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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연 Mar 18. 2019

미국 맛 1990   

스니커 두들스 쿠키 (시나몬 소프트 쿠키) 


미국 맛이 그리웠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케이크, 파이, 파운드 케이크와 쿠키를 찾을 수가 없었던 상황에 나의 초점은 모두 미국 맛이 나는 디저트에 맞춰져 있다. 미국 맛 하면 나에게 떠오르는 것; 

진한 초콜릿 케이크, 안쪽이 덜 익은 것처럼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초콜릿 칩 쿠키, 애플파이, 레몬 머랭 파이, 시나몬롤, 피칸파이, 치즈케이크, 블루베리 머핀, 바나나 브레드, 파운드 케이크, 브라우니, 펌킨 파이, 애플 크럼블, 초콜릿 푸딩...

(내가 생각하는 미국 맛의 반대; 

롤케이크, 시럽이 발라진 딱딱한 마늘빵, 고구마 케이크, 명란 바게트, 소시지빵, 과일 생크림 케이크...)

 

대체적으로 나는 보통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맛과 질감을 좋아한다. 입맛이 많이 까다롭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또 동시에 어떻게 그런 맛을 좋아하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디저트를 먹는다면 확실하게 아 디저트를 내가 많이 먹었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야, 그래야 먹은 것이다. 내가 초콜릿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생각할 때는, 누구나 기억하는 영화 마틸다 (Matilda,1996)의 바로 그 장면 그 케이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 초콜릿 맛 빵이 먹고 싶은 게 아니다. 롤케이크가 아니라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힘든, 달고 진한 시나몬롤을 먹고 싶은 것이다! 

  이런 욕구를 해소해주는 유일한 오아시스라고 생각하는 곳은 부암동과 서촌, 두 군데에 가게가 있는 스코프(Scoff)다. 여기서 크림치즈 브라우니를 한입 먹으면 잠시 정신분열이 일어나는 기분이 들면서 주변 소리가 안 들리는(삐- 하는 소리?) 느낌도 든다. 

 스코프의 베이커리 제품 디스플레이는 거의 항상 갈색, 연갈색, 어두운 갈색, 황갈색, 노란 빛깔, 진한 초록 등 굉장히 earthy 한 톤을 하고 있다. 케익 제목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이게 진저 브라우니이고 저게 초콜릿 파운드구나 알 수 있다. 빵과 과자에 대한 나의 정신세계를 베이커리로 만든다면 대략 90% 스코프 같이 생겼을 것 같다.  애플파이와 레몬 머랭 타르트를 더하면 100%가 되겠다. 스코프는 영국에서 온 베이커리 셰프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지자면 영국식이고 사실 미국식 베이커리보다 컬러와 모양에서 더 투박한 느낌을 낸다. 부담스러운 축에서도 그나마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 것도 같고, 하지만 입맛으로만 따지자면 나는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하기에도 조금 어렵겠다. 

미국식이고 영국식이 고를 떠나서 갈색이 많고, 큼직하고, 밀도가 높고 목이 메는 이런 빵과 과자들을 나는 정말 사랑한다. 우울할 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굉장히 심플하고 1차원적으로 좋아한다. 결론적으로는 디저트를 먹을 때 내가 요구하는 '달다!'의 차원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고, 나 자신이 먹을 네 레이어 이상의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어줄 사람은 오직 밖에 없다는 일종의 '자기애' 때문에 나는 멈추지 않고 취미 생활을 해오고 있다. 이게 인생의 전부가 되더라도 행복할 것 같다는 위험천만한 발언과 함께 최근 처음으로 만들어보고 정말 좋아하게 된 미국 쿠키를 소개한다. 



SNICKER DOODLES

맛이 느껴지도록 정확히 풀어 부르자면 시나몬 소프트 쿠키 정도가 알맞겠다. 비교적 간단한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고, 만들 때나 먹을 때나 풍미가 폭발하는 쿠키이다. 시나몬을 싫어한다면 치명적인 쿠키겠지만 이해하겠다. 세상에는 맛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맛을 묘사하자면, 한입 깨물면 우선 1차적으로 겉표면을 감싸는 시나몬 슈거의 반짝임이 느껴지고, 생각보다 부드러운 쿠키라는 사실을 한 입을 다 베어 물 때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 하면서 한입 베어문 뒤에 오물오물하는 얼굴로 쿠키를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내부의 부드러움을 보호하는 어느 정도 단단하기가 있는 겉표면. 부드러움과 쫄깃함 사이에서 섬세하게 살아있는 폭신한 질감의 버터향이 넘치는 소프트 쿠키. 한국, 유럽 등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맛과 질감인 것 같다. 솔직히 베이킹 책 속 겉모습을 보고는 관심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소박하고 재료도 단순한 편이라 도전의식이  생기지 않았던 쿠키다. 그러나 이미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재미를  발견하게 되었고 사진과 거의 비슷하게 결과물이 나오는 쿠키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예상치 못한 만족도를 얻었다. 

 이런 미국적인 맛은 역시 스텔라 팍스(Stella Parks)의 책에서 찾았다. 이전에도 언급한 책이지만 그녀는 99% 미국적인 맛을 연구하고 표현한다. 고상하지 않은 미국식 스낵을 최상의 레시피로 구현해 내는 데에 일가견이 있고, 소박해 보이는 옛날식 쿠키 하나도 제대로 연구된 레시피로만 소개한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나 다 아는 그 쿠키와 디저트를 위한 최고의 레시피를 만들기 많은 연구를 한다.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해주는 방식, 예를 들어 코코넛 오일과 버터 블렌딩을 사용하여 좀 더 complex 한 맛을 내도록 한다 던 지 하는 노력들도.. 

 레시피만 따라 하면 초보 베이커도 제법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 그 흔한 초콜릿 칩 쿠키보다도 쉬운 스니커 두들스 쿠키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Snickerdoodles 스니커 두들스

adapted from Stella Park's Snickerdoodles from  <Brave Tarts, Iconic American Desserts> (2017년 W.W.Norton &Company, Inc.)

상기 책에서 발췌 후 번안된 레시피입니다.


Notes of Stella Parks

*쿠키 도우는 미리 만들어 구울 사이즈와 개수로 냉동용 지퍼백에 넣어 냉장실에서 일주일, 냉동실에서 6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실온에서 꽤 부드러워지도록 해동한다 (약 20℃).

*남은 시나몬 설탕을 지퍼백에 담아 3개월간 냉동 보관이 가능하다. 


재료

*반죽

1. 2 1/3컵 또는 298g 다목적 중력분

2. 113.5g  무염버터 차갑지만 잘 펴 발라지는 정도. (중요!)

3. 1/2 컵 또는 99g  코코넛 오일, 고체지만 부드러운 정도.(액체 상태가 되었다면 냉장고에 잠시 넣었다 꺼낸다) 

4. 1 1/2컵 또는 298g 설탕

5. 1 1/4 tsp 소금 

6. 1 tsp 베이킹파우더

7. 1/8 tsp 간 넛맥(없다면 생략 가능 그러나 대형 슈퍼마켓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구해보자) 

8. 1 Tbsp 바닐라 익스트랙트

9. 큰 달걀 1개,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상태. 


*시나몬 설탕

1. 1/4 컵 또는 57g 설탕

2. 2 tsp 시나몬 가루

3. 2 tsp 바로 간 시나몬 (없다면 시나몬 가루 1 tsp 정도로 대체한다)


레시피 

쿠키 도우(반죽) 만들기

1. 오븐을 204℃도 정도로 예열한다. 

2. 볼에 밀가루를 체 쳐서 담는다.

3. 버터, 코코넛 오일, 설탕, 소금, 베이킹파우더, 넛맥(사용한다면)과 바닐라를 믹싱 볼에 넣고 혼합기(paddle attachment 또는 flat beater) 장착. 

4. 저속으로 저어 재료에 수분감을 더해준 뒤, 중속으로 올린 후 버터+오일 믹스가 가볍고 보송보송한 질감이 될 때까지. 약 5분간 믹스하되, 반 정도 지났을 때 실리콘 스패출라로 볼 안쪽 반죽을 긁어 내려준다. 

5. 믹서가 돌아가는 상태에서 달걀을 넣어주고, 반죽이 스무드(부드럽고 고운 느낌)해질 때까지 믹스한다. 

6. 저속으로 낮추고 밀가루를 넣어, 꽤 건조한 반죽이 되도록 믹스한다.

7. 반죽을 13개의, 1/4 컵 또는 71g 정도(큰 사이즈)로 나누거나, 26개의 2 Tbsp 또는 35g 정도(작은 사이즈)로 나누어 놓는다.   




손을 이용한 작업을 좋아한다면 분명 좋아할 과정. 

  

설탕 입히기

8. 작은 볼에 미리 만들어둔 시나몬 설탕을 담는다. 원하는 만큼 바로 간 시나몬을 더한다.(시나몬 특유의 알싸한 느낌을 더 강조할 수 있다.) 

9. 작게 떼어 놓은 반죽을 손바닥 안에서 굴려 동글동글하게 만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정) 

10. 동그란 반죽에 시나몬 설탕이 완전히 덮이도록 설탕 볼에서 굴려준 뒤, 종이 호일이 덮인 베이킹 시트에 2 1/2 인치 (6~7cm) 간격을 두고 올려놓는다. 

11. 1.5cm 두께가 되도록 손바닥으로 꾹 눌러준 뒤 남은 시나몬 설탕을 충분히 뿌린다.



 


굽기

12. 204℃ 에서 6분 정도, 쿠키가 퍼지기 시작할 때까지 굽는다. 그런 다음 오븐을 열고 베이킹 시트를 돌린 뒤 온도를 176℃ 정도로 낮춘다. 

13. 작은 쿠키는 5분 정도, 큰 쿠키는 8분 정도, 테두리가 살짝 단단해졌고 중간을 아직 부풀어있을 때까지만 굽는다. 

14. 베이킹 시트채로 표면이 조금 더 단단해질 때까지 10분간 식힌다.

15. 따뜻한 상태에서 먹거나, 밀폐 용기에 담아 실온에서 2일 정도까지 보관할 수 있다. 


(* 오븐이 일정 시간 후 많이 뜨거워지는 편이라면 반드시 오븐 온도계를 넣어놓고 예열한 뒤 굽는 동안 자주 관찰하며 온도를 조절하자. 그래야 쿠키가 과하게 구워지지 않는다) 



완성된 쿠키. 식기 전에 먹어도 되는 몇 안 되는 쿠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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