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401호 VIP 09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치도치상 Dec 03. 2023

401호 VIP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

콩콩이의 하루는 기저귀를 가는 것으로 시작해요.  예전 기저귀를 사용할 때는 잘 때마다 쉬아가 새는 바람에 엄마 아빠는 침대 커버를 매일 갈았어요. 그러면서 스스로를 탓했어요. 육아 초보라 기저귀를 제대로 채우지 않아서 그런 줄 알았던 거죠. 그러나 최근 새 브랜드로 갈아타면서 엄마 아빠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어요. 예전 브랜드가 쉬아량을 커버를 못한 탓이었던 거예요.


이어 콩콩이는 맘마를 먹어요. 엄마는 맘마받침에 콩콩이를 올려두고 팔로 감싸 안아 맘마를 줘요. 아빠는 그 사이 손톱을 깎아야 하는 지를 살펴봐요. 콩콩이의 손톱은 꽤 빨리 자라는 편이거든요. 보통 손톱 손질은 4-5일에 한 번씩 이루어져요.


그러면서 동시에 엄마 아빠는 콩콩이의 중간 트림을 시켜요. 콩콩이는 맘마를 냉수 들이켜듯 빨리 먹어요. 약 90ml와 160ml를 먹은 후 중간 트림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맘마를 먹은 후 자동으로 게워내요. 그러면 빨리 배가 고프고 다음번 맘마 시에는 콩콩이는 악을 써요. 요즘은 울기보다는 악을 써요. 엄마 아빠는 늘 콩콩이가 먹는 것을 주시하고 있어야 해요.


콩콩이는 이어 둥기둥기를 해요. 콩콩이는 삶의 절반 이상을 누워있었어요. 그래서 맘마 후에는 약 20-30분 이상을 안아주어야 해요. 하루 중 이때만큼 만족스러운 시간이 없다고 해요. 어느 정도 잤지, 먹는 것도 먹었지, 트림도 했겠는데 엄마 아빠가 둥기둥기까지 해주니까요.


이어서 콩콩이는 엄마의 지도 아래 뒤집기 운동을 해요. 콩콩이는 최근 몸무게가 상위 30% 안에 들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감량을 해야 한다고 엄마가 그랬어요.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던데 엄마는 안 괜찮대요. 콩콩이는 귀찮지만 엄마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에요. 그러나 열 번쯤 뒤집기를 하면 짜증이 올라와요. 콩콩이는 소리를 빽 질러요. 엄마는 콩콩이를 안아줘요.


콩콩이는 이내 피곤함이 몰려와요. 눈이 스르르 감겨요. 콩콩이 의전에 소홀함은 없어야 해요. 온전히 잠이 들기 전까지는 콩콩이를 침대에 내려놓아서는 안된답니다. 선잠이 든 채로 콩콩이를 내려놓았다가는 콩콩이가 꽥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릴 것이기 때문이죠.


콩콩이는 이렇게 24시간 7일을 케어받아요. 할머니는 콩콩이를 401호 VIP라고 명명했어요. 맞아요. 401호의 Very Important Person임에 틀림없어요. 엄마 아빠 할머니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콩콩이를 극진히 모시니까요.


호텔에 가면 VIP가 있대요. 백화점에 가도 VIP가 있대요. 용산에도 VIP가 있다네요. 세상에 VIP는 많대요. 아빠나 엄마는 VIP 대접을 받아본 적도 없고 VIP를 만나 본 적도 없대요. 그런데 아빠와 엄마에게는 호텔의 VIP보다, 백화점의 VIP보다, 용산의 VIP보다소중한 사람이 있대요.


성경이라고 이 천 년인가 삼 천 년쯤 된 책에 오래된 표현이 있대요.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다." (이사야 43:4) 아빠는 콩콩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몰랐대요. 배워서 이해는 되는데 몰랐대요. 그런데 콩콩이가 태어나고서 무슨 뜻인지 알게되었대요.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콩콩이는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래요. 너무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라서 자신의 목숨과 바꿔도 아깝지 않다는 뜻이래요.


그러고 보면 아무리 지식으로 배워도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나봐요. 사랑이란 게 꼭 그래요. 경험하지 않고서는 모른대요. 해보지 않고서는 깨달을 수 없는 일이 있대요.


사랑은 정말 신비로운 것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