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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an 22. 2024

애플 투자자가 전망하는 비전프로

Apple vision pro

   고등학교 친구 광팔이의 시골집에 놀러 갔을 때 녀석의 방에 있던 삼보컴퓨터를 보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왜냐하면 98년도 당시 그 컴퓨터의 가격이 300만 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물론 광팔이가 컴공과에 갔기에 컴퓨터를 산 것도 있지만 당시 공무원이셨던 친구 아버지의 월급으로 그걸 산다는 건 나로서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술쟁이 겜돌이 이 자식은 그걸로 게임만 하다가 학사경고를 거듭했다.ㅋㅋ)


   25년 전 300만 원과 지금의 300만 원, 같은 금액이지만 그때의 300만 원이 훨씬 더 많은 교환가치를 가졌다. 지금의 300만 원도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요즘 애플 비전프로가 세간의 관심에 오르고 있다. 언론기사와 댓글에는 기대와 우려 모두 존재한다. 우려의 대부분은 비싼 가격과 무게감이다.


   우선 이 비싼 걸 누가 사냐는 것이다. 그런데 오래전 공무원이었던 광팔이 아버지도 300만 원이 훌쩍 넘는 컴퓨터를 아들에게 사줬고, 40년 전 무려 200만 원이던 카폰도 삼촌은 샀다.


   하지만 지금은 동네 꼬마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컴퓨터와 휴대폰이다. 가격도 낮아졌고, 크기와 무게도 점점 더 작아졌다.


   그런데 비전프로는 어떻게 될까?


1/ 너무 비싼 가격은


   테슬라가 1억이 넘는 모델 S에서 출발해서 점차 모델 3 모델 y로 내려왔듯이, 원래 하이엔드 모델을 먼저 출시해서 시장 반응을 이끌고 점차 저가형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판매대수가 많아질수록 원가를 낮출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시장 반응을 읽고 있는 애플은 어떤 기능을 선택하여 저가형 모델(비전 에어)을 내놓을 것인지 이미 여러 시나리오를 만지작 거리고 있을 것이다.


   고가 논리로만 따지면 포르셰나 에르메스 등의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어졌을 것이다. 오히려 요즘 같은 인정욕구가 넘치는 세상에서 이 손 뻗어 볼 만한 가격은 되려 사람들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언젠가 스타벅스에 앉아서 비전프로 끼고 혼자 고개 돌리며 앉아있는 얼리어답터들과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을 받게 되어있다. 나라면 저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몹시 궁금할 것 같다.


2/ 무게는


   벽돌만 한 거대한 휴대폰도 손바닥만 하게 만들어 너도나도 들고 다닐 정도로 발전했다. 그때는 불편한지도 모르고 살았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온 것을 보면, 사용자 경험만 확실하다면 무게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가끔 자동차 커뮤니티나 신문기사와 그 댓글들을 보면 유난 떠는 사람들이 있다. 대형 세단을 타고도 승차감 때문에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한다. 그런 이들은 시끄럽긴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비평가들은 굳이 비평거리를 찾아야 하는 게 그들의 밥벌이다.)


   관건은 그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일 것 같다. 무거운 휴대폰으로도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과 즉시 통화할 수 있는 경험을 했고, 우리는 그걸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기술은 멈추지 않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3/ 언론과 댓글


   애플 비전프로를 위한 앱이 없다는 기사를 봤다. 아무리 비전프로라고 해봐야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의 전용앱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란다. 당연하다. 개발자들이 아직 제대로 사용도 못해본 기기에 무슨 앱시장이 벌써부터 열리겠는가?


   정말 궁금하다. 기자의 함량미달인지, 아니면 무슨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기사를 쓰는 것인지 말이다.


   비전프로는 VR 기기가 아닌 공간컴퓨팅 기술이다. 굳이 비전프로 전용앱이 없어도 된다. 사파리에서 구동되는 프로그램은 비전프로도 컴퓨터이기 때문에 당연히 구동된다. 로그인도 애플 사용자는 착용 전 페이스 아이디 인증하면 추가 인증이 필요없이 클라우드 체인으로 자신의 기기에서 간단히 로그인 할 수 있다.


   다만 모니터로 볼 것이냐, 혼합현실로 볼 것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좁은 집에서도 '세상에서 제일 큰 화면'을 보면서 말이다. (집값(집이 좁아질 수록)과 비전프로의 판매대수는 비례할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새로운 앱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고도 기존 애플 생태계를 활용해서 시장을 만들고 확장하는 애플의 이런 전략이야말로 정말 무릎을 치게 한다.


   애플에 장기 투자하는 입장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애플 관련 기사(특히 한국)를 보면 애플은 10번은 넘게 파산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두려움과 걱정에 쉽게 반응하는 것이 인간의 생존본능이고 기자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해 기사쓰기를 좋아한다. 벌써부터 수리비가 얼마라는 둥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전용앱 개발 계획이 없다는 등의 기사가 이어진다. 이미 참여한 기업들 이야기는 쏙 빼놓는다.


   작년에 테슬라 폭락당시 목표주가 하향 의견을 내며 하락에 부채질한 모 투자은행은 그때 테슬라 주식 보유량을 10% 늘렸다. 그 매물은 누가 던졌을까? 겁에 질린 개미들이다.


   얼마 전엔 시총 1위를 내줬고, 애플 전성시대도 끝난게 아니냐는 글이 또 올라왔다. 시총 1위가 아니면 사업을 접고, 성장도 안하는가?


   정말 언론도 아니다.


You are not alone.


ㅋㅋㅋ

피넛칩쿠키 맛있다.  


   나는 비전프로가 성공할 거라고 믿는다.


   애플은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플은 이 비전프로를 출시하기까지 5,000여 개의 특허를 쌓아오며 기술적 해자 mot 를 구축했다. 그리고 애플의 거의 모든 제품을 쓰면서 그 매끄럽게 이어지는 seamless 경험을 즐기는 자로서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된다.


   나는 애플의 사업방식 때문에 애플에 투자한다. 애플은 굳이 퍼스트 무버가 되려고 하지 않고(이런 건 쓸데없이 주가에 거품만 낀다), 충분히 준비를 거쳐 한방에 시장을 장악하는 퍼스트 스케일러 전략을 갖기 때문이다. 나는 이게 좋다.


   그렇게 비웃던 콩나물(에어팟)은 웬만한 중학교 애들도 귀에 꽂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무슨 애들이 30만 원이나 하는 이어폰을 산단 말인가? ㅎㅎ 애플은 사업 참 잘한다.


   요즘 애플은 자동차에 대한 특허를 계속 쌓아가고 있다.


https://brunch.co.kr/@jaemist/384

https://brunch.co.kr/@jaemist/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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