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장기 복용 약처럼 달고 살 것

설 선물을 받다 갑자기 든 생각, 난 자격이 있나

by 류재민

일 년에 두 번인 명절마다 마음을 보내오는 분이 계십니다. 변변한 도움을 드린 것도 없는데, 오래전 인연을 잊지 않고 때마다 선물을 보냅니다. 고마움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럴 때마다 연락드리네요. 죄송합니다.” 매번 같은 말에 답변도 같습니다. “살다 보면 그렇지 뭐.”


마음을 나눈다는 건 정(情)을 나눈다는 거겠죠. 정(情)은 초코파이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항상 곁에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그게 바로 정 아닐까요?

기자들은 '김영란법'도 그렇거니와 취재원과 '관계' 때문에 명절 선물 하나 받는 것도 부담입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을 보내는 쪽도 법에 저촉되지 않거나 부담이 덜한 선에서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약소하지만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까지 차마 거절하긴 어렵네요.


청와대에서도 명절 때마다 대통령 명의로 선물을 보냅니다. 기자들한테만 보내는 건 아니고요. 각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과 사회적 배려계층에 보냅니다. 올해 설 명절에는 1만 5천 명한테 보냈다고 합니다.



이러다 느닷없이 드는 생각. 나는 얼마나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했나. 대통령 선물을 받는 게 떳떳할 만큼 취재와 기사 쓰기에 충실했나. 청와대 출입기자랍시고 어깨에 잔뜩 힘만 주고 다니진 않았나. 급 ‘고해성사’ 모드로 진입했습니다.


어쩌면 직업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병적이라도 이런 고해성사는 장기 복용 약처럼 달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유석 판사가 쓴 <개인주의자 선언>에서도 법관으로서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감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법관의 일을 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마음을 무겁게 할 때가 많다. 게다가 언제부턴가 어쭙잖은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여기저기에 쓰기까지 이르렀다.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다. 살아가며 일하며 만나는 불합리한 일, 안타까운 일, 분노하게 만드는 일에 대해 글을 쓰고 나면 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모두는 결국 개인과 개인이 모여 사는 ‘사회’에 관한 생각들이다.


어떻게 하면 제가 받은 마음과 정을 돌려드려야 할지 고민하겠습니다. 그 고민은 ‘좋은 글’로 보답하는 일이겠지만. 명절 연휴 푹 쉬세요. 코로나 때문에 어딜 못 가니, 저도 책이나 보면서 충전하겠습니다.


하현우가 부릅니다. <태양처럼>

*영상 출처: 하현우(Ha hyun woo) - '태양처럼' LIVE full ver.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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