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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연 Jun 19. 2019

내 생일 케익을 만드는 기쁨

Baking Myself a Birthday Cake

 


*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출장과 개인적으로 예상치 못했던 일정들로 굉장히 바빴고 브런치에 글쓰기는 물론이고 베이킹 조차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새로운 베이킹을 말입니다. 이제는 비교적 시간적 평화가 생겨났습니다.







 바쁜 일상을 구성하는 일부로 베이킹을 대하기 위해, 일주일에  1 회 이상 어떤 것을 만들어오던 시간도, 때론 현실적인 일들의 큰 산더미 앞에서는 1년의 한번 가는 휴가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모처럼 나에게 주어진 공백 같은 시간들과 어떻게 다시 균형을 이루어가며 생활할지 조금은 막막하다.

  이런저런 일로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이 지난 지금처럼,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베이킹을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내 생일 케익을 만드는 것만큼 나를 위하는 베이킹이 또 있을까. 겸사겸사, 이번 케익을 통해 백번이라도 더 만들 수 있는 레시피에 정착하고자 생일 케이크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미국에서 생일 케익은 개성이 강한 것보다는 누구나 좋아하는 맛과 모양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클래식한 옐로 케이크 베이스에 버터크림 또는 초콜릿 버터크림으로 장식하고 펀페티(funfetti =스프링클)로 장식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때로 직장에서, 또는 친구들 사이에서 생일 케익을 골라야 할 일이 있다면 나는 나서서 하기를 좋아했다. 종종 다른 사람들이 생일 케익으로 고구마 케익, 티라미수, 과일 타르트 등을 골라 오는 것을 본 경험을 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 그게 뭐 대순가 싶겠지만 나에게는 참사와도 같은 상황이다.

 살면서 홀 케익을 만들어 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매번 다른 프로스팅(아이싱) 레시피를 시도해보려고 해왔다. 프로스팅이라는 것이 기본적 재료 구성은 같지만 비율과 레시피, 그날 기온과 재료 상태,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집중력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통에 프로스팅에 대해서는 자만하지 않는다.

 가장 맛있었던 초콜릿 프로스팅은 Stella Parks의 밀크 초콜릿 프로스팅이었는데, 내가 그리는 생일 케이크를 만들기엔 초콜릿 컬러가 선명하지 않고 장식적인 아이싱 방식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같은 책에 있는 'Chocolate Fudge Frosting' 레시피를 사용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케이크 프로스팅은 버터크림이지만 이건 내 생일 케이크이고 내가 좋아하면 되는 거니까!  베이스 크림을 만들고 코코아를 더해 만드는 것과는 다르게, 초콜릿과 설탕, 우유 등을 함께 녹여 섞은 후, 믹스하며 버터를 더하는 방식이다. 녹이면서 온도를 정확하게 올린 후, 1시간가량 식혀 또 온도를 맞춘 뒤 버터를 넣어 믹스해가며 한번 더 온도를 낮춰준다.

 더워지는 서울 날씨에 슬슬 걱정이 된다. 버터를 실온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쉬워진 반면, 온도를 떨어뜨려야 하는 것은 2배 이상 시간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변수들 때문에 프로스팅은 항상 걱정하는 요소. 하지만 기쁘게도 이 프로스팅은 아주 마음에 들었고 언제든 다시 또 만들어 보고 싶다.

 케익 시트는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닐라 케익 레시피, Odette Williams의 바닐라 케익.

 내가 먹어본 생일 케익 중 가장 맛있고 신나는 케익의 레시피를 공유해본다.


그전에 생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생일날에는 본능을 거스르는일 (운동, 건강하게 먹기, 만나기 싫은 사람 만나기 등)은 모두 마음 편히 제쳐두는 것만큼 좋은 축하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RECIPE

The Best Birthday Cake


<Part 1>

Funfetti Vanilla Cake

(지름 18cm 높이 3cm 레이어 3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

from Odette William's Very Vanilla Cake in <Simple Cake> (Ten Speed Press 2019)

상기 책에서 발췌 후 번안된 레시피입니다.


Ingredients 재료

*책에 있는 실제 레시피를 2배

1. 4 tsp 레몬즙

2. 1 Cup 우유 (저지방이 아닌 Whole milk)

3. 달걀 4개, 실온.

4. 1 1/2 Cups (300g) 설탕

5. 3 Cups (290g) 다목적 중력분

6. 2 tsp 베이킹파우더

7. 1/2 tsp 소금

8. 230 g 무염 버터, 실온.

9. 3 Tbsp + 1 tsp  바닐라 익스트랙트 (바닐라 오일 X , 에센스 X)

10. 6 Tbsp 포도씨유 또는 무향의 오일(카놀라 등)

11. 스프링클 1/2 Cup (100g) 구슬 모양의 non pareil(논파 레일) 형태는 반죽에 쉽게 녹아버리므로 일 번 적 긴 형태 스프링클을 사용할 것


Method  방법


1. 오븐을 176 ℃ 도로 예열한다. 케익팬에 버터로 기름칠을 한 뒤 사이즈에 맞춰 자른 베이킹 페이퍼를 바닥과 안쪽면에 붙여준 뒤 다시 한번 종이 표면에 기름칠을 해준다.

2. 우유에 레몬즙을 넣고 5분-10분간 실온에 둔다. 덩어리가 지기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것이 버터밀크의 역할을 한다.

3. 작은 볼에 달걀을 풀어준다.

4. 밀가루를 2회 이상 체처준다. 두 번째 체 칠 때 베이킹파우더와 소금을 함께 믹스해 체처준다.

5. 믹서볼에 버터를 넣고 기본 패들로 30초가량 중간 속도로 믹스해 부드럽게 만든 뒤, 그 상태에서 천천히 설탕을 더해 믹스하며 볼 안쪽의 재료를 스패출라로 쓸어내려 모아준다. 4분가량 중간 속도로 더 믹스해 컬러가 연해지며 가볍고 보송해질 때까지 믹스한다.

6. 바닐라 익스트랙트를 넣고 믹스한다.

7. 믹서는 계속해서 중간 속도, 달걀을 하나씩 넣고 믹스되면 다음 달걀을 넣는 식으로 반복.

8. 저속으로 내린 후, 밀가루 체처놓은것을 넣은 뒤 오일과 우유를 넣고 다 섞을 정도까지만 믹스한다. 더 이상 믹스하지 말고 마른 재료가 안 보이면 바로 믹스를 중단한다. 볼 안쪽에 스패출라로 쓸어내려 모아준다.

9. 스프링클을 넣고 스패출라 등으로 조심스럽게 믹스한다. 재료를 섞는 느낌으로 믹스하는 것이 아니라 스프링클이 골고루 분배되도록 반죽을 살살 아래위로 뒤집듯 섞는다.

* 오버 믹스하지 않는 이유: 케익 반죽을 과하게 믹스하면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글루텐이 형성된다. 사워도우나 식빵 등에서는 쫄깃한 식감을 위해 글루텐 형성을 도모하지만 케이크는 가벼움과 부드러운 식감이 목적이다. 글루텐이 형성된 케익반죽은 구웠을 때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지 않고 질기고 거친 식감이 된다. 레시피에 표기되어있지만 그 시간을 그대로 따른다기 보단 눈으로 보았을 때  (visual  cue) 밀가루가 사라졌다 싶으면 믹스를 멈춘다. 그 포인트를 인지하는 게 어렵다면, 스탠드 믹서를 이용 시 믹스가 되기 직전에 멈추고 스패출라를 이용해 손으로 조심스럽게 덜 섞은 재료를 믹스한다.

10. 3개의 팬에 반죽을 똑같이 나누어 담는다. 눈보다는 주방 저울로 판단한다.

11. 오븐의 중간에 넣고 35분 , 케익 테스터에 반죽이 묻어나지 않을 때까, 또는 손으로 눌러봤을 때 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가 될 때까지 굽는다.

* 지름이 더 작지만 더 높은 케익을 한 개의 팬에만 담아 굽는다면 시간을 50-55분 정도로 조정한다.  30분 후 케익 표면의 색이 원하는 것보다 진해질 것 같으면 포일을 덮어준다.

12. 다 구워진 케익을 식힘망에 팬 그대로 올려 10분 저도 식힌 후, 팬 안쪽과 케익사이를 버터나이프 등으로 살살 분리해준 뒤 팬을 뒤집어 꺼내고 베이팅 페이퍼를 제거한 뒤, 다시 식힘망에 올려 완전히 식힌다. 식는 동안 프로스팅을 만든다.

13. 케익 윗면의 볼록한 돔을 빵칼로 살살 잘라 평평하게 만들어준다. 평평하게 자르기 전 냉장을 해놓으면 자르기가 더 쉬워진다.


<Part 2>

Fudge Frosting

adapted from Stella Park's Fudge Frosting

from  <Brave Tarts, Iconic American Desserts> (2017년 W.W.Norton &Company, Inc.)

상기 책에서 발췌 후 번안된 레시피입니다.


Ingredients 재료

*책에 있는 실제 레시피를 1.5배 함

1. 1 1/2 Cups 우유

2. 1 1/2 Cups (337g) 갈색설탕

3. 1 1/2 Cups (297g) 설탕

4. 3/4 tsp 소금

5. 3 Cups 잘게 자른 다크 초콜릿 (Valrhona Guanaja 70% 를 사용했습니다)

6. 1 Tbsp + 3 tsp 바닐라 익스트랙트

7. 113 g 무염버터, 부드럽게 발리는 정도의 상태,

20 ℃.


Method  방법

*퍼지(fudge)는 만들 때 온도를 정확하게 따르는 게 중요하다. 믿을 수 있는 조리용 온도계를 반드시 사용할 것

1. 우유, 갈색설탕, 설탕, 소금 그리고 잘게 자른 초콜릿을 지른 20센티 정도의 냄비에 넣고 중간 불에서 데운다. 포크로 끊임없이 저어가며 초콜릿이 완전히 녹고 끊는 버블(거품)이 조금씩 올라올 때까지 데운다 (6분 정도). 포크로 젓는 것을 멈춘다.

2. 작은 볼에 담긴 물과  페이스트리 브러시를 가까운 곳에 두고, 조리 중인 초콜릿 믹스 냄비 안쪽에 붙은 설탕이나 초콜릿을 살살 적시듯 닦는다. 믹스에 물이 조금씩 섞이는 것은 별 영향을 주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할 때마다 브러시를 적셔 계속해서 늘러 붙는 설탕을 없애주도록 한다.

3. 조리용 온도계를 냄비에 장착하고 113 ℃ 가 될 때까지 데운다.

4. 온도에 도달하면 불을 끄고 46℃ 정도가 될 때까지 식힌다.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표기되어있으나 속도가 더디다면 냉장고에 넣어 식힌다.


5. 식은 초콜릿을 믹싱볼에 넣고, 바닐라를 넣은 뒤 저속으로 믹스한다.

6. 바닐라가 섞이면 중속으로 올려 퍼지가 묵직하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10분 정도 믹스한다.


7. 중저속으로 줄여, 20℃ 될 때까지 계속 믹스한다.  

* 계절이나 날씨의 영향으로 온도 하강에 시간이 걸릴 때는 믹싱볼 표면을 얼음 등으로 식히면 도움이 된다.

8. 20℃ 정도의 버터를 1 Tbs 씩 넣고 다 섞이면 다음 1 Tsp을 넣는 식으로 반복하여 남은 버터를 모두 믹스해 넣는다.

9. 랩으로 볼을 덮고 실온에서 30분에서 12시간, 두었다가 사용하기 직전 짧게 믹스해서 부드럽게 풀어준 뒤 케익에 사용한다.


*프로스팅의 온도가 낮아 잘 믹스가 되지 않거나 기름져 보인다면 프로스팅을 1컵 정도 다른 볼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데운 후 다시 프로스팅이 담겨있던 볼에 넣고 짧게 믹스해주면 전체적인 온도를 올려 표면이 반짝이는 프로스팅이 된다.


10. 준비해둔 케익 시트 사이를 아이싱하고 겉 포면에 얇게 크럼 코트를 해준 뒤 냉장실에서 20분 정도 굳힌 후 꺼내어 마지막 아이싱 장식을 한다. 생일 케익의 느낌을 내고 싶다면 원하는 모양의 스프링클을 사용해 장식한다.


 




.





6월 생일을 맞이한 분들 모두 생일 축하합니다.


 이 케익의 시트는 아주 부드럽고 향기로운 바닐라맛. 퍼지 프로스팅은 다크 초콜릿으로 만들어져서, 묵직하면서도 무작정 달기 보단 쌉싸름한 향이 계속해서 느껴지는 편이다. 시트가 초콜릿인 경우에는  보통 사람 입맛에 좀 많이 달다고 느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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