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개가 사람을 무는 나라에 산다

세상에 안 무는 개는 없다

by 류재민

기자들 사이에 이런 통설이 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 실생활에서 뻔히 일어나는 일은 기사 소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무는 특이한 상황은 기사로서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보면, 오히려 개가 사람을 무는 일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개를 먹었다는 얘기는 몰라도.


최근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아이가 목줄 없이 돌아다니던 개에 물려 죽을 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장 큰 책임은 개를 그 지경으로 풀어놓은 견주에게 있겠죠. 그다음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폐쇄회로(CC) TV를 본 일부에서는 개가 아이에게 달려들었을 때 현장을 지나가던 한 여성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런데요. 그 여성은 당시 개를 쫓을만한 심리 상태였을까요?


괜히 잘못 끼어들었다가 아이를 물던 개가 본인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겁이 났을지 모릅니다. 개가 아이를 무는 상황을 보면서도 유유히 지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보기 나름 아닐까요?


반려동물행동교정 전문가인 이웅종 연암대 교수는 18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 출연해 이번 사고를 언급하며 맹견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개도 약자와 강자를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개가) 몸동작을 크게 하고 큰 목소리로 소리 질러 대치할 때 중요한 건 등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면을 향해 앞으로 조금씩 나가면 개들도 위협을 느껴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 무섭다고 소리치며 등을 보이고 뛰어가거나 넘어졌을 때 개들은 흥분한다”고도했습니다.


어릴 적 등하굣길에 개 키우는 집을 지날 때면 머리가 쭈뼛할 정도로 겁이 날 때가 많았습니다. 당시 제가 살던 시골 마을에서는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집 마당에 묶어놓아도 사람이 지나갈 때면 ‘컹컹’ 짖는 소리에 어린애들은 기겁하고 도망치기 일쑤였죠. 도망도 치기 어려운 여자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자지러지게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집 안에서 주인이 나와 개를 향해 “가만히 못 있어!”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고, 그 틈에 겨우 사지를 벗어났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 돋습니다.


특히 저만한 개를 끌고 산책 나오는 분이 간혹 있는데요. 정말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문 개를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요. 경찰은 추가 사고 우려가 크다며 개를 안락사(살처분)하겠다고 했지만, 검찰 생각은 달랐습니다. 검찰은 중대 상해를 일으킨 사고견이라도 안락사할 증거가 더 필요하다며 경찰에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개가 아이를 죽일 의도가 있었는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얘긴데요. 개를 맨 마지막에 보고 쫓은 택배기사에 따르면 “개가 아이를 물어뜯는 게 아니라 진짜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정도 상황이었다면 안락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종종 퇴근 뒤 집 앞 산책로를 걷는데요.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 개에 목줄을 채우고 나오는데요. 큰 개나 작은 개나 옆을 지날 때마다 유년 시절 기억과 개 물림 사고가 떠올라 오싹합니다. 덩치는 소도 때려잡을 만큼 커다랗게 생겼어도 말이죠. 간이 콩알만 해지고, 식은땀이 흐를 때가 왕왕 있습니다.


특히 저만한 개를 끌고 나오는 분이 간혹 있는데요. 정말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고요? 사고를 친 자식 부모가 “심성은 원래 착한 아이”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세상에 안 무는 개는 없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집에서 식용견(똥개 또는 누렁이라 불리는)을 키운 적이 있습니다. 학교를 파하고 돌아와 빈 개집을 보면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 대략 짐작했습니다. 그 충격과 실망에 저는 개를 키우지도, 먹지도 않습니다.


개를 먹는 사람들을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개를 키우는 사람을 탓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관리 부주의로 어른이든 아이든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우리는 개가 사람을 물어서 죽을 뻔한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가 6883명이다. 매년 2000명 이상, 하루 평균 6명 이상이 개에게 물리는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고들을 합하면 실제로 발생하는 개물림 사고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6월 3일, 시사저널, <세상에 안 무는 개는 없다> 중

우리는 또 힘없는 어린아이를 물어 중상을 입혔어도 안락사를 쉽게 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정치는 지금 무얼 하는 걸까요? 법치는 있되 정치는 없는 나라. 이것이 사람은 개에게 물려도 찍소리 못하고, 개는 여전히 멍멍 짖는 이 나라의 현주소입니다.


김훈 작가의 <개>라는 소설이 있는데요. 소설 속의 ‘개(보리)’는 참 기구한 운명을 삽니다. 어쩌면 우리도 그런 개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볼 수 있는 작품인데요. 작가의 말 중에 와닿는 대목을 소개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잘 시간입니다. 개꿈 꾸세요.


인간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때까지 나는 짖고 또 짖을 것이다. 인간의 마을마다 서럽고 용맹한 개들이 살아남아서 짖고 또 짖으리. 개들아 죽지 마라.
김훈 장편소설 <개> 6쪽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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