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만 자원봉사자의 손에 바다가 되살아났다

태안 ‘유류 피해 극복 기념관’을 다녀와서

by 류재민

태안에 와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휴가 첫날 ‘태안 유류 피해 극복 기념관’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산 교육의 장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기념관은 지난 2017년 9월 문을 열었습니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 만인데요. 지난 2007년 12월 7일 태안군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약 1만 2000㎘의 기름이 유출됐습니다.


기념관은 이때 전국에서 모인 123만 자원봉사자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실내 전시물을 둘러보는 아이들이 눈이 사뭇 진지했습니다. 해안가에서 기름띠를 수거하고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는 봉사자들 사진과 모형을 보더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나 봅니다.

저 역시 당시 해안가에서 채취한 시꺼먼 조개와 굴 껍데기, 봉사자들이 입었던 방제복과 장비, 장구, 복구 활동을 보면서 숙연했습니다. ‘아, 이분들 덕분에 바다가 되살아났구나.’


초3 아들이 기념관 전시물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123만 2,322명의 자원봉사로 사고 7개월여 만에 극복한 2007년 태안 유류 피해. 사고와 극복의 전 과정을 담은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도전합니다.

문화재청은 지난 4월 태안 유류 피해 극복 기록물 20만 건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 등재 신청 기록물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훈민정음해례본 등 16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난기록물은 등재된 것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은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 있는 등재 신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2년 4월 태안신문, <태안 기름유출 사고 극복 기록, 세계기록 유산 도전> 중

양우석 영화감독은 지난 2017년 12월 태안 기름 유출 사고 10년을 기념해 기획한 소설『태안 기적의 바다』를 출간했는데요. 종이책 출간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 일부는 펀딩에 참여한 서포터 명의로 유류 피해민 중 보상 소외주민을 돕는데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구입해 ‘작은 사람들의 큰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우리가 많은 걸 바라나? 그냥 태안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면 됐어. 그저 새로 출발할 수 있게 사고 이전으로 원상복구 되는 거, 그게 소원이야.”
소설『태안 기적의 바다』중

'태안의 기적' 잊지 않겠습니다.

건물 옥상이 위치한 2층에 올라갔습니다. 만리포 해수욕장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휴양 온 관광객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파라솔을 치고, 모래사장을 걷고, 넘실대는 바다에서 튜브를 타며 즐거워 보였습니다.


안면도 수산 시장에 들러 농어회를 뜨고, 매운탕거리를 가져다 펜션에서 푸짐하게 한 상 차려 먹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펜션에서 먹으니 회가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다시 볼 수 있도록 기적을 만든 모든 분께 고맙습니다. 잘 쉬고, 놀다 갑니다. 또, 오겠습니다.


*충남 내륙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폭우로 실종자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재난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삶에 커다란 고통과 상처, 시련을 몰고 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연대와 봉사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오늘은 77주년 광복절입니다. '대동단결'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아 참, 국기 게양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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