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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연 Sep 17. 2019

최고의 바나나 브레드

글루텐 프리 베이킹 - 바나나 브레드  

 '글루텐 프리가 몸에 좋아요?' 베이킹 클래스 도중 함께 수업을 듣던 수강생이, 글루텐 프리 재료에 대한 얘기를 하던 나를 휘둥그런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마음속으로 깊은 한숨과 빡침. 그와 동시에, 오후 시간대 TV 프로그램에서 어떤 음식에 대한 효능에 대해 얘기하고 나면 한국의 모든 아주머니들이 앞다투어 그 음식과 재료를 사재기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글루텐은 고사하고 밀가루로 된 음식에 대한 인식 자체가 상당히 없는 편이다. 글루텐 프리를 식사를 하는 남자 친구가 밀가루식을 피하고 있어 국수를 먹지 못한다고 하자, 식당의 주인은 밀가루 아니라 국수야 국수, 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밀가루 음식이란 그냥 '빵' 일뿐. 프라이드치킨, 전, 튀김, 심지어 한식에 빠지지 않는 간장과 고추장에도 글루텐이 포함되어 있다는것을 알까.   

글루텐 Gluten

  글루텐은 밀, 보리, 호밀 등에 함유된 단백질 성분인데, 여러 가지 음식에서 재료와 재료를 연 결해주는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고, 찰기나 쫄깃함을 형성하는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간단한 예로 묽은 소스류에 밀가루를 더하면 밀도가 높고 꾸덕한 소스가 된다. 제빵 과정에서, 반죽을 가열했을 때 뜨거운 공기를 재료 안에 가두어 빵이 부풀어지도록 하는데 이때 고무처럼 잘 늘어나도록 재료에 탄력을 더해준다. 파운드 케익을 먹었을 때, 이게 글루텐 프리라면 어떤 식감일까 상상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미 식감으로는 쫄깃함과는 좀 거리가 있는 케익에서 글루텐 성분이 빠져버린다면? 막 만든 글루텐 프리 제품을 먹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먹었을 때 입안에서 덜 익은 반죽처럼, 또는 진흙처럼 분해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 수강생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글루텐 프리 베이킹 제품이 건강한 것은 아니고, 일반 베이킹 제품에 비해 글루텐 불내증이나 실리악(celiac) 환자들의 몸에 덜 해롭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실리악 환자들은 글루텐에 노출되면 증도에 따라 복통, 구토, 두통과 현기증, 피부질환을 포함해 갑작스러운 기분의 변화, 판단력 상실 등의 증상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글루텐 알러지라고 보면 되는데, 이게 알러지와 다른 점은 증상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지속적으로 노출 시 대장암, 위암 등 소화기 암이 발병할 확률이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글루텐 불내증 환자도 잘 없으며 인식도 없어서 본인이 환자인 것도 모를 경우가 많다.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도 흔하지 않으며 글루텐 음식 문화도 물론 보편화가 아예 안되어 있다.

 물론 밀가루 음식을 먹고 속이 불편한 사람에게 글루텐 프리 디저트를 권장하지만 이를 건강식이라 착각하고 평소에 먹던 제과 제빵류 보다 더 열심히 먹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어차피 설탕과 버터 양은 달라지지 않고, 탄수화물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음식에서 글루텐 성분을 대체하는 재료들이 과연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인지는 증명된 바가 없다.

 

위에서 말했듯 글루텐 프리 디저트와 빵은, 일반 제품과 식감에서 그 차이가 많이 나타난다. 밀가루가 가지는 점성과 그 점성이 주는 위대한 식감을 대체할 방법을 찾기 위해 글루텐 프리 식습관에 보편화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Alice Medrich (앨리스 매드리치)는 초콜릿 디저트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유명 베이커인데, 놀랍게도 2014년에 출판된 글루텐 프리 베이킹 책 'Flavor Flours'으로 명예로운 James Beard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사용되는 주 재료(가루류, 즉 밀가루 대체재)로 레시피를 분류한다. 쌀가루(rice flour), 귀리 가루 (oat flour), 옥수수 가루 (corn flour), 코코넛 가루 (coconut flour) 등이 있는데 눈여겨 볼만한 재료로는, 다소 생소한 수수가루(sorghum flour)와 들어는 봤지만 베이킹에 쓰일 줄 몰랐을 메밀가루 (buck wheat)도 있다. 위 재료들은 노력만 한다면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허브만 한 곳이 없다.

네이버 쇼핑에서 여기저기 수소문해 볼 수도 있겠지만 비타민 사는 김에 이것저것 사보는 게 훨씬 합리적이고 편리하다. (레시피상 재료 목록에 사용된 가루류들의 아이허브 페이지도 링크해 놓겠다) 나는 일반 밀가루를 제외한 모든 가루류를 이곳에서 만족스럽게 구입하고 있다.


백미 가루(좌), 수수가루 (우) 아이허브에서 구매할 수 있다

 

 평소 온라인상 글루텐 프리 커뮤니티의 피드 등에서 이 Sorghum flour라는 것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 책이 생긴 김에 한번 시도해보았고, 내가 베이킹을 하며 시도한 것 중 가장 잘했다고 느껴지는 일이다. 기존에 쓰던 일반적인 1:1  글루텐 프리 블렌드 (밀가루를 흉내 낼 수 있도록 백미 가루, 현미 가루, 잔탄검 등을 특정 비율로 조합해 만든 글루텐 프리 베이킹 가루 믹스)로는 50% 밖에 재현해 낼 수 없었던 풍미와 식감을, 이 책에 나온 다양한 가루의 조합으로 95% 이상 이루어낼 수 있었다. 타르트에는 코코넛 가루, 초콜릿 칩과 케이크에는 쿠키에는 귀리가루, 진저 브레드에는 메밀가루.... 이 책을 보다 보면, 각 디저트를 가장 맛있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가루를 이리저리 조합하며 연구했을 노고를 상상하느라 내 머리가 다 아프면서, 작가에게 손으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말 그대로 상주고 싶은 책이 상을 탔다. 살까 말까 고민하고 의심했던 나를 반성한다. 평소에 우리 집 (나와 남자 친구)에서 자주, 잘 먹고 좋아하는 디저트를 위주로 만들어보기 시작했는데, 개중에서도 우리에게 중요했던 바나나 브레드를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다.

 이 바나나 브레드는 글루텐 프리 바나나 브레드의 완성형, 즉 최대치의 레시피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 바나나 브레드들과 견주었을 때도 아무런 핸디캡 없이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바나나 브레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재료만 구하면 놀라울 정도로 쉽고 빠르게,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것! (제발 만들어 보세요! 부탁입니다) 이 책에서는 바나나 머핀으로 소개되어있으나 재료 배합과 양이 파운드 틀에도 알맞다.

반점이 많고 껍질이 터지기 시작하는 바나나를 사용할 것


Gluten Free Banana Bread

adapted from <Flavour Flours> by Alice Medrich (Artisan 2014)

상기 책에서 발췌 후 번안된 레시피입니다.

Ingredients 재료

갈색 설탕 135g

왕란 1개

식물성 기름(카놀라유) 1/3컵 (버터 사용 가능)

백미 쌀가루 150g

수수 가루 50g  

베이킹 소다 1/2 tsp

베이킹파우더 1 1/2 tsp

소금 1/4 tsp

으깬 바나나 1 컵 ( 껍질이 열리기 시작하고 갈색 반점이 많이 난 바나나 3~4개 , 포크를 이용해 투박한 퓨레 상태로 으깸 )

원한다면 잘게 썬 너트류 (나는 피칸을 사용했다, 오븐이나 팬에 한번 살짝 구워주면 풍미에 확연한 차이가 생긴다)


Equipment 도구 

스탠드 믹서 또는 핸드 믹서

파운드 틀 상부 23cm x 13cm 높이 7cm를 사용했다. (원한다면 머핀 틀에도 가능)

베이킹 페이퍼 또는 종이 호일



틀에 담은 반죽 위에 얇게 썰은 바나나를  얹어 장식할 수도 있다


Method 방법


1. 오븐을 176도로 예열한 뒤, 파운드 틀에 버터칠+베이킹 페이퍼 깔기*+ 그위에 버터칠

*베이킹 페이퍼를 깔아줄 때 파운드 틀보다 5센티가량 올라오도록 여유 있게 깔아주면 바나나 브레드를 다 굽고 식은 뒤 틀에서 꺼낼 때 쉽게 꺼낼 수 있다. 머핀 틀이라면 종이 머핀 컵을 하나씩 깔아주면 된다.(머핀 틀은 버터칠 생략)  

2. 갈색설탕과 왕란, 식물성 기름을 스탠드 믹서의 볼에 넣고 중간 속도로 2분 정도 믹스한다. 컬러가 밝아지는 것을 확인. 핸드믹서로는 3-4분 정도.


3. 백미 가루, 수수가루, 베이킹 소다, 베이킹파우더, 소금, 으깬 바나나를 추가하고 낮은 속도에서 반죽이 스무드해질 정도로 믹스한다.




4. 원하다면 잘게 썬 너트 추가



5. 준비해둔 파운드 틀에 담고 위에 씨 솔트를 살짝 뿌려주어도 좋다. 50분~70분 굽는다. (머핀으로 구울시에는 18-20분) 긴 이쑤시개로 중심까지 푹 찔러보았을 때 설익은 반죽이 딸려 나오지 않으면 다 구워진 것.


15분 정도 한 김 식힌 후 틀에서 꺼내 완전히 식힌 뒤, 랩으로 두 번 싸서 냉장 보관한다 3-4일 정도 보관 가능하며 한 슬라이스씩 토스터에 4분 정도 구워서 버터와 먹으면 최고의 아침식사 또는 저녁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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