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밤하늘 그리고 별

코니 시아버지가 보여준 밤하늘의 별

by 돌밭

하리하리가 있는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리하리는 자그마한 시골마을로 대부분의 여행객은 지나치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코니의 시아버지 데이비드가 사시는 곳이기에. 숙소도 하리하리에 잡았다. 숙소에서 먼저 짐을 푼 후 코니 시아버지를 뵈러 가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내 선택이 좋았다며 쉐인이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당초 다른 숙소를 정했던 코니 내외가 내가 여기로 정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이곳으로 숙소 예약을 변경했었다.


짐을 풀고 둘러보니 대저택이다. 젊은 여주인의 얘기를 들어보니 실제로도 호텔이 아닌 주택으로 지어졌었다. 호텔임을 알리는 간판도 없다. 이 집의 전 주인은 캐나다에서 뉴질랜드로 이민온 부부였는데 이 집을 짓고 집 옆 부지에서 사슴 농장을 운영하려 했었으나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집과 사슴 농장을 나누어 팔았고, 지금의 주인 내외가 집만 구입하여 얼마 전에 호텔로 개조했다고 한다. 개조했다고는 하지만 거의 원형이 손상되지 않은 상태다. 남편은 주로 사냥(취미가 아니라 주업) 나가고 아내가 호텔을 운영한다고 한다. 호텔이지만 주인 내외와 10살 안팎의 아이가 사는 가정집이다.

(좌)호텔전경, (중앙)응접실, (우)주방

여주인은 응접실과 주방, 침실, 욕실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별도의 조식 제공은 없지만 주방에 마련된 식빵, 요구르트, 달걀 등은 먹어도 된다며, 혹시 준비된 음식이나 식재료가 있다면 주방에서 요리해서 먹어도 좋다고 했다. 친구집 방문한 느낌이다.

코니 내외가 데이비드와 마가렛(코니 시아버지, 시어머니)을 뵈러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쉐인은 나더러 가고 싶지 않다면 호텔에 있으라고 했다. 나도 뵙고 싶었다. 그동안 그녀와 데이비드에 대해 얼마나 많은 얘기를 나누었던가. 더욱이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고. 차로 겨우 5분 거리다. 가는 길에 코니에게 데이비드 연세를 물었더니 잘 모른단다. 아마 70대 후반. 길가에 위치한 자그마한 단층 주택이다. 앞뜰에는 잔디가 풍성하고 뒷뜰에서는 여러 채소와 꽃을 가꾸고 있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곳곳에 우리 모기향 같은 것을 피워 놓았다. 혹시 해충을 쫓기 위함이냐고 물었더니 향초란다. 나를 위해 피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잠시 머쓱해진다. 얘기를 나누다가 코니가 말을 꺼냈다.
"이 친구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싶어 해요"라고 하니, "내가 별을 보기 좋은 장소를 알고 있지. 쉐인, 우리가 전에도 갔던 곳, 강가야. 너도 알고 있지? 오늘 밤에 내가 그곳으로 안내하지."라고 데이비드가 말씀하신다. 불쑥 나타난 여행자를 너무도 따뜻하게 맞아 주신다. 우리는 모두 동네 펍에서 만나기로 했다.

잠시 후 펍이다. 이곳 시골은 작은 동네도 식사와 술 한잔 할 수 있는 펍이 꼭 있다. 쉐인이 데이비드에게 오늘 숙소를 내 덕에 잡았는데 아주 근사하다며 식사를 마치고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한다.

이제 다 함께 자리를 옮겨 숙소. 쉐인이 숙소 이곳저곳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는데 두 분 모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제까지 본 호텔 중 최고라면서 하리하리에 이런 호텔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응접실에서 다 함께 회포를 풀었다. 밤이 깊어 이제 11시가 가까워졌다. 데이비드가 이제 별 보러 갈 시간이라면서 일어나신다.

데이비스의 차에 모두 올라탔다. 사방 어디에도 불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농로로 우리는 빨려 들어갔다. 얼마 후 차에서 내려 더듬어 가며 오르막을 오르니 물소리가 작게 들렸다. 여울인가 보다. 데이비드 말대로 사방에 불빛 하나 안 보여 별 보기 정말 좋은 장소다. 모두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수없는 많은 별들이 선명하다. 어렸을 때 봤던 하늘을 가르는 은하수와 총총한 별빛 그대로인 듯싶다. 다만 여기는 남반구인지라 북두칠성과 북극성은 볼 수 없다. 남십자성 위치를 물었다. 뉴질랜드 국기에도 있는 별자리다. 데이비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사각형 모양의 선명한 남십자성을 볼 수 있었다. 저쪽이 남쪽이라면서 남십자성을 향해 서서 남북동서 방향을 알려준다. 반짝거리며 북쪽으로 향하는 비행기. 별과 비슷하지만 반짝거리지 않고 하늘을 가르는 것은 인공위성이라고 했다. 인공위성이 의외로 많다. 10분에 하나씩 나타나는 것 같다. 여름이건만 자정이 가까워지자 옷 속으로 파고드는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코니가 이제 충분히 봤지 않았냐며 밤도 깊었으니 그만 돌아가지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숙소 뒤뜰에서 하늘을 한 번도 올려다본 후 잠을 청했다.

계절마다 풍광이 달라지는 경치처럼 지금 묵고 있는 호텔은 아침, 저녁, 한낮, 한밤 분위기를 달리한다. 신선한 공기로 시작하는 여름 아침 호텔을 둘러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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