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때리는 말에 움찔했다

아내에게 바치는 글과 노래

by 류재민
아내가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고 했습니다. 제가 쉬는 날이다 보니 아이들을 맡기고 잠깐 커피나 한 잔 하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알았으니 잘 다녀와”라고 했으면 끝났을 일인데, 사족을 달아 일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국인데.”


날로 확산하는 코로나 걱정에 한마디 툭 던진 건데요.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들이 제게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어제는 다음 주 휴가라고 어디 놀러 가자고 해놓고, 오늘은 코로나 시대라고 하는 건 무슨 말이야.”


헉! 아들의 논리적인 한방에 순간 아무런 말을 못 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죠. 아내는 ‘맞다, 맞아’하고 손뼉 쳤고, 저는 그저 겸연쩍게 웃었습니다.


점심 먹을 준비를 하면서 아내가 인덕션에 포장 만두를 올렸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되고 뚜껑을 열었더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면서 하얀 만두가 고운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젓가락으로 하나 집어 맛을 보려는데, 아내가 “다 익었으면 불 좀 꺼요”라고 합니다.
“나, 인덕션 끌 줄 몰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얼큰한 맛을 기대하며 김치만두 한입을 베어 물었습니다. 그때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전원 버튼도 못 눌러? 으이구, 먹을 줄만 알지?”

순간 먹던 만두 속을 뿜을 뻔했습니다. 아내는 후속타까지 날렸습니다. “먹기만 할 거면 요리는 왜 배우러 다닌 거야?”


2년 전, 저는 천안시 여성회관에서 진행한 요리교실을 몇 달 다닌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요리교실 다닐 생각을 했냐고요? 어린 딸이 한 말이 뼈를 때렸기 때문입니다. 당시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딸은 저더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가 아침 일찍 음식 준비하느라 잠도 많이 못 자고, 힘들어 보여요. 아빠가 요리 배워서 엄마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진심이 담긴 딸의 제안에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처음 몇 번은 배운 요리 실습 겸 식사를 준비했는데요. 2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잘 아실 텐데요. 이등병 때는 군기가 바짝 들어 선임이 시키는 일은 목숨 걸고 합니다. 하루하루 수양록을 쓰면서 바른생활을 합니다.


이런 자세라면 제대하고 사회에 나가 무슨 일이든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갖는데요. 병장이 되고, 군기가 빠지면 이등병 때가 있었나 싶을 만큼 게을러집니다. 올챙이 적 생각을 까맣게 잊는 거죠.


코로나도 그렇거니와 아이들 돌보느라 외출 한번 맘 놓고 하지 못하는 아내의 상황을 살폈어야 했습니다. 또 제가 왜 인덕션을 끌 줄 모르겠습니까. 귀찮아서 그랬던 거죠. 사려 깊지 못한 말이 ‘헉’ 소리 나게 뼈를 때리고, 입이 얼어붙을 정도로 후폭풍을 몰고 왔습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떠오르더군요.


어쨌든 저희 집에서는 저만 잘하면 평화롭습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브런치는 충남 천안시 불당동에서 초딩 둘과 마흔 넘은 ‘큰아들’까지 키우며 살고 있는 오 여사님께 바칩니다.


하수영 님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제 브런치를 구독 중인 아내는 이 노래가 싫다며 라이킷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틀렸습니다. ㅠ

*영상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tLxbdU1jZ3Q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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