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던 날, 우리 동네는 비가 내렸다

코로나 1천 명 시대, 잠시만 멈출 순 없을까

by 류재민

첫눈이 왔습니다. 서울과 인천에 왔고, 강원도 춘천에도 왔습니다. 경기도 수원에도 내리고, 충북 제천에도 내리고, 충남 청양도 하얀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중부와 경북 내륙에는 올겨울 첫 대설특보가 내려졌습니다.

제가 사는 충남 천안에는 눈 대신 비가 왔습니다. 같은 충남이라도 지역에 따라, 내륙과 산간, 방위에 따라 눈이 온 곳도 있고, 비가 온 곳도 있습니다. 이 좁은 땅에 날씨의 변화는 천차만별입니다.


눈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늘 같은 날이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울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밤이 되면서 도로가 얼어붙고, 내일 출근길 걱정을 하느라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눈이 와야 겨울인 것 같습니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몸이 아픈 나이가 되다 보니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기분도 축 가라앉고 말이지요. 종일 구들장만 베고 있기 갑갑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오긴 했는데, 비가 오니 딱히 행선지 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일단 차를 세워놓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주차장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한 바퀴 한 바퀴 돌던 걸음이 20분을 넘고, 30분을 넘었습니다. 어느새 빗소리가 멈췄습니다.


주차장 밖으로 나와 단지 외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날씨는 여전히 흐렸고, 음산했고, 쌀쌀했습니다.


길 위에서 반가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인간 친구가 아닌, 자연 친구들입니다. 새빨간 산수유 열매를 만났고, 빗방울 맺힌 키 작은 소나무를 만났고, 종종걸음으로 나무 사이를 오가는 박새 한 마리도 만났습니다. 그들은 눈 대신 온 비를 기다렸던 양, 물기를 담뿍 머금고 활기찬 모습이었습니다. 천지간 인간사회도 저렇게 활기찼으면.


첫눈은 사람들 마음을 설레게 만들지만, 설렘보다 두려움과 긴장으로 뒤덮인 하루였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을 넘어섰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올라가면 일상생활 전반에 제약이 따릅니다. 사실상 집에서만 있어야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습니다.


3단계로 올리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해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방역에 실패한 정부를 탓하는 댓글도 숱합니다. 지금은 누굴 탓할 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부 방침에 협조하고, 국민 한 명 한 명이 보다 적극적으로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합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스키장이나 눈썰매장, 스케이트장에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집에서 ‘홈트’로 하고, 집에 있기 갑갑하다면 저 마냥 기분 좋은 노래가 들려 나오는 이어폰을 꽂고 걸으며 새도 보고, 나무도 보면서 기분 전환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 작은 나라에도 눈 오는 지역이 있으면, 비가 내리는 지역도 있습니다. 태풍이 와도 피해가 심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아니 지구 상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습니다.


첫눈을 즐기고, 눈밭을 뛰노는 건, 코로나 사라진 다음 겨울에도 할 수 있습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잠시만 ‘멈춤’해요, 우리.


내일은 또 다른 새로운 한 주의 시작입니다.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파이팅하세요.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사샤슬론(Sasha Sloan)’의 <Is It Just Me?>입니다.

*영상출처:사샤슬론 신곡 / � 나만 그런 거야? / Sasha Sloan - Is It Just Me? Lyrics / [가사해석/자막/해석] - YouTube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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