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두 여자와 한 남자
구미호는 이무기의 아내다. 시내 아파트에 사는 그녀는 아침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바쁘다. 아이들을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등교를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전날 저녁 쿠팡 로켓배송으로 주문한 식료품은 새벽녘 현관 앞에 당도해 있다. 우유와 식빵, 달걀, 밀키트 몇 봉지.
냉동실에서 꽁꽁 언 새우볶음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다.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동안 식빵을 굽는다. 토마토와 바나나, 새싹 채소를 넣고 그 위에 수제 요플레를 올린다. 수제 요플레는 전날 우유와 쾌변을 섞어 전용 냄비에 넣어 만들었다. 인덕션 위 프라이팬에서 빵이 노릇노릇 구워질 즈음, 아이들을 깨울 시간이다.
미리와 바리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그들은 이무기의 딸과 아들이다. 미리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고, 바리는 미리보다 두 살 아래다. 코를 드르렁거리고, 가끔 이도 가는 바리부터 깨워야 한다. 미리는 잠귀가 밝아 한 번만 깨워도 벌떡 일어나는데, 바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호는 아침마다 아들 깨우기가 벅차다.
“바리야! 이러다 또 지각이야! 얼른 일어나라고.”
“아힝, 오 분만 더. 제발~”
미호는 그렇게 봐주다가는 깨우기가 더 어렵다는 걸 안다. 찬물 묻은 손을 등허리에 넣어보기도, 볼기짝을 찰싹찰싹 때려보기도, 귓불을 잡아 당겨보기도 한다. 그래도 바리는 순순히 일어날 기색이 없다. 결국 최후의 방법을 쓴다. 두 다리를 잡아끌고 침대에서 끌어 내린다. 바닥으로 내려와서도 눈을 꼭 감고 뜨지 않는다. 거실까지 질질 끌고 나온다. 그제야 바리는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허공에 대고 말한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해져서 눈뜨기가 너무 힘들어.”
“아드님, 벌써 8시가 다 됐어. 밥 먹을 시간이 10분도 안 남았네.”
“알겠어요. 얼른 가서 손 씻고 올게요.”
바리는 툴툴거리며 욕실로 향한다. 손을 씻기 전, 오줌부터 눈다. 밤새도록 참은 녀석의 오줌이 변기 물에 떨어지는 소리가 주방 식탁까지 들린다. 미호와 미리가 동시에 소리친다.
“야, 문 좀 닫고 싸!”
세 사람의 아침은 항상 분주하고 소란스럽다. 먹는 둥 마는 둥 아침밥을 먹은 아이들은 부지런히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챙긴다. 마스크까지 쓰면 준비 끝. 그 모든 과정을 일일이 챙기던 미호는 속이 부글거린다. “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한담.”
곧 중학교에 들어갈 딸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 수발이 여간 고단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무기라도 집에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는 지금 시골에 가 있다. 거기서 몇 달을 지내고 와도, 집안일은 거들떠도 안보리라는 걸 그녀는 잘 안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심드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