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401호 VIP 03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치도치상 Nov 07. 2023

콩콩이도 아가는 처음이에요

아빠도 처음 엄마도 처음

아빠는 한 참 진땀을 뺐어요. 카시트가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에요. 아빠는 속싸개를 카시트 안쪽으로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가용 카시트는 버클이 한가운데 있어서 양다리를 따라서 속싸개를 넣어야 했어요. 그런데 속싸개를 칭칭 감아둔 콩콩이에게는 속싸개를 함께 넣기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어요.


콩콩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 아빠와 엄마는 콩콩이를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어요. 매주 한두 번씩 클리어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답니다. 한 달 전에는 기저귀 갈이대를 설치했어요. 3주 전에는 아가용 침대를 당근 마켓에서 샀고요. 분유 제조기는 중고로 구매했어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 엄마는 부푼 배를 부둥켜안고 출산 가방을 쌌어요. 아빠는 디스크가 찢어져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아기 카시트를 인형으로 설치하는 리허설을 했고요.


그런데 그렇게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도 실전은 달랐던 모양이에요. 콩콩이를 앉히는 데에 삼십 분 넘게 땀을 뻘뻘 흘려가며 노력을 쏟아냈으니까요. 콩콩이는 아빠를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어요. 노력이 얼마나 가상한가요. 처음 한 것치곤 이 정도면 훌륭한 거죠.


콩콩이는 병원 관계자들과 작별 인사를 한 뒤에 처음으로 한강을 넘었어요. 창 밖으로 보이는 강과 다리는 아름다웠어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차들은 신기했어요. 풍경에 시선이 머물렀던 것도 잠시, 콩콩이는 쌔근쌔근 잠들었답니다.


콩콩이는 엄마 아빠와 조리원이라는 곳에 도착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외가를 방문했겠으나, 이제는 산후조리를 조리원이라는 곳에서 해요.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분업화라는 표현은 이럴 때 써요.


조리원에서는 모자동실이라고 해서 엄마 아빠와 만나는 시간이 있어요. 하루는 콩콩이가 방에 들어가 보니 아빠는 없고 엄마만 있었어요. 왜 울었는지 콩콩이는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엄마도 울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콩콩이랑 엄마는 함께 울었어요.


아빠가 도착했어요. 아빠는 울고 있는 콩콩이를 안아 주었어요. 아빠는 엄마에게 다가가서 한 손으로 콩콩이를 안은채, 다른 한 손으로 엄마를 토닥여 주었어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콩콩이의 울음에 당황했나 봐요. 엄마와 아빠의 얘기가 어렴풋이 들렸어요. 뼈마디가 쑤셔서 안아주기는 어렵고, 울고 있는 콩콩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서러웠다고 했어요.


콩콩이와 엄마와 아빠는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서로를 부둥켜 앉고 위로했어요. 아빠도 처음, 엄마도 처음, 콩콩이도 아가는 처음인지라 시행착오가 자연스러워요. 허둥지둥 대고, 틀리고, 실수하고, 잘 모르겠고, 처음에는 다 그런 건가 봐요. 첫 마음을 잊지 말라는 결의에 찬 당부보다는 처음이니까 괜찮아 라는 말이 훨씬 힘이 된다고 콩콩이 가족은 느꼈어요.


이렇게 콩콩이와 엄마와 아빠는 조리원의 첫날밤을 무사히 보냈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