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물어봐도 돼?”
“얼마든지.”
“지구에는 왜 온 거야? 정찰대장이면 정찰이 목적이겠고, 뭘 알아보려는 거지?”
“음..그건 말이야.”
도깨비는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내가 이해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도깨비는 내게 말했다.
“우리 종족과 지구인의 다른 점을 찾는 거야.”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점이 어디 한둘인가?”
“맞아. 하지만 우리가 지구인한테 배울 점을 찾는 게 내 임무야.”
“그렇군. 그럼 임무는 완수했어? 답을 찾았냐고.”
“글쎄. 아직 모르겠어. 지구인이 우리보다 나은 게 뭐가 있지? 우리처럼 둔갑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과학기술이나 언어가 발달한 것도 아니잖아. 거기다 총을 들고 쏘려고 했어.”
도깨비는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도깨비를 안정시키면서 말했다.
“네가 본 게 다가 아니야. 넌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인간들은 ‘감정’이라는 걸 갖고 있어. 그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흥분하지.”
“화를 낸다는 건가?”
“그래. 화도 내고, 짜증이나 신경질도 부리지. 그러다 못 참으면 폭발하고. 하지만 인간들은 감정의 다른 한쪽에 ‘이성’이라는 게 있어. 이성을 통해 분노나 화를 조절하지. 아웅다웅 다투다가도 금방 웃으며 화해하고. 좋은 날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날도 있고. 그런 걸 우리는 ‘인생’이라고 불러.”
“인생이라..그것 참 어렵군.”
“인간들도 인생을 잘 몰라. 암튼 인간들의 삶은 복잡다단해.”
나는 주머니에 들어있던 막대사탕을 하나 꺼내 물었다.
“그건 뭐야?”
“이거? 사탕이야.”
“사탕? 무슨 맛이지?”
“설탕으로 만들었으니 달달한 맛이지.”
“그래? 달달한 맛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좀 줄 수 있을까?”
나는 주머니에 남아 있던 사탕을 하나 꺼냈다. 알사탕을 감고 있던 비닐을 벗겨내고, 흰색 플라스틱 막대기를 도깨비에게 건넸다. 사탕을 받아든 도깨비는 유심히 살폈다.
“우아, 꼭 우리 별 같다.”
“너희 별? 카트휠인가 거기?”
“응, 우리별 카트휠. 이 사탕처럼 동그랗고, 바깥에서 보면 빗살무늬처럼 테두리가 둘러쳐 있지. 사탕 속에서 우리 별을 볼 줄이야.”
도깨비는 잠시 떠나온 별을 떠올리는 듯했다. 몇 가닥 안 되는 눈썹이 작게 흔들렸고, 입술은 다시 실룩거렸다. 도깨비는 사탕을 입에 물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아, 이게 단맛이라는 거군. 생전 처음 느껴보는 맛이야.” 도깨비는 막대사탕 하나에 신난 어린아이 같았다. 마치 집에 있는 두 아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