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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401호 VIP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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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Nov 19. 2023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는 어려워요

부모의 기대치는 나이라는 변인에 비례해야만 하나요?

콩콩이는 모유든 분유든 항상 깨끗하게 젖병을 비워요. 어떤 아가들은 잘 먹지 않아서 엄마 아빠의 속을 태운대요. 콩콩이는 먹는 걸 좋아해서 그럴 일은 없답니다.


콩콩이의 배꼽시계는 빠른 편이에요. 먹을 때가 안되어도 배가 고프면 콩콩이는 아구아구 울어요. 우는 정도는 상상을 초월해요. 누가 보면 엄마 아빠가 콩콩이를 굶기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를 정도로 울어요. 그래서 엄마 아빠는 콩콩이가 배고픈 지를 대번에 알아차려요.


아가에게는 분리 수면 교육이 필요하대요. 그러나 콩콩이에게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조리원을 퇴소하자마자 콩콩이는 분리 수면을 했어요. 아가 침대에서 자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대요. 엄마 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괜찮았어요. 다른 아가들은 침대에서 안 자고 엄마 품에서 혹은 엄마 아빠랑 같이 잔다더라고 하더라고요.


콩콩이는 응가도 잘한답니다. 최근에는 모유+분유량을 150ml/일 회로 늘렸어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응가를 세 번했어요. 참 잘했어요.


먹고 자고 싸는 걸 잘하는 콩콩이를 엄마 아빠는 효녀라고 불러요. 국어사전에는 효를 다음과 같이 정의해요. 어버이를 잘 섬기는 일.


콩콩이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쌈으로써 어버이를 잘 섬기는 중이에요. 엄마 아빠는 콩콩이가 특히 트림을 하고 나면 몹시 기뻐해요. 응가를 잘해도 기뻐하고요. 잠도 잘 자서 엄마 아빠는 그래도 3시간씩은 자는 편이랍니다. 이 정도면 효녀라고 칭송받을만해요.


며칠 전에 얼핏 엄마 아빠는 말했어요. 어떤 아저씨는 8살짜리 자기 아들에게 발레를 시키고 싶어 한다고요. 아저씨의 로망을 무시하고픈 마음은 없어요. 로망은 로망으로 남아야 해요. 문제는 아저씨가 아들이 발레를 꼭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중이래요. 콩콩이는 여자 아이라서 잘 몰라요. 그 오빠는 아마 싫다고 할 것 같아요. 여자 비율이 90%가 넘는 발레 학원에 남자아이가 쫄쫄이를 입고 다닌다... 음. 그 아저씨가 그렇게 발레를 시키고 싶으면 자기가 하면 되지 않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그 아저씨도 자기 아들이 아가 때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기뻐하지 않았을까요? 아기가 아이가 되면 왜 이렇게 부모들의 기대치는 높아지는 걸까요? 청소년기에 이르면 더더욱 기대치가 높아져요. 좋은 대학에 가야만 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하며, 결혼 적령기에 결혼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등의 기대치말이에요.


그런데 세상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지 않았을까요? 아가들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흐뭇하고 잘했다고 칭찬했을 텐데 말이죠. 왜 부모의 기대치는 자녀의 나이라는 변인에 비례하는 관계가 되어야 할까요?


그 오빠가 발레를 하든 말든 콩콩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에요. 그냥, 콩콩이의 엄마 아빠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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