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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401호 VIP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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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Nov 26. 2023

바라는 바를 모두 채워줄 수는 없어요

역효과를 불러오는 사랑

VIP는 모유/분유를 빨리 먹어요. 엄마 아빠는 VIP가 힘껏 젖병을 빨 때 천천히 먹으라고 말해요. 그러나 엄마 아빠의 바람은 통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VIP는 엄마 아빠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요. 또, VIP는 배가 고프고...음,  배가 고프니까요.


VIP는 잠에서 깼어요. 배가 몹시 고팠어요. VIP는 울었어요. 마구마구 울었어요.  아빠는 VIP를 안고 둥기둥기 했어요. 항상 그렇듯이 통하지 않았어요. VIP는 배가 고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는 VIP에게 분유와 모유를 날라다 주었어요. 빨리 먹는 VIP를 제지하기 위해서 엄마는 중간 트림 시간을 갖게 했어요.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VIP는 소리소리를 질렀어요. 왜 젖병을 뺏어가나요?


VIP는 다시 젖병을 물었어요. VIP는 허겁지겁 분유를 빨았답니다. 그러나 VIP는 예상치 못한 순간을 감지했어요. 150ml를 먹었는데 먹은 것 같지가 않았어요. 이상해요. 엄마 아빠를 둘러보았어요. VIP는 표정이 일그러졌어요. 배가 고팠고 서러웠어요. 엄마 아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분명히 충분히 먹였는데 아기가 왜 이러지라는 표정이었답니다. 그걸 VIP가 어떻게 알겠어요? VIP는 악을 쓰기 시작했어요. 악! 악! 악!


VIP의 눈가에 눈물이 잔뜩 고였어요. 엄마 아빠는 인터넷을 뒤졌어요. 4개월 아기에게 190-200ml까지 먹여도 된다는 안도감 넘치는 블로그를 찾았어요. 엄마 아빠는 한 숨을 한 번 쉬더니 VIP에게 분유를 더 주었답니다. VIP는 힘차게 젖병을 빨았어요. VIP는 젖병을 물려준 아빠를 흘겨보았어요. VIP는 무려 40ml를 더 먹었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어요. VIP는 트림을 했고 조금 나아진 듯 보였어요. 아빠는 계속해서 VIP를 오른 팔로 안고는 왼 손으로 VIP가 트림하는 것을 도와주었어요.


마침내 두 번째 트림이 나왔어요. 트림과 동시에 분유도 VIP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답니다. 그래도 VIP는 속이 시원해졌는지 일그러진 얼굴이 이제 편안해보였어요.


엄마 아빠는 VIP가 뿜어낸 분유를 닦아내면서 깨달음을 얻었어요. 앙앙 운다고 해서 (사실, 악을 쓰면서) VIP가 바라는 바를 모두 채워주려고 하면 안된다는 점이에요. 쏟은 분유야 닦아내면 그만이지만, 엄마 아빠는 VIP의 젖은  옷을 벗기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혀야 하며, VIP는 다시 앙앙 울 것이고, 결국 VIP가 잠이 드는 데까지 더 시간이 지체될 것이며, 엄마 아빠는 안 그래도 피곤한데 더욱 피로도가 상승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와요.


사랑하는 사람이 바라는 바를 정확하게 알면 좋아요. 바라는 바를 채워주려고 서로 노력하면 더 좋아요. 그러나 바라는 모든 것을 채워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긴 힘들어요. 더군다나 모든 것을 채워주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먹은 분유를 뿜어내는 역효과를 불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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