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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Aug 17. 2024

1부. 기자로, 작가로 사는 인생

2화. 슬기로운 기자생활을 쓰기까지

2023년 에세이 ‘슬기로운 기자생활’을 출간했다. 청와대와 국회, 대통령실을 출입하면서 느낀 6년의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현직 기자들에게는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일깨우고, 기자 지망생들에게는 지침서 역할을 하겠노라, 하는 거창한 마음으로. 


브런치에 쓴 글을 그러모아 2권의 전자책을 POD(PublishOnDemand, 주문형 소량 출판)로 출간한 적은 있지만,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책을 낸 건 처음이다.


출판사는 ‘푸른영토’였고, 김왕기 대표님은 나의 ‘키다리 아저씨’였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은 글을 책으로 내보자고 한 건, 나로서는 그야말로 꿈인지 생신지 모를 정도로 가슴 벅찬 제안이었다. 인쇄는 파주 출판단지에서 했는데, 회사에 하루 연차를 내고 갔다. 역사적 순간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슬기로운기자생활 인쇄하던 날 인쇄소에서.

서울역에 도착한 뒤 공항철도를 타고 홍대 입구역에서 내렸다. 광역 버스를 타고 파주 출판단지 앞에서 내린 다음 걸어서 ‘활자마을’로 갔다. 처음 가본 출판단지는 상당 드넓었다. 거리마다 출판사들이 즐비했다.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인쇄소 앞에서 김 대표님과 만났다. 전화 통화만 하다 실물을 처음 본 순간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출판인으로서 풍채가 흘렀다. 인쇄소에 들어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작업장으로 내려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들어간 토끼굴마냥 들뜨고 설렜다.     


작업자은 한결같이 친절했다. 철커덩, 철커덩 인쇄기가 시끄럽게 돌아가는 중에도 그들은  인사를 반갑게 받았다. 수북이 쌓인 흰 종이가 인쇄를 준비하고 있었다. 순백의 종이들에 곧 잉크가 칠해질 참이었다. 먼저 표지가 나왔고, 곧이어 띠지가 나왔다.

인쇄기에서 나온 책 띠지판을 들고서 기념샷.

대표께서 인쇄 과정을 상세히 설명다.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사진이 새겨진 띠지와 표지를 보니 낯설고 어색했다. 동시에 가슴 뭉클하고, 울컥했다. 딸아이 탯줄을 직접 끊어주던 순간의 기분을 세상에 막 나온 내  아이들’에게서 느꼈다.


인쇄소에서 어련히 알아서 찍고, 서점에 보내고, 팔아줄 걸, 수고롭게 그 먼 데까지 가느냐,는 사람들도 있었다. 천만의 말씀. 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는데 아내만 산부인과에 보내 ‘알아서 낳고 와’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내 아이가 아내의 자궁을 빠져나오면서 냈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찡했다.     


내 책은 이렇게 만 3년 집필 끝에 세상에 나왔다. 인쇄소 반장과 대표께서 책 표지와 띠지를 돌돌 말아 노란 고무줄에 묶어 선물이라며 건넸다. 막내 아이를 받아 든 것처럼 경건하고 숙연하게 받아들었다.


책을 낸다는 건 ‘무형의 내 영혼을 유형화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내 영혼의 이야기가 활자로 태어나던 그 날, 나는 또 하나의 결심을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리라. 무엇이든 계속 쓰겠다고. ‘슬기로운 기자생활’ 동생을 만들겠다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등장한 나의 슬기로운 기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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