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미스트 Oct 12. 2022

청소 힘들어하는 직원을 해고했다.

로봇청소기, 로청, 로보락

   내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는 나다.

   부장도 나고, 과장도 나이며, 대리도 나다. 창업할 때 들어온 막내 사원이 여전히 있는데 그도 나고, 청소하는 직원도 여전히 오랫동안 일하고 있다. 나다.



   나는 1인 기업을 하고 있다.

   16년이라는 오랜 기간 혼자서 모든 일을 하다 보니 나는 '최적화, 매뉴얼, 자동화, 그리고 넛지' 같은 단어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를 일한다.

   일하는 시간은 짧은 편이지만 업무 강도가 다소 높은 편이다. 몸 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예전보다 회복되는 속도가 조금씩 더뎌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한 주간의 일을 마치고 사업장 청소를 할 때에는 꽤 몸이 지쳐있음을 느낀다.


   '보약 한재 지어먹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일을 더 하기 위해 몸을 강화시키겠다는 생각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발전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청소를 힘들어하는 직원을 해고하기로 했다.

   1인 기업에서 청소 직원 역시 나이기 때문에, 나는 이제 청소를 그만두겠다는 말이다.


   청소업체에 맡겨볼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업체의 직원이 오게 되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내가 나타나야 하고, 자리를 비우고 외부인에게 내 공간을 맡기고 나갈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대로 바꾸기 어려운 약속들이 생긴다는 것은 여간 거추장스러운 일이 아니다.


매번 정수기 점검 일정 맞추는 것도 번거롭다.


   그래서 그동안 청소를 직접 해온 것이다.

   한 주의 일을 마치고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고 나면 어딘가 개운하고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이제는 좀 힘이 든다.


   시간 약속을 하지 않아도(마음대로 바꿔도) 되고, 내가 자리를 지킬 필요도 없으면서 청소가 되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로봇청소기(내돈 내산)

   적지 않은 돈을 지출했지만, 솔직히 사람을 쓰는 것보다 여러 모로 편하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시간 약속을 하지 않아도 되고, 청소를 시키고 나갈 수도 있으며, 꽤 청소도 잘한다.


   일주일에 한 번 청소하던 것을 이제는 2~3번으로 늘렸다. 그래도 로봇청소기는 불만이 없고, 임금 인상도 없다. 고장이 나서 1년마다 교체를 한다고 해도 남는 장사다.


   로봇청소기는 알아서 청소를 하고, 장착된 물걸레도 자동으로 빨고, 빨아들인 먼지도 비울 필요도 없이 먼지통으로 알아서 옮겨 놓는다. 막상 써보니 더 일찍 살 것을 그랬다.


   오늘은 청소하는 날이다.

   그래서 퇴근을 하면서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고 퇴근한다. 회사의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씩 해고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