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신경계의 명령이 우선
콩콩이는 병원과 조리원을 거쳐 마침내 집에 당도했어요. 콩콩이의 침대는 거실 한편에 마련되어 있었어요. 엄마 아빠는 콩콩이가 엄마 뱃속에서 퐁당퐁당 뛰놀 때 중고로 콩콩이를 위한 가구들을 배치해 두었어요.
그런 걸 보면 현대 아가의 삶은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과거 아가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콩콩이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기저귀의 뛰어난 효능감, 엄마 젖량이 모자랄 때를 대비한 분유, 또 분유의 퀄리티, 0에서 6개월, 6개월에서 12개월용으로 세분화된 장난감, 기저귀 갈이대, 9개월까지 이용 가능한 간이침대, 방수 기능이 갖추어진 침대 매트 등을 보면 확실히 과거에 비해 편리해진 것은 맞아요.
현대 아기 산업의 발달과는 달리 콩콩이의 신경계는 석기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아빠는 그런 콩콩이가 uncivilized 되어 있다고 표현해요 (아빠는 그럴 때만 꼭 영어를 써요). 기저귀 갈이대고 분유고 장난감이고 나발이고, 콩콩이는 배고프면 울고, 안아달라고 울고, 졸려도 울고,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해도 울기 때문이죠.
콩콩이의 잘못은 아니에요. 인류가 진화해 온 과정이 축적된 신경계 때문이에요. 엄마 아빠의 엄마 아빠, 그들의 엄마 아빠, 또 그들의 엄마 아빠의 엄마 아빠의 엄마 아빠가 유전자를 콩콩이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었죠. 그리고 이렇게 물려받은 신경계는 불편할 때마다 울라고 명령했기에 콩콩이가 우는 거죠.
조리원 동기 아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콩콩이가 그렇게 자주 우는 편은 아니에요. 콩콩이는 특별한 이슈 사항이 없으면 눈을 빤히 뜨고 있거나 잤어요. 고작 몇 개월의 삶을 살아온 콩콩이지만 우는 것 역시 꽤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임을 알고 있는 듯 보였어요. 울면 금세 배고프고, 배가 고프면 또 울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엄마 아빠는 콩콩이가 울 때마다 모유 혹은 분유를 제공했어요. 초보 엄마 아빠들이 그렇듯이 아가가 울면 배고파서 그런 줄 알았던 모양이에요. 어쨌든 배불리 먹은 콩콩이는 졸렸어요.
오늘은 긴 하루이기도 했어요. 집으로 오는 길에 예방주사도 맞았거든요. 아마 깜짝 놀랐을 텐데 콩콩이는 울지 않았어요. 이슈 사항 이외에는 울지 않는 콩콩이의 기질이 한몫 거들었을 거예요. 더더군다나 불주사는 바늘이 아니라 도장 형태로 바뀌었거든요. 현대 산업이 많이 발달했다고 아빠도 생각했어요. 아빠는 자기도 주삿바늘이 아닌 도장 주사를 맞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빠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주삿바늘을 무서워하거든요.
콩콩이는 갓 태어난 다른 아가들처럼 조금 자다가 깰지 몰라요. 그래도 이 정도면 콩콩이는 훌륭한 아기랍니다. 아직 낯선 아가용 침대에서 쉽게 잠이 들다니. 그러나 콩콩이가 깨면 배가 고파 앙앙 울 거예요. 엄마 아빠가 또 먹을거리를 한가득 주겠죠? 먹게 될 시간을 상상하면서 콩콩이는 새근새근 잠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