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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Feb 14. 2024

왜 양아치들은 목욕탕 평상에 옷을 벗어 놓을까?

왜 진료실에서 반말을 들어야 하는가?

   와이프와 아들이 대학병원에 다녀왔다. 아이의 정기진료가 있었고, 진료를 마치고 걸려온 전화에서 와이프는 의사의 시종일관 반말에 불쾌함을 느꼈다고 한다. 앞으로 아이의 치료에 방해가 될까 걱정하는 어미의 마음으로 참은 모양이다.


   물론 40대인 와이프보다 나이가 많은(50대 초중반) 교수였기도 하지만, 상식적으로 의사와 성인인 보호자 간의 대화에 반말을 하면(지껄이면) 그건 좀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교수는 왜 그러는 걸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역 의료원에서 어깨 MRI를 찍은 적이 있다. 진료실에서 처음 만난 의사는 '정확히' 나를 향해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지?" 마흔도 넘은 나에게 말이다. 무표정으로 의사를 잠시 바라봤고, 의사는 이내 눈치를 챘는지 딴청 부리며 존댓말 모드로 변경했다. 얼떨결에 대답을 했다면 계속 반말을 들어야 했을 거다.


   그리고 지난달에 갔던 지역 대학병원에서는 나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30대 의사는 나에게 손아랫사람에게나 할만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어이가 없었고, 의아했지만 그 30대 어린 교수는 일상인 듯 혼자 히죽 웃고 넘어갔다.


   나이가 많건 적건, 어떤 모습이건 한낱 환자의 입장으로 진료의자에 앉아 자신의 말 한마디에 겁먹은 어린양처럼 앉아있으니 상호허겁을 잊은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유명하시다고, 실력 있으시다'고 추앙받으니 뵈는 게 없는 우월감을 느끼는 걸까?


   꼼짝 못 할 것 같은 상대 앞에서 아무렇게나 하는 행동, 그걸 즐긴다는 면에서 바바리맨과 다를게 뭘까?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의 표현을 인용하여 '상호허겁 相互虛怯 (mutual cowardice)이 인간을 평화롭게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서로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관계가 생태계에 최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저 사람은 갈 곳이 없다.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라는 신호가 보이면 경쟁 서열 집단에서는 조심성이 사라집니다. 상대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선다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입니다." <송영길 저, 시대예보>


   아, 문제를 삼아 공론화된다면 그러겠지, "친근하게 대하려는 마음에 말이 그렇게 나갔을 뿐 전혀 무시할 의도는 없었다. 오해가 생긴 것에 대하여 유감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뭐 정치인들이나 뭐나 우리나라는 '유감'이라는 말 한마디면 사과한 것도 아니고 인정한 것도 아닌 되게 애매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마법의 표현이 있긴 하다.




   동네 목욕탕에 가면 남탕에 양아치가 몇 마리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건 목욕탕 평상에 반듯하게 놓인 옷을 보면 알 수 있다. 대개 이 옷들은 브랜드 옷이 많으며, 속옷조차 비싼 브랜드다.


   ‘널찍하게 펼쳐 있는’ 옷 위에는 지갑이나 폰, 시계 담배도 당당히 올려져 있기 때문에 근처에 가기도, 근처에 앉지도 못하겠다.


   목욕탕 평상도 공공장소라면 공공장소인데, 아무렇지 않게 사유화하는 건 좀 타인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는 거다. 아니 아무도 자신의 행동에 견제할 수 없단 걸 아는 거다.


   양아치의 눈빛에, 의사의 말 한마디에 지레 겁먹는 내가 바보일 수도 있겠다. (아, 의사가 양아치면 진짜 무섭겠다.) 그들이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피해를 줬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문제 삼기 어려워한다는 걸 잘 알고 제 멋대로 행동하는 것에서 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아, 모든 의사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개업 의사가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럴 리 없다. 큰 병원에 있는 '유명하신' 아주 일부 의사들이 그렇다는 거다. 그렇게 막대해도 뭐 예약이 넘쳐나는데 뭐가 무서울까? 마음껏 누리는 거지.


   뭐, 그렇다고 의사를 양아치에 비유한 게 불쾌했다면 유감이다. 그리고 나름 건달 아니 협객인데 양아치라 해서 불쾌했다면 그것도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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