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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401호 VIP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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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Nov 07. 2023

VIP도 아가는 처음이에요

아빠도 처음 엄마도 처음 

아빠는 한 참 진땀을 뺐어요. 카시트가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에요. 아빠는 속싸개를 카시트 안쪽으로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가용 카시트는 버클이 한가운데 있어서 양다리를 따라서 속싸개를 넣어야 했어요. 그런데 속싸개를 칭칭 감아둔 VIP에게는 속싸개를 함께 넣기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어요.


VIP 탄생 전 아빠와 엄마는 VIP를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어요. 매주 한두 번씩 클리어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답니다. 디데이 한 달 전에는 기저귀 갈이대를 설치했어요. 3주 전에는 아가용 침대를 당근 마켓에서 샀고요. 분유 제조기는 중고로 구매했어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 엄마는 부푼 배를 부둥켜안고 출산 가방을 쌌어요. 아빠는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아기 카시트를 인형으로 설치하는 리허설을 했고요. 


그런데 그렇게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도 실전은 달랐던 모양이에요. VIP 앉히는 데에 삼십 분을 넘게 노력을 쏟아냈으니까요. VIP는 아빠를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어요. 노력이 얼마나 가상한가요. 처음 한 것치곤 이 정도면 훌륭한 거죠. 


VIP는 병원 관계자들과 작별 인사를 한 뒤에 처음으로 한강을 넘었어요. 창 밖으로 보이는 강과 다리는 아름다웠어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차들은 신기했어요. 풍경에 시선이 머물렀던 것도 잠시, VIP는 곤히 잠들었어요.


VIP는 엄마 아빠와 조리원이라는 곳에 도착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외가를 방문했겠으나, 이제는 산후조리를 조리원이라는 곳에서 해요.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분업화라는 표현은 이럴 때 써요. 


조리원에서는 모자동실이라고 해서 엄마 아빠와 만나는 시간이 있어요. 하루는 VIP가 방에 들어가 보니 아빠는 없고 엄마만 있었어요. 엄마는 VIP를 낳느라고 뼈마디가 약해진 상태였어요.


왜 울었는지 VIP는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엄마도 울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VIP랑 엄마는 함께 울었어요.


아빠가 도착했어요. 아빠는 울고 있는 VIP를 안아 주었어요. 아빠는 엄마에게 다가가서 한 손으로 VIP를 안은채 , 다른 한 손으로 엄마를 토닥여 주었어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VIP의 울음에 당황했나 봐요. 엄마와 아빠의 얘기가 어렴풋이 들렸어요. 몸은 아파서 안아주기는 어렵고 울고 있는 VIP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서러웠다고 했어요. 


아빠도 처음, 엄마도 처음, VIP도 아가는 처음인지라 시행착오가 자연스러워요. 허둥지둥 대고, 틀리고, 실수하고, 잘 모르겠고, 처음에는 다 그런 건가 봐요. 첫 마음을 잊지 말라는 결의에 찬 당부보다는 처음이니까 괜찮아 라는 말이 훨씬 힘이 되는 것 같아요. VIP와 엄마와 아빠는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서로를 위로했어요. 


이렇게 VIP와 엄마와 아빠는 조리원의 첫날 밤을 무사히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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