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제의 간극이 있어요.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콩콩이는 엄마 품에 안겨 즉답을 피하고 고개를 돌렸어요. 대답이 돌아오는 순간 아빠는 실망하겠죠. 아빠는 이내 허탈한 웃음을 지었어요. 아빠는 콩콩이의 행동을 보고 합리적 추론을 했거든요.
아빠는 콩콩이를 유심히 관찰했어요. 1. 콩콩이는 엄마 품에 안겨 있을 때 자는 듯 보일만큼 표정이 평온했다. 2. 그러나 아빠의 품으로 옮겨 온 사이 콩콩이의 얼굴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3. 엄마는 화장실을 갔다.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콩콩이는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4. 콩콩이는 급기야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5. 엄마는 화장실에서 급하게 나왔다. 6. 콩콩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7. 콩콩이는 다시 엄마 품으로 옮겨졌고 평온을 되찾았다.
아빠는 학교에서 배웠던 Mary Ainthworth의 strange situation이 떠올랐어요. 1. 아기는 주양육자가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2. 주양육자가 자리를 비우면 아기는 불안해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3. 낯선 사람이 들어와 아기의 감정을 추스르려 하지만 아가는 계속해서 운다. 4. 이내 주양육자가 들어오고 아기를 안정시킨다. 5. 주양육자의 품에서 아기는 다시 안정감을 느낀다.
아빠는 콩콩이가 엄마와 애착이 잘 형성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주양육자인 엄마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안기는 것에 콩콩이는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네요. 아빠에게 안겨 있는 것이 콩콩이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주어요. 아빠는 씁쓸했어요. strange situation에 따르면 엄마는 콩콩이의 애착대상이지만 아빠는 아니에요. 아빠는 일종의 낯선 사람인 셈이에요.
아빠는 애착이론의 신봉자라고 했어요. 심리 상담에서 치료적 관계를 잘 형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인이 필요하대요. 접근성(accessibility)과 응답성(responsiveness). 상담자는 내담자가 접근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대요. 내담자의 요구(needs)에 응답해야 한다고도 했어요. 그래야 내담자가 감정적 유대(emotional bond)를 상담 중에 경험할 수 있대요.
아빠가 애착이론을 상담 중에 어떻게 적용하는지는 몰라요. 콩콩이는 아빠에게 심리 상담을 받아본 적은 없으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알아요. 콩콩이는 엄마 그러니까 주양육자와 애착관계를 잘 형성하고 있어요. 엄마는 접근 가능하며, 콩콩이의 요구에 응답해 주니까요.
실제 육아에서 엄마는 애착대상이지만 아빠는 낯선 사람이에요. 그래서 콩콩이는 아빠 품에 안겨서 칭얼거리면서 울어요. 콩콩이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콩콩이가 생존할 수 있도록 신경계에서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어서 그래요. 아빠가 섭섭해도 할 수 없어요.
애착이론의 이론과 실제는 이렇게 큰 간극이 있어요. 아빠는 육아를 통해서 발견하곤 해요. 전문가라 해도 겸손해야 하는 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