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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401호 VIP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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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Nov 26. 2023

바라는 바를 모두 채워줄 수는 없어요

역효과를 불러오는 사랑

콩콩이는 모유/분유를 빨리 먹어요. 엄마 아빠는 콩콩이가 힘껏 젖병을 빨 때 천천히 먹으라고 말해요. 그러나 엄마 아빠의 바람은 통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콩콩이는 엄마 아빠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요. 또, 콩콩이는 배가 고프고...음,  배가 고프니까요.


콩콩이는 잠에서 깼어요. 배가 몹시 고팠어요. 콩콩이는 울었어요. 마구마구 울었어요.  아빠는 콩콩이를 안고 둥기둥기 했어요. 항상 그렇듯이 통하지 않았어요. 콩콩이는 배가 고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는 콩콩이에게 분유와 모유를 날라다 주었어요. 빨리 먹는 콩콩이를 제지하기 위해서 엄마는 중간 트림 시간을 갖게 했어요.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콩콩이는 소리소리를 질렀어요. 왜 젖병을 뺏어가나요?


콩콩이는 다시 젖병을 물었어요. 콩콩이는 허겁지겁 분유를 빨았답니다. 그러나 콩콩이는 예상치 못한 순간을 감지했어요. 150ml를 먹었는데 먹은 것 같지가 않았어요. 이상해요. 엄마 아빠를 번갈아가며 둘러보았어요. 콩콩이는 표정이 일그러졌어요. 배가 고팠고 서러웠어요. 엄마 아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분명히 충분히 먹였는데 아기가 왜 이러지라는 표정이었답니다. 그걸 콩콩이가 어떻게 알겠어요? 콩콩이는 악을 쓰기 시작했어요. 악! 악! 악!


콩콩이의 눈가에 눈물이 잔뜩 고였어요. 엄마 아빠는 인터넷을 뒤졌어요. 4개월 아기에게 190-200ml까지 먹여도 된다는 안도감 넘치는 블로그를 찾았어요. 엄마 아빠는 한 숨을 한 번 쉬더니 콩콩이에게 분유를 더 주었답니다. 콩콩이는 힘차게 젖병을 빨았어요. 콩콩이는 젖병을 물려준 아빠를 흘겨보았어요. 콩콩이는 무려 40ml를 더 먹었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어요. 콩콩이는 트림을 했고 조금 나아진 듯 보였어요. 아빠는 콩콩이를 오른 팔로 안고는 왼 손으로 콩콩이가 트림하는 것을 도와주었어요.


마침내 두 번째 트림이 나왔어요. 트림과 동시에 분유도 콩콩이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답니다. 그래도 콩콩이는 속이 시원해졌는지 일그러진 얼굴이 이제 편안해보였어요.


엄마 아빠는 콩콩이가 뿜어낸 분유를 닦아내면서 깨달음을 얻었어요. 앙앙 운다고 해서 아니, 악을 쓰더라도  콩콩이가 바라는 바를 모두 채워주려고 하면 안된다는 점이에요. 쏟은 분유야 닦아내면 그만이지만, 엄마 아빠는 콩콩이의 젖은  옷을 벗기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혀야 하며, 콩콩이는 다시 앙앙 울 것이고, 결국 콩콩이가 잠이 드는 데까지 더 시간이 지체될 것이며, 엄마 아빠는 안 그래도 피곤한데 더욱 피로도가 상승하게 되는 결과와 마주하게 된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바라는 바를 정확하게 알면 좋아요. 바라는 바를 채워주려고 서로 노력하면 더 좋아요. 그러나 바라는 모든 것을 채워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긴 힘들어요. 더군다나 모든 것을 채워주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먹은 분유를 뿜어내는 역효과를 불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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