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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Dec 28. 2022

안녕, 도깨비(6화)

겨울이 오고 있다

미리와 바리는 학교를 마치면 체육활동을 하러 간다. 미리는 태권도 학원, 바리는 복싱장으로 간다. 여느 아이들이라면 국어나 논술, 영어, 수학 학원을 가겠지만, 미호는 그러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스트레스를 주기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처음에는 둘 다 복싱장을 보냈다. 하지만 여자아이인 미리는 복싱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어른들만 많고, 재밌는 놀이는 하나도 안 해.” 뾰로통한 미리에게 미호는 또래 친구들이 많이 다니는 태권도 학원을 소개했다. 미리는 줄넘기만 시키는 복싱보다 금요일마다 피구를 하는 태권도장이 맘에 들었다.      


미호는 아이들이 운동을 다녀온 뒤 매일 저녁 시간 ‘자율학습’을 시킨다. 미리와 바리는 학교 숙제와 학습지를 놓고 거실에 있는 긴 테이블에 앉는다. 그리고 30분 동안 공부한다. 30분만 집중하는 시스템에 아이들 모두 만족했다. 30분이면 질리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고, 집중력도 극대화할 수 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 미호도 맞은 편에 앉아 책을 본다. 미호의 취미는 독서다. 일주일에 평균 서너 권을 읽는 독서광이다. 알라딘과 교보문고에 주문하면, 한 권을 읽는 동안 다음 책이 배달된다. 중간중간 아이들이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가르쳐주기도 한다. 미호는 두 아이가 다니는 학교 교사였다. 집에서는 아이들의 훌륭한 가정교사이자, 학부모였다.      


방에서 나온 바리가 황토색 찜질팩을 들고 부엌으로 간다. 전자레인지 문을 열고 받침대에 올려놓은 다음 다시 문을 닫았다. 시간은 4분으로 설정하고 시작 버튼을 누르며 말한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걸 보니, 곧 겨울이 오려나 봐.”       


바리는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었다. 기온이 조금만 내려가도 맥을 못 추고, 집에서도 조끼를 덧입고 있었다. 저녁에는 찜질팩을 돌려 배와 가슴에 올려놓곤 한다.      


미호는 언제 한 번 그런 아들을 데리고 한의원에 데려간 적이 있다. 한의원 원장은 “찬 성질이 강한 아이라서 그렇다.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 뒤 영양제를 지어줬다. 그래도 바리는 환절기만 되면 “춥다” 소리를 달고 다닌다. 복싱장을 가서도 춥다, 집에 와서도 춥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춥다, 고 했다.      


미호는 바리가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 태산이다. 게다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포 그 자체였다. 특히 학교에서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교육청 지침으로 일선 학교에서는 거리두기를 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수기 사용을 금지했다. 그래서 미호는 아침마다 아이들 등교를 준비하면서 가방 옆구리에 온수병을 꼭 챙겼다. 아이들은 등굣길에 친구들과 마주쳐도 달려들지 않았다. 가볍게 손만 흔들었다.      


교장 선생님은 마스크를 쓰고 정문에 나와 아이들의 등굣길을 지켜봤다. 장난을 치다 신체 접촉을 하거나 마스크를 똑바로 쓰지 않으면 주의를 주기 위해서다.      

초록색 조끼를 입은 학교 지킴이 어르신은 빨간색 경광봉을 들고 차량을 통제했다. 동시에 아이들이 교문을 들어설 때까지 안내했다. 오전 수업 종이 울렸다.      


어느새 11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됐다. 학교 운동장에 떨어진 단풍이 낙엽으로 말라 뒹굴었다. 바람은 서늘함에 무게를 더하며 철봉과 미끄럼틀과 시소를 넘나들었다. 겨울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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