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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연 Apr 27. 2019

쿠키 세상!

내가 몰랐던 쿠키, 도리 그린스팬의 재머스.


 얼마 전 정말 기가 막힌 쿠키 쿡북을 샀다. 도리 그린스팬 ( Dorie Greenspan)의 Dorie's Cookies라는 책이다. 베이킹계의 친절한 할머니 Dorie Greenspan 은 인기 쿡북 저자(13개의 책을 출판했고 뉴욕에서 Buerre and Sel이라는 쿠키샵을 운영했었다)이다. 따라 하고 싶은 것은 베이킹 솜씨뿐만이 아니다. 팔로우하다 보니 너무 멋진 패션 감각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도리의 베이킹에는 꾸밈이 없다. 숨길 게 없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숙련된 실력자이기도 하겠지만.

 도리는 미국인이지만 파리와 코네티컷을 오가며 생활한다. 미국적이고 따뜻한 베이킹과 정통 프랑스 베이킹을 모두 한다. 내가 처음으로 산 도리의 책 'Baking Chez Moi'는 프랑스식 제과 쿡북이다. 프랑스식 제과나 불랑제리류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써볼 만한 레시피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첫 책 이후 도리의 또 다른 책을 다시 사기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 쿠키 책이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쿠키에도 큰 열정이 없었던 나는, 1년여간 여기저기서 인용하고 언급하는 것을 보고는 결국 책을 주문했고 지금은 매일 밤 읽다가 웃으며 잠이 든다. 쿠키 레시피는 대부분 비교적 짧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 책은 두께가 꽤 있다(베이식 스트루셀 레시피가 있는 마지막 500페이지). 그만큼 레시피가 많다는 의미. 이렇게 많은 응용이 가능한 것은 도리의 능력과도 관계가 있겠다. 끝이 없는 레시피와 사진들의 페이지를 넘기며 쿠키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느껴졌다.

Dorie's Cookies by Dorie Greenspan, Rux Martin/Houghton Mifflin Harcourt

 

태우지만 않으면 상당히 forgiving (실패가 적은) 한 것이 쿠키이고 뭐 대단한 맛도 아닐 거라 솔직히 도전 의식이 생기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모순은 쉽고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파운드케이크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나 자신)   계획하고 있던 케이크가 있었기 때문에 당장 만들 수가 없었던 수많은 쿠키들 중 두 가지를 우선 골랐고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 도리가 뉴욕에서 운영했던 작은 쿠키 가게에서 인기 있었던 이 쿠키는 도리가 꿈에서 본 뒤 실제로 만들어낸 쿠키라고 한다. 나도 시간이 지나면 꿈에서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사브레 쿠키 베이스에 잼을 얹고 다시 그 위에 스트루셀 ( struessel) 테두리를 얹은 쿠키이다. 흔히 보이는 소위 Thumb print 잼 쿠키는 한 번도 내 관심을 끌지 못했고, 재머스라는 이름도 그다지 나에게 큰 동기부여는 되지 않았다. 그런데 페이지를 찾아 사진을 보고 한번, 레시피를 읽고  또 한 번, 이건 만들어야겠다! 내 안의 쿠키력에 불을 붙여본다!


 사진 속 쿠키를 보고 솔직히 식감 정도는 상상할 수가 있었다. 일반 시판 과자 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애플쨈 쿠키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에겐 맛을 그리는 능력이 있다는 엄마의 말은 사실이었다.

  간단하게 사브레 베이스+ 중간 과일 잼+ 상단 스트루셀 (밀가루+ 설탕, 버터 등을 거칠게 섞어 만든 소보루 식감의 토핑 재료, 머핀 또는 애플 크럼블의 토핑으로 쓰인다)의 3가지 파트로 구성된 이 쿠키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같은 사이즈로 통일된 쿠키를 판매했던 도리의 쿠키 가게에서 사용하던 레시피 그대로 쿠키커터 또는 머핀 틀 안에 넣어 굽는 것이 특징이다.



함께 만든 쿠키들; Chocolate Créme Sandwich Cookies, Apple Jammers, Lavender White Chocolate Sablés



RECIPE

CLASSIC JAMMERS 클래식 재머스 (잼 쿠키)

from Dorie Greenspan's  <Dorie's Cookies> (Rux Martin/Houghton Mifflin Harcourt 2016년 )

상기 책에서 발췌 후 번안된 레시피입니다.


Notes

*같은 사이즈의 스테인리스 스틸 쿠키커터가 많을수록 편리하다.( 시중에 종종 보이는 플라스틱 커터는 안됨!) 틀 안에서 굽는 스프레드 (spread: 퍼짐)가 없는 쿠키이므로 상당히 많은 양을 서로 가깝게 배치하여 구울 수 있으니 쿠키커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3개의 파트 중 스트루셀은 미리 만들어 냉장하는 것이 좋다


Part 1.

Streusel 스트루 셀 토핑

Ingredients 재료 (x2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남는 것은 냉장 보관 가능)

1.  3/4 컵(102g) 다목적 중력분

2.  2 Tbs 설탕

3.  1 Tbs 갈색 설탕

4.  1/2 tsp 시나몬 가루  

5.  1/4 tsp  소금

6.  5 1/2 Tbs (78g) 차가운 무염 버터; 작은 큐브로 자른 것

7. 1/2 tsp 바닐라 익스트랙트


Method 만들기

스탠드 믹서로 해도 되고 손으로 만들어도 괜찮다.

믹서볼에 밀가루, 두 가지 설탕, 시나몬 가루와 소금을 섞는다. 같은 볼에 차가운 버터 큐브들을 담고 손가락으로 믹스해 밀가루가 버터를 코팅하도록 한다.

저-중속으로, 축축한 모래처럼 울퉁불퉁 크고 작은 단위로 뭉쳐지는 느낌(크럼블이나 소보루 느낌)이 들 때까지만 믹스하는데 손가락으로 꼭 쥐어서 뭉쳐지면 충분하다.

(*책의 레시피에서는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10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순식간에 (2분) 적당해 보이는 상태가 되었다. 처음부터 지켜보다가, 이때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믹스를 중단할 것!)

바닐라를 넣고 다시 믹스한다.

(바닐라를 넣고 믹스하는 이 단계를 고려해 윗 단계에서 원하는 상태가 되기 전에 믹스를 멈출 것을 추천한다. 이래서 레시피는 끝까지 읽어보고 만들기를 시작해야 한다)


Part 2.

French Vanilla Sablé (사브레)

Ingredients 재료

1. 226g 무염버터, 작은 덩어리로 대충 잘라놓은 것, 실온 상태.

2. 1/2 컵(100g) 설탕

3. 1/4 컵(30g) 슈가 파우더 체친것 ( 체친 후 무게를 잴 것)

4. 1/2 tsp 소금

5. 큰 달걀 2개의 노른자, 실온 (버터가 실온이면 다른 액체 재료 또한 실온으로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혹시나 차가운 달걀을 믹스하려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잠시 멈추고 레시피를 체크하자)

6. 2 tsp 바닐라 익스트랙트

7. 2컵 (272g) 다용도 중력분

 

Method 만들기

믹서 볼에 버터, 두 가지 설탕, 소금을 넣고 중속으로 3분 정도 믹스한다. 믹싱 중간에 볼 안쪽의 재료들을 긁어내려 모아준다. 반죽은 곱되 보송보송하지 않다. 케이크처럼 공기를 불어넣주는 과정은 없다.

믹서 속도를 저속으로 낮추고 달걀노른자를 한 개씩 넣어 섞은 뒤 바닐라도 넣는다.  믹서를 끄고 밀가루를 한 번에 넣고 가루 날림이 없을 때까지 믹서를 짧게 끊어 여러 번 돌려준다. 더 이상 볼 밖으로 밀가루가 연기처럼 피어오르지 않으면, 저속으로, 밀가루가 딱 안보이기 시작하는 순간까지만 믹스한다.

스페출러로 볼 안의 반죽을 한번 아래위로 크게 섞어 잘 믹스되었는지 확인한다.

테이블에 반죽을 올리고 대충 뭉친 뒤 반으로 나눈다. 각각의 덩어리를 동그랗게 굴린 뒤, 두툼한 원반 형태로 눌러 쉐이핑 한 뒤 랩에 싸서 1시간 냉동하거나 두 시간 정도 냉장한다. 개인적으로는 60분 냉장도 충분하다.

(*이때 반죽이 원하는 것보다 질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냉장 과정을 거치니 괜찮다. 손에 너무 들러붙는다면 손에 밀가루를 조금만 묻히고 반죽을 뭉친다.)

차가워진 도우를 베이킹 페이퍼 사이에 1/4 " 또는 6mm 정도 가 되도록 밀대를 이용해 민다. 두 개 반죽 덩어리 모두 밀고 각각 종이를 끼운 채로 포개서 한 시간 냉장한다. 흐물거리지 않고 손으로 들었을 때 휘어지지 않는 정도면 충분하다.


Part 3.

과일잼 

되직한 것 무엇이든( 나는 한살림 사과잼을 이용했으나 딸기나, 라즈베리도 좋다, 특히 라즈베리의 진한 컬러!)


굽기:

오븐을 176 ℃로 예열하고 베이킹 시트에 베이킹 페이퍼를 깐다. 머핀 틀이 있다면 기름칠을 한다.

5~5.5cm 정도의 원형 스텐 쿠키 커터를 이용해 모양을 찍어내어 머핀 틀 안쪽에 떨어뜨려 준다.

(나의 경우에는 쿠키커터 10개를 준비해서 사브레 반죽을 찍어낸 뒤 커터채로 베이킹 시트에 올렸다)

찍어놓은 쿠키 도우 중심에 넘치는 1/2 tsp 정도의 잼을 얹어준다.

쿠키 테두리에 만들어 놓은 스트루셀을 뿌리듯 얹어주되 잼이 가려지지 않게 주의할 것. 스트루셀을 만들 때 과하게 믹싱 했거나 냉장 시 작은 용기 담아 압축되어 한 소보루의 느낌이 사라졌을 때 tip: 냉장되어 굳은 스트루셀 표면을 가로 열 번 세로 열 번 긁어서 일어나는 부스러기들을 젓가락으로 적당량 집어 쿠키 테두리에 얹어주면 구울 때 보기 좋고 원하는 위치에 스트루셀을 얹기가 쉽다.

20분에서 22분 정도, 쿠키의 테두리가 금빛 갈색이 될 때까지 굽는다. 11분째에 베이킹 시트를 돌려준다.

오븐에서 꺼낸 뒤 그대로 15분 이상 식힌 뒤 조심스럽게 쿠키 커터 또는 머핀 틀에서 꺼내 준다. 식힘망에서 마저 식힌다. 다음 쿠키들을 구울 때 시트와 커터가 다 식었는지 확인한 뒤 다시 굽는다.



 따뜻한 때보다는 완전히 식은 후, 익일에 이 쿠키에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시나몬 향 스트루셀에서 바삭한 듯 반겨주고, 중간의 꾸덕한 잼의 향이 올라오면서 마지막에 부드러운면서 밀도 높게 씹히는 식감이다. 애플잼 쿠키의 아주 고급스러운 버전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완벽한 동그라미가 주는 만족감도 굉장하다. 굽기 전 사브레는 물론 얇고 낮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구우면서 살짝 도톰해지는 것 같다. 사과잼 버전을 만들기 전에 라즈베리 잼 버전도 만들어보았는데 잼만 바뀌었는데도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사과는 은은하고 적당히 달다면, 라즈베리는 강렬하고 달콤하며 새콤함까지 있어 존재감이 있는 느낌이다. 굉장히 끈끈한 캐러멜 소스를 만들어 넣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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