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기록
[들어가며]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고, 그럴싸한 하루를 만들어 간다. 또 어떤 날은 별거 없는 날을 보낸다. 누군가 내게 “오늘 어땠어?”라고 물었을 때 “그냥 그랬어”라고 대답할 것 같은 하루. 하지만 나는 이 대답을 좋아한다. 감정의 기복이 없이 간질간질한 마음을 간직한 채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하루. 하루 끝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묻어나지만, 이보다 큰 안도감이 밀려오는 하루. 그런 날을 보낼 때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매일 밤 뒤척이던 이불속에서 깊은 잠에 들곤 하였다.
- 2024년 10월 28일, 장재언 드림-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던 날이었다. 여름날의 따스하다 못해 뜨거웠던 햇살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림자가 드리우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바람 냄새에 잠시 걸음을 멈춰서 눈을 감은 채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속 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바람이지? 숨 쉴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구나.’ 나는 그렇게 숨 쉬기를 몇 번 더 반복했다.
오랜만에 느껴 본 살갗이 바람과 부딪히는 감각에 익숙해졌을 때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림자가 드리우던 세상은 금세 어둠으로 가득해져 있었다. 어둠 속에는 수많은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낮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림자들은 밤이 다 돼서야 세상 밖으로 나와서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어둠은 그런 그림자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었고, 그림자들은 그런 따뜻함에 위로를 받는 듯 보였다. 얼마쯤 걸었을까, 문득 어둠이 우리를 안락과 휴식의 세계로 데려다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 같은 어둠이 안락과 휴식의 세계로 데려다 줄지도 모르다는 생각은 그 당시 나에게 엄청난 흥미로운 주제로 다가왔다. 나는 이 흥미로운 생각에 사로잡혀 더 짙은 어둠 속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