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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401호 VIP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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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Dec 03. 2023

401호 VIP

VIP와 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VIP의 하루는 기저귀를 가는 것으로 시작해요.  예전 기저귀를 사용할 때는 잘 때마다 쉬아가 새는 바람에 엄마 아빠는 침대 커버를 매일 갈았어요. 그러면서 스스로를 탓했어요. 육아 초보라 기저귀를 제대로 채우지 않아서 그런 줄 알았던 거죠. 그러나 최근 새 브랜드로 갈아타면서 엄마 아빠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어요. 예전 브랜드가 쉬아량을 커버를 못한 탓이었던 거예요.


이어 VIP는 맘마를 먹어요. 엄마는 맘마받침에 VIP를 올려두고 팔로 감싸 안아 맘마를 줘요. 아빠는 그 사이 손톱을 깎아야 하는 지를 살펴봐요. VIP의 손톱은 꽤 빨리 자라는 편이거든요. 보통 손톱 손질은 4-5일에 한 번씩 이루어져요.


그러면서 동시에 엄마 아빠는 VIP의 중간 트림을 시켜요. VIP는 맘마를 냉수 들이켜듯 빨리 먹어요. 약 90ml와 160ml를 먹은 후 중간 트림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맘마를 먹은 후 자동으로 게워내요. 그러면 빨리 배가 고프고 다음번 맘마 시에는 VIP는 악을 써요. 요즘은 울기보다는 악을 써요. 엄마 아빠는 늘 VIP가 먹는 것을 주시하고 있어야 해요.


VIP는 이어 둥기둥기를 해요. VIP는 삶의 절반 이상을 누워있었어요. 그래서 맘마 후에는 약 20-30분 이상을 안아주어야 해요. 하루 중 이때만큼 만족스러운 시간이 없다고 해요. 어느 정도 잤지, 먹는 것도 먹었지, 트림도 했겠는데 엄마 아빠가 둥기둥기까지 해주니까요.


이어서 VIP는 엄마의 지도 아래 뒤집기 운동을 해요. VIP는 최근 몸무게가 상위 30% 안에 들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감량을 해야 한다고 엄마가 그랬어요.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던데 엄마는 안 괜찮대요. VIP는 귀찮지만 엄마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에요. 그러나 열 번쯤 뒤집기를 하면 짜증이 올라와요. VIP는 소리를 빽 질러요. 엄마는 VIP를 안아줘요.


VIP는 이내 피곤함이 몰려와요. 눈이 스르르 감겨요. VIP 의전에 소홀함은 없어야 해요. 온전히 잠이 들기 전까지는 VIP를 침대에 내려놓아서는 안된답니다. 선잠이 든 채로 VIP를 내려놓았다가는 VIP가 꽥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릴 것이기 때문이죠.


VIP는 이렇게 24시간 7일을 케어받아요. 할머니는 401호 VIP라고 명명했어요. 맞아요. 401호의 Very Important Person임에 틀림없어요. 엄마 아빠 할머니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VIP를 극진히 모시니까요.


칼 로저스라는 사람이 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를 얘기했다고 해요. 아빠는 VIP를 키우면서 의미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대요. 심리상담은 경청하고 맞장구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래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내담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온 힘을 다해 파악하고 최선을 다해 응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대요. 마치 VIP를 케어하듯 말이죠. 내담자에게 “이것이 옳다, 그것이 틀리다.”를 판단하지 않고, 사람의 인격을 조건 없이 수용해 주는 자세라고 했어요. 그것이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래요.  


VIP덕분에 아빠는 상담에 대한 깨달음을 더 얻는 중이랍니다. 그러고 보면 401호 VIP덕분에 얻는 것들이 많은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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