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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401호 VIP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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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Nov 12. 2023

먹고사니즘이 이렇게 어려워요

젖 먹던 힘

엄마 젖을 빠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젖을 빨기 위해서는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해요. 입의 위치도 잘 조절해야 해요.


반면에 젖병은 먹기가 수월해요. 콩콩이가 움직이더라도 젖병은 콩콩이를 따라 움직이니까요. 더군다나 젖병은 빨지 않고 누르기만 해도 조금씩 흘러나와요. 젖병을 빠는 일보다 젖을 빠는 게 60배 이상 힘든 일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젖병을 빠는 일과는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젖을 빠는 일은 힘들어요.


조리원 관계자들이 그랬어요. 엄마의 모유량은 평균 이상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요. 객관적 모유량이라는 게 콩콩이에게는 크게 유의미하진 않아요. 콩콩이가 다른 엄마 젖을 빨아봐야 할 텐데 그럴 일은 없을 거잖아요. 다른 엄마 젖을 빤 경험을 통해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치화해야 의미가 있는 거죠. 아, 우리 엄마 젖이 다른 엄마에 비해서 많이 나오네 혹은 안 나오네 결론에 이를 텐데, 과거에도 앞으로도 콩콩이에게 그럴 일은 없겠죠. 엄마 젖이 아니면 분유를 먹겠죠.


엄마는 최근 젖으로 수유를 제공하게 되는 일들이 많아졌어요. 연습 차원에서 하는 거래요. 집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면 유축기가 없어서 모유가 젖병에 담겨 제공되는 일은 없을 거래요.


콩콩이는 비통하고 통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어요. 모유량은 콩콩이에게 턱없이 부족했거든요. 젖병을 빠는 것보다 더 많은 힘을 들여 젖을 빨아야 해요. 콩콩이의 미간에 일자 주름이 졌어요. 짜증이 난다는 뜻이에요.   


콩콩이는 이렇게 먹고살기 위해서 젖을 빨아요. 오늘도 몸과 마음과 영혼의 힘을 쏟아 엄마 젖을 빨아요. 이렇게 모든 힘을 쏟고 나면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나요.


백 년 전 즈음 프로이트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대요.

"일과 사랑, 사랑과 일, 그 밖에 무엇이 더 있겠는가?"


맞아요. 일과 사랑 이외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노동은 이처럼 숙명과 같은 것인가 봐요. 요즘 사람들은 먹고사니즘이라고 표현한다고 해요. 그들이 아기 때를 기억할지는 모르겠으나 먹고사니즘은 힘들여 노력해야 하는 건가 봐요. 팔다리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젖 먹던 힘을 다해야 먹고사는 건가 봐요.


우리 스스로 토닥토닥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젖 먹던 힘을 다한 우리 모두, 오늘도 고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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