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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연 Mar 05. 2019

사라 리를 찾아서.

크림치즈 파운드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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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NYEOBAKE 




 내가 베이킹을 하고 싶게 된 이유는 단지 내가 만든 빵이 먹고 싶어서이거나, 내 인생에 의미를 더해줄 취미를 찾기 위함도 아니었다. 7살 이후, 진한 버터향의 적당히 달고 밀도 높은 미국식 파운드 케이크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파운드 케익이 있어 사 먹어 보면, 너무 단단하거나 싱겁고 건조한, 1차원적인 '맹맛'의 파운드 케익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럴 때마다 실망했다.

 내 기억 속의 진짜 파운드케이크는, 미국 슈퍼 마켓에서 파는 Sara Lee (사라 리) 브랜드의 제품이다. 직사각형의 1회용 포일 트레이에 담겨 있고 브랜딩이 되어 있는 마분지가 포일 위 테두리 안  딱 맞게 끼워져 있다. 포일을 살짝 벌리고 마분지 패키징을 떼어내면 곱고 완벽한 갈색의 파운드 케이크 표면이 드러난다. 정확하게 프로그래밍된 공장 대량 생산으로 만들어진, 보통의 미국 사람 입맛에 딱 맞는 버터 파운드 케이크이다.

나의 입맛은 미국에서 지냈던 0세에서 7세 사이에 정해진 것 같다.

예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사라리 파운드 케이크의 겉모습

 

어린 시절 미국에서의 기억중에서 나에게 가장 강하게 남은 사라리 파운드 케이크의 맛은, 내 파운드 케이크의 표준이 되었다. 사라리를 기준으로 삼고, 다른 파운드 케이크에 대해 , 뻑뻑하다, 싱겁다, 건조하다 등의 다양한 실망을 해왔다. 물론 지금 먹으면 정말 싫을지도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레시피도 없었고 이게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지만 내가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맛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만들겠다는 집념이 생겼다.


그렇다면 파운드 케이크는 무엇인가?  

파운드 케이크(pound cake)는 전통적으로는 네 가지의 재료 밀가루, 달걀, 버터, 설탕이 각 1파운드(1LB=454g)씩 들어가는 케이크이다. 이 때문에 파운드 케이크라고 불리고,  주로 파운드 케이크 틀이나 번트 케이크에 오래 굽는다. 때로는 아이싱이나 슈가파우더를 얹어서 먹기도 하고 반죽 자체에 레몬 제스트를 넣어 레몬 케이크를 만들기도 한다. 굉장히 심플한 케이크이기 때문에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아이템이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아하는 케이크이지만,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조사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 파운드 케이크는 그렇게 설렘을 주지 않는 디저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유인즉슨, 주로 그냥 디저트 테이블의 자리 메꿈용이거나, 티를 마실 때 딸려 나오는 밀도 높은 케이크, 건조하고 맛이 단순한 케이크라는 것. 특히나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 가져가 나누어 먹기 위해 슬라이스 해놓으면 자른 단면이 건조해져 거칠어지는 편이라 다양한 디저트가 앞에 있을 때 우선적으로 손이 가지 않는 케이크이고, 맛있는 파운드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좋아할 이유도 없을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은 각 재료를 1:1:1:1 비율로 사용하지만, 사람의 입맛이 바뀌고 재료도 발달하니 당연히 레시피에도 변화가 생겼다. 버터 이외에 크림치즈나 사워크림을 더해 적당량의 산도를 주면, 전체적으로 많이 달고 버터리한 맛에 발란스를 더한다. 단 버터를 크림치즈나 사워크림으로 완전 대체하는 것은 안된다. 둘은 버터보다 지방 함량이 훨씬 적기 때문에 케이크에서 지방이 하는 역할, 즉 촉촉함을 가두는 일을 해낼 수가 없다.

파운드 케이크 레시피에는 인공적으로 부풀림(leavening)를 도와주는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때문에 충분한 크리밍(지방과 설탕을 충분히 믹스해 반죽에 공기층을 불어넣어주는 과정)을 해줘야 밀도가 높지만 무겁지 않은 파운드를 만들 수 있다. 파운드 케이크의 대표적인 특징은 크럼(crumb:빵가루나 부스러기, 베이킹에서는 가장 작게 부스러지는 빵과 케이크의 단위를 의미. 예를 들어 단면을 잘랐을 때 시각적으로 사워도우는 구멍이 난 듯 보이는 큰 크럼을 가지고 있고 케익의 크럼은 촘촘하고 작다)이 굉장히 작아 입에 넣었을 때 녹는 듯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질감이 바로 성실한 크리밍의 결과이다.


파운드 케이크의 아름다움은 자른 단면과 상단 크랙의 조화에 있다.


파운드의 돔(dome)과 크랙(crack=갈라짐)

 파운드 케이크의 외모적 특징은 바로 봉긋하게 솟은 상단과 크랙에 있다. (사라리의 공장에서는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지 몰라도 크랙이 없다.)  원래 파운드 케이크의 크랙은 반죽이 가지는 특징과 굽는 팬으로 인해 생긴다. 일반적인 사이즈의 파운드 틀(길이 8"= 20cm)에 상당히 묵직한 반죽을 넣어 굽는데, 많은 양이기 때문에 팬의 내부까지 열이 도달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당연히 열을 가장 빨리 받는 윗면과 팬 바로 안쪽이 가장 먼저 구워져 부풀어 오르는 과정이 먼저 끝나지만, 가운데 부분은 천천히 익으면서 더 부풀 시간이 많아 결국에는 산처럼 봉긋하면서 크랙이 있는 외형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에 실수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특징을 더 살려 만드는 것이 이 파운드 케이크의 매력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거두절미하고 레시피를 알아보자.

 

 몇 가지 레시피를 사용해 본 후, 가장 최근에 시도하여 아주 마음에 들었던 600 Acres 블로그의 크림치즈 파운드케이크를 소개한다. 블로거 Posie Harwood (@posiehh)의 블로그는 두 달 전쯤 처음 알게 (사실을 오래전에 처음 봤지만 제대로 블로그를 읽은 것은 최근) 되었는데, 만드는 디저트 종류나 블로그의 구조가 너무 편안해서 요즘 올라오는 포스트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레시피도 상당히 단순한 편. 얼마 전 대용량의 크림치즈를 블록으로 구입해 소분하여 냉동을 하자마자, 마침 이 크림치즈 파운드 케이크에 대한 포스트가 인스타그램 피드에 떴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사라리가 부럽지 않은 이 레시피를 이제 정말로 거두절미하고 알아보자.


나에게는 그 어떤 디저트 보다도, 더 그림 같은 파운드.



Cream Cheese Pound Cake 크림치즈 파운드 케이크

Adapted from Posie Harwood's recipe on her blog 600acres.

상기 블로그의 포스팅된 레시피를 바탕으로 한 레시피입니다.


Notes

* 크림치즈는 슈퍼마켓에서 흔히 보는 원형 통에 담긴 것이 아닌 블록으로 파는 크림치즈를 사용해야 한다. 바르기 쉽게 나온 통에 담긴 크림치즈는 반죽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대용량 블록을 구비하여 소분해서 냉동해 놓으면 파운드 케이크나 크림치즈 아이싱 등에 다양하게 사용 가능하다.

*이 레시피에서는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사용했다. 다른 브랜드의 크림치즈는 입증되지 않았으니 참고.

*블로그의 레시피에서는 1/2 tsp의 바닐라 익스트랙트에 1/2 tsp의 fiori di Sicilia (오렌지 블라썸 워터) 또는 오렌지 제스트 1 tsp+ 바닐라 1 tsp를 또 사용하는데 오렌지 블라썸 워터는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재료이므로 이 부분을 바닐라 1 tsp으로 대체하였다.



23.5cm x 12.5cm(상부 기준) 크기 파운드 틀 기준 1개.

반죽을 담았는데 너무 적은 느낌이라고 해도 당황하지 말자. 성실하게 크리밍 했다면 틀에 차오르고도 또 봉긋하게 솟아 오를것이다.  

(어떤 사이즈의 들이던 반죽을 틀의 2/3 정도만 넣는다.)



재료

1. 3/4컵 (170g)  무염 버터. 실온 상태.

2. 57g 크림치즈. 실온 상태.

3. 1 1/2컵 (297g) 설탕

4. 달걀 3개

5. 1 tspn 바닐라 익스트랙트

6. 1 1/2컵 (180g) 다목적 중력분

7. 1 tsp 소금


만들기

1.176℃ 로 오븐을 예열하고, 파운드 틀에 버터칠을 한다. (꼼꼼히 해줘야 파운드가 팬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다)


2. 믹싱볼에 실온 상태의 무염버터와 크림치즈를 넣고, 가벼운 보송한 질감이 될 때까지 3분 정도 (중-고속) 충분히 믹스한다.


3. 설탕을 넣고 5분 더 믹스한다. 믹스의 컬러가 연해졌고, 상당히 가볍고 보송보송한 느낌이 여야 한다. 그래야 좋은 질감의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최소 5분! 이 단계를 무시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반드시 충분히 믹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믹스에 공기층이 형성되지 않아 무겁고 뻑뻑한 질감의 케이크가 나올 수 있다)


4. 달걀 1개를 넣고 충분히 섞이면 차례로 나머지 달걀도 그렇게 섞는다.


5. 바닐라를 넣는다.


6. 믹서 속도를 줄이고 밀가루와 소금을 넣고 다 섞일 정도로만 믹스한다. (건 재료가 보이지 않으면 바로 믹서를 멈춘다.)


7. 파운드 틀에 반죽을 담고 오븐에서 60-70 분 정도(사이즈가 작은 경우에는 40 분 정도 되었을 때 테스터로 확인해준다), 또는 가운데에 케익 테스터를 넣었다 뺐을때 반죽이 묻어 나오지 않거나 익은 케익 부스러기가 약간 묻어 나는 정도로 굽는다.

* 40-50 분정도 되었을 때 상부의 컬러가 원하는 정도에 가까워졌고, 그 이상 과하게 어두워지거나 타는 것을 방지하려면 알루미늄 포일로 덮는다. 표면이 과하게 익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8. 팬에 담긴 채로 10분간 식힘망에서 식힌 뒤, 틀과 파운드 사이를 버터나이프로 살살 분리해준 뒤 조심히 꺼내 완전히 식힌다. 좀 식으면(완전히 차가워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바로 랩으로 단단하게 두세 겹 싸서 냉장고에 최소 3시간- 최대 하루(하루 이상 기다리기는 정말 힘드니까...) 정도 보관한다. 이렇게 하면 숙성되어 더 맛있어진다.


*냉장했던 파운드는 실온에 한 시간 정도 두었다가 날카로운 식칼이나 빵칼로 슬라이스 해서 그대로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15초 정도 데워 먹는다. 취향에 따라 더 오래 데울수도 있으나 온도가 상승하면 식감이 물렁해 진다.

*냉장 시 3일 정도 보관 가능하고 (개인적으로는 일주일 이상 두고 먹은 적도 있으나 안전을 위해 3일 권장), 슬라이스 하여 냉동했다가 원할 때 한 개씩(스트레스받은 날엔 두 개) 해동하여 먹는다.


늦은 밤 출출할 때, 냉동 해 놓았던 파운드 슬라이스를 해동해서 먹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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