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라는 말도 미안해서

송파 세 모녀, 방배동 김 씨 모자, 다음은 누구

by 류재민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을 걸 그랬습니다. 기사를 통해 그들의 비참한 소식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기사를 다 읽고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우리 엄마가요. 휴대폰으로 글자 읽고 있다가요. ‘내 팔이 안 움직여’ 이러고 쓰러졌어요.” 발달장애가 있는 최모(36)씨가 옆으로 쓰러지는 시늉을 하며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요, 파리가 날아들고요, 애벌레가 생기고요, 제 방까지 애벌레가 들어왔어요.”

‘진짜일 수도 있겠다.’ 12월 3일, 서울 동작구의 한 식당에서 최씨와 마주앉아 있던 사회복지사 A(53)씨의 머릿속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경찰과 함께 달려간 최씨 집에는 정말로 최씨 어머니 김모(60)씨가 숨져 있었다. 동작구 이수역 근처에서 노숙하던 최씨에게 복지사가 손을 내민 지 한 달만이었다.
2020년 12월 14일 <한국일보> 보도 中

발달장애인을 자주 만나는 언어재활사인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아들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왜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을까?” 아내는 두 가지 경우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낙인찍힐까 봐 일부러 장애 등록을 하지 않는 보호자도 있고, 드물지만(장애 등록 절차나 방법을) 몰랐을 수도 있어.”


김 씨가 숨진 지 반년 만에 발견된 것을 두고 복지 사각지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억하나요?우리는 이미 6년 전 서울 송파구에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목도했습니다.

세 모녀는 지하 셋방에서 살면서 질병을 앓고 있는 것은 물론, 수입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해 12월 ‘송파 세 모녀 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및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유사 사건은 잇따랐고, 그때마다 국가와 자치단체, 그 어떤 사회보장체계도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캡처.

요즘 SBS 금토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을 즐겨 봅니다. 현직 기자와 변호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법정 드라마로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거기서 이런 대사들이 나옵니다.

(장면 1)변호사: 당시 경찰서에서 아들 김두식을 접견한 적이 있나요?
김두식 어머니: 접견이 무슨 뜻이에요?
(장면 2) 박삼수: 엄마, 교도소에서 7년 살았지?
박삼수 어머니: 응
박삼수: 1심에서 7년 나온 거야?
박삼수 어머니: 응
박삼수: 항소 안 했어? 변호사는?
박삼수 어머니: 항소가 뭐야? 돈이 어딨어 변호사를 불러.


드라마의 한 장면이지만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돈 없는 사람들은 몰라서 혜택을 못 받고, 돈 있는 사람들은 편법까지 동원해 특혜을 받는 사회입니다.


숨진 김 씨는 2005년 뇌출혈 수술을 받았고, 2017년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작년에는 공공일자리 중 하나인 ‘모기 보안관’ 일을 하며 6개월에 120만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강남(서초구 방배동)은 부촌인 줄만 알았던 저 자신도 참 무지하고, 몽매했습니다. 그래서 애도라는 말도 미안합니다.

우리는 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넘어진 자리에서 거듭 넘어지는가. 우리는 왜 빤히 보이는 길을 가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도루묵이 되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우리는 왜 이런가. 2020년 5월 7일 <한겨레> 김훈의 ‘거리의 칼럼’ 中

올해 겨울 코로나와 한파에 ‘나 홀로 가구’나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고독사가 계속될까 걱정입니다. 부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보다 촘촘해졌으면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김보경이 부릅니다. <혼자라고 생각 말기>


*영상 출처: 혼자라고 생각 말기 - 김보경.20180421 - YouTube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눈 오던 날, 우리 동네는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