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 우유

by 장재언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마트 앞을 지나쳤습니다. 몇 걸음 더 걸어갔을 때쯤 당신이 좋아하던 바나나맛 우유가 떠올라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마트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유제품 코너로 향했습니다. 흰 우유갑으로 나란히 줄 서있는 진열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노란색 뚱단지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집어 들자마자 제 눈에 보인 건 제품의 회사명이었습니다.


'빙그레'


달랑 하나만 사서 가기에는 퇴근길에 항상 두 개씩 사 오던 당신의 모습이 기억나 한 묶음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제 눈에 보인 건 제품의 회사명이었습니다.


'빙그레'


빙그레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우유 단지에 가느다란 빨대를 꽂아 먹으면서 빙그레 웃는 모습이 생각났나 봅니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흘러 보내며 계산대로 가던 중 제철 과일인 무화과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제게 며칠 전부터 무화과가 먹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시간과 거리의 제한 없이 함께 맛집을 찾아 향했을 텐데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으니 발걸음이 자주 멈칫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처에 영업 중인 카페를 검색해 보았지만 늦은 시간이라 영업 중인 곳은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눈앞에 놓인 무화과 한 상자를 집어 들고 다시 유제품 코너로 가서 그릭요거트 하나를 담았습니다. 무화과는 당도가 있어서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꾸덕한 그릭요거트를 곁들여 빵이나 베이글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바쁜 아침에 준비하기도 간편하고 식사 대용으로도 나무랄 게 없죠. 무엇보다도 잠보다는 식사를 중요시하는 저와 달리 잠을 더 중요시하는 당신에게 안성맞춤이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이기도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반가움의 포옹을 한 뒤 바나나 우유를 꺼내 보였습니다. 그러자 당신의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더니 냉장고를 열어 바나나우유 하나를 꺼내 들었습니다.


'나도 아까 편의점 갔다가 사 왔는데!'

'나랑 같은 생각 했네?'


어쩌다 보니 오늘도 제 손은 당신의 웃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사진출처: 빙그레 공식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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