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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Aug 13. 2022

여전히 나의 처세술은 많이 부족하다.

인간관계

   얼마 전 사회에서 알게 된 후배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주로 서로의 사업 이야기를 나눴다. 후배의 사업은 매출이 해마다 감소하고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많이 답답해했다.


   후배의 상황이 어떤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현 상황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등을 들으면서 이 친구는 이 사업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직원으로서의 역할은 훌륭했지만, 사장으로서는 물음표에 가까웠다.


   전에 사장 밑에서 오래 일을 해왔고 나쁘지 않은 실력을 가졌다. 독립한 뒤 사업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해마다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업계 현황은 예전보다 쉽지는 않지만 여전히 괜찮다.) 후배는 지금 존폐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사실 이 고민도 1년째 하고 있다.


   이제야 뭐라도 해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하고 노력도 하는 것 같지만,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한 예로 이 더운 여름에 첫 고객이 도착해야 에어컨을 켠다는 그의 굽히지 않는 절약정신부터가 사용자(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는 본인의 사업 특성과는 전혀 맞지 않아 보인다.


   개인 사업에서는 자신의 가치관이 사업에 투영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업과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생각과 태도에 여전히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 사업은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 후배뿐만 아니라 사업이 어려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신이 파는 '상품만 멀쩡하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꽤 무심함을 보인다. (그 상품조차 멀쩡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 후배도 사업이 어려운 이유를 계속 외부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예전에도 몇 차례 조언과 힌트를 준 적이 있는데, 그에겐 변화가 없었다. 다시 말을 해도 알아들을 것 같지 않았고, 기분만 상하게 만들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알아들을 만한 사람이었다면 이미 알아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친구는 나와의 대화에서 다른 사람(나)도 힘들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라도 다들 힘들다는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잘못은 없음을 확인하여 그렇게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죽는소리 좀 하고, 우리 이제 어쩌냐는 말도 좀 했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남은 아니었나 싶다. 그것이 후배가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고 나를 만난 진짜 이유였던 것 같다. 여전히 나의 처세술은 많이 부족하다.


   후배의 부정적인 태도와 생각이 나에게도 전염(?)될 것만 같아서 빨리 헤어지고 싶었다. 같이 밥을 먹는 내내 불편했다. 이해는 되고, 안타깝긴 했지만, 나는 당분간 이 후배에게 연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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