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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Nov 05. 2023

피니멀리스트 : 경제적 자유가 있는 미니멀리스트

Financially Independent Minimalist

   얼마를 모아야 FIRE 아니 은퇴를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답은 다양했다. 20억, 10억, 30억, 또 어떤 이는 5억만 있어도 할 수 있다 한다. 심지어 '많아야 한다 적어도 된다'를 가지고 논쟁도 벌인다.


   4% 룰에 따르면, 1년 생활비의 25배를 확보하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1년 생활비를 4000만 원으로 맞춘다면, 10억으로 발생하는 투자이익을 핥아가며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다. 이론에 따르면 그렇다.)


   풍요로운 생활을 바란다면 만들어야 할 은퇴자금은 더 많아야 한다. 반대로 생활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은퇴자금이 많을 필요가 없어, 더 일찍 경제적 자유를 맞이하거나 더 오래 심리적 금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나는 이 양자택일의 문제를 하나로 통합한다.

   은퇴자금은 더 키우고, 생활비는 더 줄이는 것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되어 경제적 자유의 시작이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은퇴자금

FIRE 가능 지수   =    ------------  X 투자 수익률

                                        생활비


   분자는 더 크게, 분모는 더 작게 한다.

   이것을 구체화하는 방법은 '자본주의'(기술)를 잘 활용하고 '미니멀 라이프'(태도)를 지향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아 후회하는 것이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면서도 자본주의가 뭔지도 (사실 지금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르고 살아왔다.


   구 신사임당 현 주언규 님은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는 시간을 벌기 위해 돈을 도구로 쓰는 시스템이다.”


   과거의 나는 정반대로 살았다.

   돈을 벌기 위해 내 시간을 도구로 썼다. 내 소중한 시간(몸)을 내주고, 값싼 돈을 얻어왔던 것이다.


   내 시간과 몸(노동)은 기업에 이용되었고, 기업은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그만두지 않을 정도?)만을 노동자인 나에게 떼어주고, 일하는 현장에 없던 투자자에게 이익을 환원한다.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자금을 대고, 노동자를 섭외해 일을 시킨다. 벌어들인 이익에서 노동자들에게 수고비를 떼어주고 나머지는 주주들에게 환원된다.


   노동자들은 받아온 수고비로 저축하고, 소비를 한다.

   은행은 저축한 노동자들에게 이자를 조금 내주고, 비싼 대출이자를 붙여 다시 노동자들에게 대출상품을 판다. 은행은 이 예대마진으로 투자자들과 분배금 잔치를 벌인다. (나는 저축보다 은행주식으로 눈을 돌렸어야 했다.)


   기업은 온갖 매체에 광고를 심어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인기쟁이들 한둘 섭외해서 트렌드도 만든다. "왜 유명한지 모르겠는데 유명하다니 나도 일단 산다"는 분위기를 만든다. 사람들은 여기에 무지성으로 돈을 쓴다.


   광고는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반복은 장기기억으로 전환되고, 점점 내 무의식 깊숙이 파고든다. 욕망은 필요가 되고, 필요는 필수가 되어간다. 그렇게 무언가에 홀린 개인이 지출한 돈은 다시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고, 그 개인은 다음 달 빈주머니를 채우러 다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오른다.


   나는 이런 삶의 궤도에서 이탈을 꾀하고 있다.   

   나라의 GDP는 신나게 올라가겠지만, 개인으로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참으로 피곤한 삶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가라는 대로 떠내려 가다 보면 어느 날 폭포 직전에서야 정신이 번뜩 들 것이다.


   나는 기업에 취직하지 않고, 기업을 만들어 이익을 전부 내 것으로 한다. 그리고 그 이익을 투자하고 최소한으로 소비하려고 한다. 광고되는 물건을 사는 비가역적 선택보다, 언제든 그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는 열린 선택권을 쥐려고 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자산(도구)을 산다.

   그 자산은 나에게 돈을 벌어다 줄 것이고, 그만큼 나는 내 시간과 몸을 덜 소모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야금야금 '시간을 벌기 위해 돈을 도구로 쓰는 시스템'을 구축해 간다. 이 자본주의 시스템이 나의 24시간을 보장해 줄 때가 나의 경제적 자유가 있는 은퇴가 될 것이다.




   지금의 내 나이가 대략 대한민국 중위연령이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과 비슷하게 늙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내 기대수명을 90세로 본다면 45세인 나는 여름의 끝과 초가을의 시작에 있다.


   나도 가을 겨울에 다가가고 있는데, 국가도 가을 겨울로 가고 있다. 파도의 방향과 조류의 방향이 서로 같다. 풍요로운 국가에 노년을 기대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을 것만 같다.


    컵에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물이 절반 찼을 때 마시지 말고, 한 컵이 찼을 때도 마시지 말고, 한 컵을 가득 채우고 흘러넘치는 물을 혀로 핥아 마시라는 말이 있다.


   나는 가능한 컵에 두 방울 세 방울씩 떨어지게 하고, 한 방울만 핥아마시려고 한다. (저렴한 못난이사과만 먹게 해서 와이프에게 미안하지만,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이게 최선이다.)


   나는 피니멀리스트다.


경제적 자유가 있는 미니멀리스트, 피니멀리스트

Finimalist

Financially Independent Minim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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