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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an 19. 2024

46세, 그러나 혈관나이 39세

아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오전에 치과에 갔다가 고등학교 동창의 부모님을 우연히 만나 인사를 드렸다. 나에게 '우리 00는 이제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데, 자네는 많이 젊어 보인다'는 덕담을 하셨다.


   가끔 30대 때 사진을 보면 지금의 내 모습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인다. 부은 얼굴에, 살이 쪘고, 지금 보다 머리숱은 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낯빛이 좋지 않았고, 눈도 맑지 않았다. 머리만 까맣지 관리 안 한 50대 아저씨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때는 몸의 이상신호를 젊은 혈기로 눌러버리곤 해서, 몸이 망가지고 있음을 잘 캐치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지금처럼 관리를 했다면 30대를 그렇게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건 내 몸을 혹사했던 그 시기를 큰 질병 없이 잘 넘겨 감사하다.


   건강관리의 필요성은 건강해지고 나니 더 절감하게 된다. 건강이 나빠져서 느꼈던 관리의 필요성은 계기가 되었을 뿐이고, 건강해지고 나서의 느끼는 관리의 필요성은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이 되었다.


   나는 '생명'의 기회를 이 몸으로 받아서 태어났다. 내 몸이 없었다면 '산다'는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 몸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내 몸에 깃든 '살아봄의 기회'를 잘 살린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그래서 내 몸을 잘 관리한다는 건 '내 존재를 지키는 것'처럼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이 몸 하나 요긴하게 잘 '활용'하며 살다가는 거다. 밥벌이니, 인간관계니, 소유나 고정관념에 대한 집착 같은 삶의 수단과 현상을 '과하게' 중시하기를 반복하는 나의 어리석음은 부끄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방학이 되어 아들이 집에 있다. 여전히 입시사교육은 시키지 않기에 집에서 적당히(?) 공부하는 집돌이 아들은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방학매뉴얼을 가동한다. 아침을 먹고, 우리 가족은 달리러 나간다. 아침 햇빛 보며 달리고 걷기를 반복한다.


   달리기에 맛을 들인 와이프도 동참한다. 작년에는 아들이 일정구간을 끝까지 뛰도록 유도를 했는데, 올해는 달리지 않아도 그대로 두기로 했다. 뛰고 싶으면 뛰고, 걷고 싶으면 걸으며 완주만 한다. 혼자 걷거나 달리면서 자기만의 명상의 시간을 갖는 장점이 있다.


   그러고 보면 사는 건 어찌어찌 살아진다. 아들이 100점짜리 성적표를 가져오지 않아도 좋다. 나중에 부자가 되건 아니건 '삶의 수단과 현상을 과하게 중시하는 아비의 어리석음' 반복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다만 아들에게 시대가 바뀌어도 유효한 '좋은 습관'을 실천하기를 늘 바란다.


   올해 건강검진 결과 혈관나이가 내 나이보다 더 멀어졌다. 46살인데 혈관나이가 39세란다. 전보다 간수치니 뭐니 하는 여러 지표들이 전부 좋아졌다. 숫자로 된 성적표를 받을 일 없는 중년의 아저씨에게 이렇게 반가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아들은 아빠보다 더 좋은 건강 성적표를 받으면 좋겠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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