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행복을 빈다는 건
다들 행복의 정확한 정의를 알고 계시나요. 행복의 사전적 정의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합니다. 문장에서 주어가 빠진 것 같지만 문장의 주어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행복만큼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것도 없으니까요.
얼마 전에 문상훈 작가님의 책을 읽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가 있습니다. 저는 문장 하나를 그대로 외울 만큼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인데 너무 인상 깊었던 나머지 문장을 통째로 외워버렸습니다. 아마 당신도 좋아하실 것 같아 이곳에 남깁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의 행복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그래서 행복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이제 나는 그 누구의 행복도 바라지 않는다.”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_문상훈>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문득 당신의 행복이 궁금해졌습니다. 당신과 저는 그동안 행복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내리는 일에만 급급했던 탓에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거든요.
우리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작가였고, 서로가 만든 영화의 등장인물이었습니다. 각자의 입맛대로 잘 짜인 각본에 맞추어 행복을 찾아야 했고, 잘 짜인 행복에 한치의 의구심조차 들지 않도록 온전히 느껴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혹여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일지라도 말이죠. 그간 어처구니없는 연기를 하느라 많이 힘들고 지쳤을 것입니다. 삶을 연기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
저는 혼신의 연기를 펼쳤던 것일까요? 어느 날은 저조차도 잘 짜인 행복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잘 짜인 행복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행 복이란 건 참 아이러니하죠.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이 행복 하다고 믿어버리는 순간 진짜가 되어버리곤 했으니까요.
이제는 길고 길었던 한 편의 영화가 끝이 났으니 혼신의 연기를 펼쳤던 한 시절을 놓아주려 고 합니다. 마치 배우들이 작품을 끝내고 주인공들을 떠나보내는 것처럼요. 이 순간이 온다 면 그저 후련한 마음만 들 줄 알았는데 섭섭한 마음이 따라오는 걸 보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역할이었나 봅니다.
그간 고마웠어요.
주어진 배역을 끝까지 맡아줘서.
이제는 당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길 바라요.
멀리 안 나갑니다. 그럼 안녕히 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