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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Feb 14. 2023

그 목표는 어서 이뤄져야 할까?

지금 이 순간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세수를 한다.

   어둠에 적응했던 시야는 갑자기 밝아진 불빛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게 된다.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아, 나이가 들었다. 

   전에는 나이 들었음 알았다면, 오늘은 나이 들었음을 깨달았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느껴지는 깊이가 다르다.


   예전에는 '나중에...'라는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당시'의 나와 '나중'의 나는 차이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니, 다르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그대로이고, 목표하거나 바라는 결과만 얻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30대까지만 해도 나는 '나중에~'라는 생각을 무심코 했다. 40대라는 완충지대가 있어 30대에는 체감을 못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40대라는 완충지대를 지나는 나의 다음은 생각지도 않던 50대이다. 그다음엔 60대를 시작으로 노년기에 접어들 것이다. 그 노년기에는 나중을 확신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노년이 되면 사람이 위축되기 쉬운가 보다.)


   젊음은 매년 자동인출 되고 있다. 

   어느새 내 젊음의 곳간도 비워지고 있음을 40대 중반인 요즘에서야 '체감'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정규분포 곡선의 그 꼭대기 어딘가를 지나 어느새 기울기의 방향이 아래로 바뀌어 있다.


   나는 지금 목표로 하는 무언가를 얻게 된다면 아마도 나는 50대에 가있을 것 같다. 어제만 해도 나는 그 목표가 어서 빨리 이뤄지길 바랐다. 


   하지만 이제는 다를 것 같다. 

   목표가 꼭 이뤄지는 시간 동안 내 젊음도 같이 타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목표는 어서 이뤄져야 할까?

   그 목표라는 것이 지금 이 순간보다 소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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