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경, 내시경이 끝났다

88시간 ‘대장’정의 기록

by 류재민

2년 만에 내시경을 받았습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위암 검진 대상자라는 카톡을 받고도 차일피일 미뤘는데요. 연말에는 수검자가 몰리니 빨리 받으라는 안내가 다시 와 맘을 먹었습니다.


지난달 30일 대학병원 소화기 내과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고 날짜를 잡았습니다. 일반검진에 위‧대장 내시경까지 한꺼번에 받으려고 예약했습니다. ‘D-day’는 11월 4일 오후 3시. 병원에서는 오후 1시 30분까지 와서 일반검진부터 받으라고 했습니다. 수면 내시경으로 예약한 탓에 보호자가 필요했고, 아내가 따라왔습니다.


4일 전부터 내시경 검사를 위한 음식 조절을 시작했습니다. 다이어트 식단보다 힘들었다는.

내시경 검사에 앞서 식단 조절은 무척 고됐습니다. 11월 1일과 2일부터 음식을 가려 먹으라고 했는데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어 딱히 가릴 것도 없더라고요.


흰쌀밥과 흰 죽, 계란, 두부, 생선, 커피, 국물, 빵, 감자, 탄산음료, 주스, 우유, 바나나가 먹을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저는 당뇨가 있어 현미밥을 먹습니다. 그래서 흰쌀밥과 흰 죽은 소량을 먹어야 했고, 혈당을 올리는 탄산음료와 주스도 피해야 했습니다.


내시경 검사 하루 전에는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흰 죽만 먹어야 했으니까요. 밤 8시 이후부터는 ‘금식’이었습니다. 허기를 잊으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요. 배가 고파 그런지 중간에 눈이 떠졌습니다. 시계를 보니 밤 12시 12분. 오! 마이 갓. 잠은 안 오고, 이불속에서 뒤척이기를 몇 시간이어갔습니다. 배고픔 앞에서는 마인드 컨트롤조차 통하지 않더군요. 밤을 하얗게 지새웠습니다.


병원 복도 바닥에 내시경실 안내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오전 7시. 장(腸) 정결제를 먹을 시간입니다. 전에는 페트병에 레몬 맛 가루를 타서 쉴 새 없이 들이마신 기억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알약 28개를 두 차례에 나눠 먹었습니다. 처음엔 ‘오, 편해졌는데’ 했는데요. 먹어보니 ‘그거나 이거나’ 거북하긴 매한가지고, 종착지 역시 같았습니다.


1차 장 정결제를 몸속으로 투하한 지 얼마 안 지나 ‘신호’가 왔습니다. “화장실로 가라!” 몇 번의 ‘폭포수’ 소리를 들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2차 정결제 투입은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가보자’식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진을 빼고 드디어 결전의 장소로 향했습니다.


일명 ‘굴욕 바지’를 입고 내시경 검사실에서 대기했습니다. 이윽고 제 이름이 불렸고 어두침침한 침상에 새우처럼 옆으로 누웠습니다. 주사기를 통해 수면 유도제가 들어오니 정신이 몽롱해졌고,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게 끝났습니다.


눈을 떠보니 병실 시계는 오후 4시경을 가리킵니다. 저는 이번 내시경 준비와 검사를 통해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여러분도 미루지 말고 꼭 받아보세요.

눈을 떠보니 병실 시계는 오후 4시를 조금 지났습니다. 아내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긴 숨을 내쉬었습니다. 88시간의 ‘대장’정을 마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용종은 발견되지 않았고, 염증이 있어 조직검사를 의뢰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죽으로 지친 속을 달랬습니다. 내일부터는 일반식을 먹을 겁니다.


내시경 준비와 검사를 통해 저는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편히 숨 쉬고, 먹고, 일할 수 있다는 건 ‘살아있음’의 증거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대표적인 암이 위암과 대장암이라고 합니다. 젊다고, 귀찮다고 미루지 말고 정기적으로 꼭 받아보세요. 며칠 고역스럽긴 해도 할만하더라고요.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는 거라고 합니다. 내시경 검사보다, 사는 게 더 힘듭니다. 모두 힘내세요.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신해철의 ‘넥스트’가 부릅니다. <힘을 내>입니다.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zaEq4W6XOQ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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