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애도’란 무엇인가

날마다 분향소 조문만 하면 애도인가

by 류재민
“‘진정한 애도’란 죽음과 고통의 원인을 조명하면서, 그들의 고통과 ‘함께(with)’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는다. 그 고통을 야기한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다층적으로 조명하면서 ‘비판적 문제 제기’를 동시에 수반해야 한다.”


강남순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교수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강 교수는 참사의 반복을 막으려면 지속적인 ‘비판적 문제 제기’를 통해 ‘책임적 지도자’가 우리 사회를 이끌도록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났습니다. 정부는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늘까지 나흘 연속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습니다. 일방적으로 국가 애도 기간을 못 박고, 날마다 조문 다니는 게 유가족과 희생자를 위하는 진정한 애도일까요?


오히려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일이 먼저 아닐까요? 그다음 법 제도의 보완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처하는 게 진정한 애도라고 생각합니다.


미리 막을 수 있는 참사였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릴 걸 알았으면서 예방에 소홀했습니다. 현장에 배치한 경찰 인력도 부족했습니다. 사고 전 112에 신고 전화가 빗발쳤지만, 대응에 미숙했습니다. 이번 참사는 그래서 ‘인재(人災)’입니다.


행정안전부, 경찰 등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112에 “압사당할 것 같다”라는 신고가 처음 접수됐습니다. 이후 오후 10시 15분까지 급박한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모두 11건 접수됐지만, 이 중 경찰관이 실제로 출동한 것은 4건뿐이었습니다.


김씨의 스마트워치에 남은 통화목록을 보면 김씨는 당일 오후 10시41분 곧바로 112에 전화했다. 김씨에 따르면 전화를 받은 경찰은 “무슨 일이신데요. 건물 뭐가 보이세요?”라고 물었고, 김씨는 눈앞에 보이는 간판 상호명을 알려줬다. 그랬더니 경찰은 “또 다른 건물은 안 보이세요?” 물었고, 김씨는 “안 보인다. 모르겠다. 여기는 뭐가 뭔지 모르겠고 그냥 빨리 와주세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경찰이 “이따 다시 전화드릴게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은 사태 파악도 안 된 것 같았고 너무 안일한 태도로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2022년 11월 3일, 경향신문, <첫 신고 이후 30분 지났는데···구조요청에 112 상황실 “무슨 일이신데요”> 중
대통령실 제공.

“현장 인력 문제없었다(행정안전부)” “수사 후 입장 밝히겠다(서울시)” “지자체 매뉴얼 없었다(용산구)”

국민들은 이번 참사에 누구도 사과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에 화내고 있습니다. 슬픔이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니 대통령이 매일 조문을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부는 늘 무슨 사건 사고가 터지고,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어야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섭니다. 국회도 마찬가지고요.


'무한 책임'을 밝힌 대통령과 정부가 이번에는 어떤 후속 대책을 갖고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분명한 원인을 규명하고, 확실한 안전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우리는 묻고 따져야 합니다. 그것이 주권자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내 가족이 그날 거기에 있었을 수도 있겠다, 는 심정으로 ‘연대’ 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애도이고 추모이고 명복을 비는 길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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