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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an 30. 2024

연봉별 팬티 계급도?

같은 소리하고 있네

   돈으로 안 되는 것 빼고는 돈으로 다 된다. 돈이 만능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돈이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자급자족과 물물교환 시대의 불편함을 해결한 것이 화폐이며, 요즘 시대에 돈이 있다는 것은 필요하거나 원하는 물건과 서비스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 돈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돈을 벌면 벌수록 소비 욕구가 사라져 간다. 지금도 딱히 가지고 싶은 것이 없다. 아, 더 갖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건 자산이다. 그거 빼고는 뭐 별거 없다. 돈 쓰는 거라 봐야 가끔 밥이나 커피 사 먹는 정도?


   요즘 겨울엔 청바지 두벌, 기모후드티 두벌, 신발 두 켤레, 경량 숏, 경량 롱, 그리고 두꺼운 롱패딩 세벌이 전부다. 유니클로 모자도 하나 있다. 나는 옷도 유니클로 아니면 JAJU에서 사 입는다. 운동화도 반값 된 창고정리 나이키 러닝화면 만족한다. 시계는 전자시계를 차고, 안전을 위해서 차만 제네시스(현 주행거리 12만 킬로)를 탄다.


짱짱한 청바지 두벌이 단돈 8만 원이라니!!!!


   같은 값이면 수입차를 탈 수도 있겠으나 수입차를 다시 타지 않는 이유는 시간 낭비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아무 때나 아무 블루핸즈에 가도 착착 고쳐주는데, 수입차는 서비스센터도 멀지, 예약해야지, 예약 대기 해야지 서비스 당일에는 대기실에서 하세월을 보내야 한다.


   나는 돈보다 시간이 더 아까운 사람이므로 수입차는 타지 않는다.


   금붙이 같은 액세서리는 단 한 개도 없다. 아, 어금니에 금이빨이 좀 있긴 하다. 그래 그걸 금 액세서리라고 하자. ㅋㅋ 그러네 나는 금붙이가 있는 사람이었다. 입을 쩍 벌려야 보여줄 수 있지만 ㅋㅋ. 아, 결혼 예물이었던 반지는 이미 녹여서 와이프님께 상납했다.


여름 바지 + 가을 바지 = 겨울 바지


   SNS에서 무슨 시계나 자동차의 연봉별 계급도를 볼 때가 있다. 심지어 팬티 계급도라는 것도 있었다. 연봉 얼마 이상이면 무슨 시계까지이며, 차는 연봉 얼마부터 벤츠를 탄다느니 한다.


   그런 피라미드 형태의 도표를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물론 사람마다 소비 성향이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런 것을 보면 솔직히 우습다. 소비를 기준으로 사람들의 경제력을 판단하는 사람이 만든 생각일 것이다.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실제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돈을 딱히 그런데 쓰지 않는 이유는 언제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내어주기만 하면 알아서 등록까지 마쳐 내 앞에 차를 가져다줄 것이고, 결제만 하면 점원의 친절한 태도를 즐기며 내 손목에 명품 시계를 내 어깨에 명품 코트를 얹을 수 있다. 다만 나는 내 기회(돈)를 그런 것과 교환하지 않을 뿐이다.


알커피 도시락, 정수기 물만 부으면 스타벅스인거다. ㅋㅋ


   사는 동시에 감가상각이 시작되고, 교환가치는 계속해서 줄어든다. 그 돈은 이제 다른 것과 등가 교환할 기회가 영영 사라졌다. 특히 돈을 자산으로만 바꿔놓는다면 복리가 작동을 거듭하다, 언젠가 매달 그 시계 하나씩 뱉을 것이고 차 한 대씩 뱉어낼 것인데 말이다.


   돈을 아끼고 안 쓰는 게 아니라, 그 살아있는 기회를 여전히 손에 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하지 않으면 다른 것으로도 바꿀 수 있는 기회, 자산으로 바꿀 기회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물론 쓰고도 남는 투자 소득으로 소비하는 건 문제가 없다. 다만 내 노동으로 번 돈으로 돈 구멍을 메워야 하는 거라면 더 오랜 기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이다.


   나는 명품이 급하지 않고, 멋있게 보이는 것에 전혀 간절하지 않다. 그걸 어서 손에 넣고 싶지도 않고, 남들에게 나 돈 있다고 자랑할 이유도 없다.


   바라는 게 있다면 20년 30년 뒤에도 지금 매일 먹고 있는 신선한 샐러드, 유기농 당근, 유기농 달걀 같은 건강한 식재료들을 계속 먹을 수 있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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