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언론은 어떤 가면을 쓸까

신뢰 잃고 비틀거리는 언론, 어디로 가야 하나

by 류재민

선거 끝난 지 얼마 안 지나 그럴까요? 어딜 가나 ‘윤석열’ 이야기뿐입니다. 1번을 찍은 이들은 윤석열의 ‘윤’ 자를 꺼내기조차 거부합니다. 반대로 2번을 찍은 이들은 장밋빛 청사진만 그리고 있습니다. ‘48대 47’ 결과가 보여주듯 말이죠. 양극으로 나뉜 진영의 분열과 갈등은 제대로 봉합할 수 있을까요?


기대와 우려 속에 새로운 정부가 5월 10일 출범합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집단이 더 있으니, 바로 ‘언론’입니다. 우리는 불과 5년 전,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지켜봤습니다. 성난 국민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고, 스스로 세운 정부를 끌어내렸습니다.


이때 언론은 그야말로 ‘욕받이’였습니다. 두 손 공손히 모으고 박근혜 씨 이야기에 귀를 쫑긋했던 기자들. 세 차례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꿀 먹은 듯 질문 한 번 못한 기자들. 부끄럽지만, 저도 그때 청와대 출입 기자였습니다. ‘그날’은 초대받지 못했고, 기자회견 땐 손은 들었지만, 대통령은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이제 와 얘기한들 ‘비겁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국정농단의 나팔수’라는 국민적 비난을 받는 건 당연했죠. 문재인 정부라고 달랐을까요? 5년을 겪어보니, 박근혜 정부보다야 나았습니다. 그러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중앙과 지역 풀 기자단은 암묵적 ‘카르텔’을 형성하며 기득권이란 철옹성을 굳건히 지켰으니까요. 춘추관은 방관자 역할에 충실했고요.


“우리는 어떤 언론인가”를 다시금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좀 다를까요? 개인적으로는 희망적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청와대를 출입하는 언론은 그대로니까요. 기자는 바뀔 수 있지만, 그 안에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언론 카르텔’은 시대와 역사를 거치며 더 단단해졌으니까요. 원심력이 작동해도 더 센 구심력 앞에선 달걀로 바위만 치는 격입니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에 대못을 박겠다고까지 했을까요?


국가 최고 권력기관을 출입하는 청와대 기자단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 일말의 기득권도 다 내려놓고, 공정한 취재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적폐가 있다면 청산해야 하고요. 윤석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소통할 수 있을지 저야말로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역대 정부처럼 ‘아몰랑’ 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테니까요.


언론노조는 벌써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에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언론과 기자들을 향해 적대감과 편향적 언론관을 드러냈기 때문인데요. 대표적 사례가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한 매체를 ‘마이너’ 취급한 일입니다.


당시 그는 “국민이 잘 알지 못하는 그런 데(언론) 가서 (의혹을) 던져놓고 (다른 언론사가) 따라가지 말고 자신이 있으면 처음부터 독자도 많은 KBS나 MBC에서 바로 시작하든지”라고 말했습니다. 해명에 나서서는 “정치 공작을 할 것이면 처음부터 당당하게 메이저(언론)로 치고 들어가지 왜 인터넷 매체를 동원해서 그 짓을 하냐고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언론단체들이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자를 향해 우려 섞인 논평을 내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들은 10일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드러냈던 언론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혐오와 차별의 정치를 멈추고 소통과 통합의 정치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언론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언론(인)을 향한 적개심과 편향된 언론관을 잇달아 드러내며 커다란 우려를 자아냈다”면서 “‘기사 하나로 언론사 전체가 파산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고, ‘소수매체’를 무시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별다른 근거 없이 ‘친여매체’, ‘정권의 하수인’ 등 언론(인)을 모욕하는 발언들을 쏟아냈고, 선거운동 막바지에 언론노조를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보 2022년 3월 10일 <언론단체들, 윤 당선인 언론관 우려…"소통의 정치로 나아가야"> 중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그는 지난해 3월 이후 1년간 중앙일보와 4차례로 가장 많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국민일보·조선일보·TV조선과는 각각 3차례, 동아일보·세계일보·문화일보·연합뉴스·채널A 등과는 2차례씩 인터뷰했습니다.


반면 한겨레와는 한 번도 인터뷰하지 않았습니다. <디트뉴스24>도 대선 기간 캠프 측에 인터뷰(서면)를 제안했는데요.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친여(親與) 매체도 바뀌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언론이 친여가 어딨고, 친야가 어딨습니까.


기자는 양심에 따라 진실과 사실을 보도하고, 언론은 본래 사명을 다한다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 '기레기'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잖아요. 국민도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와 권력이 아닌, 언론 편을 들 겁니다. 자본과 권력에 빌붙어 ‘밥그릇’만 지키려는 고약한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한, 안드로메다로 떠난 국민 신뢰는 돌아올리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언론인가”를 다시금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랩독(Lapdog)이나 슬리핑독(Sleeping dog)이 아닌, 워치독(Watchdog)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새 정부와 언론은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길들일 생각하지 말고, 유기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청와대 출입기자로 곧 3번째 대통령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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