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여, 정장을 입어보자
품격은 의복 습관에서 나온다
2002년 한일월드컵 주역 박지성. 그는 당시 활약으로 유럽 리그에 진출했습니다. 그는 월드컵 이듬해부터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뛰었습니다. 또 2년 뒤에는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 프로리그 무대를 밟았는데요. 소속팀은 세계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습니다.
스포츠 뉴스를 통해 박지성 선수가 경기를 끝나고 인터뷰하는 모습을 종종 봤습니다. 그때마다 그는 정장 차림이었는데요. 역시 영국이 ‘신사의 나라’로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운동복을 벗고 깔끔한 정장을 입고 인터뷰하는 모습에서 프로선수로서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저와 같은 신문사에서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했던 선배가 떠오릅니다. 그 선배는 항상 정장을 입었습니다. 저는 그때 시청과 군청, 도청 등 지자체를 출입했는데요. 청바지에 캐주얼이 일상복이자 근무복이었습니다. 여름에는 티셔츠, 겨울에는 점퍼를 입고 기자실을 드나들었습니다.
정장은 입을 생각조차 안 했습니다. 막말로 정장은 애경사에나 입는 건 줄 알았습니다. 같이 출입하던 동료 기자들 대부분이 저와 같은 복장이었거든요. 정장 입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거죠. 늘 넥타이에 정장을 입고 다녔던 선배가 오히려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옷이 저것뿐인가?’ ‘청와대와 국회 출입한다고 유난 떠는 건가?’
시간이 흘러 그 선배와 제가 출입처를 맞바꾸게 됐습니다. 기자생활 10년 만에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한다는 마음에 잔뜩 설렜습니다. 처음 국회를 출입하던 날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출입기자들이 모두 정장을 입고 취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선 저처럼 정장을 입지 않은 기자가 더 어색하고,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제야 왜 선배가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다녔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아, 나는 이제껏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촌 기자처럼 살았어.’
다음 날부터 정장을 입었습니다. 아침마다 와이셔츠를 직접 다렸고, 넥타이를 골라 맸습니다. 그런데요.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평상복을 입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에 엄숙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아무튼 무언가 모를 진지함과 성숙함, 사명감이 샘솟았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정장을 입고 방송 인터뷰를 했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의복 습관에서도 품격이 만들어진다는 걸 배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달라진 환경에 처하면 그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노력이 스스로를 단련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그렇다고 산사태 현장이나 수해지역을 취재하는데 정장을 입고 다니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되도록 정장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공무원 대부분 정장을 입으니까요.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자라면 의복 습관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한번 입어보세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회를 느낄 겁니다.
오늘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들으면서 힐링하세요.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