 이틀 연속 철야 작업하며 쓴 칼럼을 옮겨 봅니다. [칼럼] 48% 국민과 47%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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